34년 도심 지킨 가로수 118그루, 도로 넓힌다고 '싹뚝'..환경단체 반발에 광주 서구 "문제없다"
[경향신문]
광주에서 34년 동안 도심을 지켜왔던 100그루 넘는 가로수가 아파트 주변 도로 확장을 위해 모두 잘려나가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가로수를 베도록 허가해 준 광주 서구는 “수종 교체가 불가피했고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2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서구 월드컵4강로와 염화로에 심어져 있던 가로수 118그루가 최근 모두 잘려나갔다. 베어진 가로수는 은행나무 62그루, 메타세쿼이아 56그루다.
이들 나무들은 해당 도로가 처음 개설된 1987년 심어졌다. 34년 동안 도심을 지켰던 나무들은 직경이 20∼80㎝에 이르고 나무 높이도 7∼8m에 달할 정도로 자랐다. 최근까지도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하지만 인근의 오래된 아파트를 헐고 1900가구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를 신축하고 있는 재건축조합은 이달 초 광주 서구에 ‘가로수 이식 협의’를 요청했다고 한다.
서구는 “아파트 단지 완공을 앞두고 주변도로의 확장이 필요한 만큼, 조합과 가로수를 어떻게 할지 협의했다”고 밝혔다. 서구는 기존 가로수를 옮겨 심는 방식 대신, 모두 베어내고 새로 가로수를 심는 방식을 택했다. 서구는 재건축조합에 가로수를 모두 베어내는 대신 직경 15㎝ 이상의 이팝나무 141그루를 새로 심도록 허가해줬다.
서구 관계자는 “메타세쿼이아는 성장이 빨라 가로수로는 적합하지 않고 은행나무 중 20여 그루는 열매가 열려서 악취 민원이 있었다”면서 “조합이 가로수를 모두 새로 심은 뒤 기부체납하는 만큼 향후 관리문제 등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서구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환경단체는 2019년 제정된 ‘광주시 가로수 관리조례’를 위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로수 등 도심에 심어진 나무의 무분별한 베어내기를 막기위해 제정된 이 조례는 가로수를 제거하거나 교체할 때 ‘심의위원회’에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도로와 가로수가 공존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없었고 주민의견 청취와 심의위원회 상정도 하지 않은 채 제거를 결정했다”면서 “단풍이 아름다웠던 은행나무도 그늘을 주었던 메타세쿼이아도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광주 서구는 “구에서 특정 구간의 가로수 등을 새로 심는다면 해당 조례의 적용을 받겠지만 이 경우에는 재건축 조합이 ‘원인 행위자’ 이기 때문에 조례 적용 대상이 아니다”면서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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