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석열 '2%P 패배' 길 가고 있다
이용식 주필
100일 앞 대선 자유민주 시험대
문재인은 이재명 예고편 불과
윤석열 死卽生 혁신 없인 필패
2002년 노무현-이회창 데자뷔
“이미지와 프레임 대결 완패”
뒤늦은 敗因 고백은 반면교사
100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보다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는 점이다. 이재명의 정치철학과 리더십이 자유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 자체를 시험대에 올릴 정도로 기존의 여야 경쟁 틀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현 정권에서도 삼권분립이 무너지고 ‘자유’에 대한 위협이 심각하지만, 예고편에 불과하다.
이재명은 더불어민주당에 “과감한 날치기” “한꺼번에 패스트트랙”을 주문하고, 청년들을 만나 “나도 전과자”라며 “공동체 룰”을 어겨도 된다고 했다. 압권은 ‘민주당의 이재명’ 아닌 ‘이재명의 민주당’ 선언이다. 말 그대로 되면 유일 체제다. 기본시리즈, 음식점 총량제, 토지배당 같은 정책을 확장하면 통제경제와 배급제로 나아가고 시장경제는 위축된다. 비판 언론에 가짜뉴스 누명을 씌워 겁박한다. 후보인데도 이런데, 대통령에 당선돼 권력을 휘두르면 전체주의나 인민민주주의 우려도 낳게 될 것이다.
이번 대선은 노무현·이회창의 2002년 대선과 닮은 측면이 너무 많다. 두 후보 모두 사법시험 출신이었지만, 노무현은 빈한한 집안에서 태어난 상고 학력 변호사였고, 이회창은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 졸업 뒤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새천년민주당 정권 연장이냐, 5년 만에 보수 정권으로 교체냐가 걸려 있었다. 지난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처럼, 여당은 2002년 대선 반년 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여당 선거 전략도 데자뷔 수준이다. 무차별 의혹을 주장하면 관변 매체들이 증폭시키고, 공권력은 거들거나 방임했다. 20만 달러 수수, 가회동 빌라와 기양건설 비자금, 김대업의 병역비리 폭로 등 이른바 ‘3대 의혹’을 통해 이회창의 ‘대쪽 판사’ 이미지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그때도 ‘후보 부인’을 집중 겨냥했다. 재판에서 모두 허위·날조로 결론 났지만, 대선이 끝난 뒤였다. 이회창은 57만 표(2.3%포인트) 차이로 졌다. 보수 진영은 똘똘 뭉쳤고, 민주·진보 진영은 분열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100만 표 가까이 잠식했음에도 그랬다.
윤석열의 상황은 더 불리하다. 당시엔 노무현 후보 측과 김대중 대통령의 동교동계 사이의 골이 깊어 후보 교체 시도가 이어졌고, 대선 뒤엔 분당으로 치달았다. 이재명의 문재인 차별화도 예상되지만, 그런 최악까지 이를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이재명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무정형(無定形)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물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공동정부도 불사할 것이다. 이미 DJP 연합과 노무현-정몽준, 문재인-안철수, 문재인-이정희(사퇴) 단일화 등 전례가 많다. 때마침 독일에선 좌·우·진보 정당의 ‘신호등 연정’도 성사됐다.
윤석열은 이회창에 비해 정치 기반 측면에서 훨씬 취약하다. 같은 ‘국회의원 0선’이지만 정치 감각과 임기응변에서는 이재명에 족탈불급이다. 이대로 가면 2002년보다 더 큰 표차로 패배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회창은 패배 15년 뒤 이렇게 정리했다. ‘수많은 패인 분석이 나왔으나 핵심은 내가 유권자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던 것이다. 노 후보 측이 내세운 귀족과 서민, 기득세력과 개혁세력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노 후보는 나보다 훨씬 먼저 정치권에 들어와 YS와 DJ 사이를 오간 구정치인이었지만, 돌출적 행동과 청와대와의 대립각 등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미지와 연출의 대결에서 완패했다.’(이회창 회고록2 ‘정치인의 길’ 527∼531쪽 ‘왜 졌는가’)
지금 야당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기는커녕 같은 잘못을 답습하려 한다. 이재명은 정권교체 이상의 변화 이미지를 덧칠하는 등 사생결단에 나섰는데, 야당엔 웰빙 고질이 도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필마단기로 기성 정치를 뒤엎었다. 정치 무경험을 무기 삼아 구정치와 결별하고, 21세기형 ‘K-정치’를 창출해야 한다. 핵심은 자유민주주의를 업그레이드하고 국가 혁신을 선도하는 것이다. 세계의 성공한 보수 정당들은 변화에 선제 대응함으로써 파괴적 혁명을 막았다. 사즉생 각오로 상대보다 몇 배 더 노력해야 가능하다. 구정치 문법으로 돌아가는 순간, 계속 앞서다가 대선 한 달 전에 뒤집힌 2002년 경우처럼 득표율 차 2%P 전후의 안타까운 패배를 당한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호텔방서 여성 5명과 동시 ‘맞선’… “여기가 술집이냐”
- “전국민 1억원 지급” 3번째 도전 허경영 3위 파란
- 이준석 “김종인 영입하려면 솟값 넘어 모든걸 더 얹어드려야”
- “다자대결 윤석열 46.3% 이재명 36.9%”…오차범위내 접전 조사도
- 손학규, 네번째 대권도전…29일 출마 기자회견
- 공시가 18억원 주택 종부세 81만원 vs 2159만원…26배차
- ‘지옥’ 김현주 “도전, 두렵지만 멈추지 않을 겁니다”
- [단독]“이재명 조카, 내 딸·내 아내 살해했는데 데이트 폭력이라니… ”
- 역삼동의 한 사우나, 거울문 뒤편 숨겨진 성매매업소
- 노소영 “아버지 모실곳 찾은듯”…파주 동화경모공원 유력검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