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뉴삼성' 위해 실리콘밸리식 인사제도 도입.. 연공서열 없앴다

송기영 기자 2021. 11. 2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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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005930)가 29일 발표한 인사제도 개편안은 미국 실리콘밸리 방식의 유연하면서도 수평적인 조직 문화 구축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뉴삼성’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조직 문화부터 미래 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판단 아래 이번 인사제도 개편을 직접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 중에 현지 직원들과 만나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 새로운 삼성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재계는 이번 인사제도 개편을 두고 이 부회장이 구상하는 ‘뉴 삼성’을 구체화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제도 개편안에 대해 ▲연공서열 타파 ▲인재제일 철학 실천 ▲성과관리체제 혁신 등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우선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을 위해 직급별 ‘표준체류기간’과 승격 포인트를 폐지했다. 삼성전자의 직급단계는 CL(Career Level) 4단계(CL1∼CL4)로 돼 있다. 기존 CL2(사원·대리급), CL3(과·차장급)은 각각 10년 가까이 지나야 승격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업무 성과와 직무 전문성을 증명하면 몇 년 안에도 승격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30대 과장급 직원이 성과에 따라 차장, 부장 등을 건너뛰고 바로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다.

‘부사장·전무’로 나뉘던 임원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합해 임원 직급 단계를 축소했다. 기존에는 전무를 거쳐 부사장에 승진해야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데, 임원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합하면서 40대 CEO를 발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새 인사제도는 연공서열을 타파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인재를 과감히 중용해 젊은 경영진을 조기에 육성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사내 인트라넷에 직급 및 사번 표기도 삭제하고, 승격 발표도 폐지한다. 또한 상호 높임말 사용을 공식화해 직원들이 서로 직급을 전혀 알지 못하게 했다. 삼성전자는 주요 거점에 공유 오피스를 설치하고 사업장 내 카페나 도서관 등에 ‘자율근무존’을 마련했다. 언제 어디서나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구축한 것은 실리콘밸리식의 자유로운 업무환경 조성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삼성전자’를 만들기 위해 여러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사내 FA(Free-Agent) 제도를 도입해 같은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임직원들에게 다른 직무·부서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면서 직원이 직접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부서장이 업무목표 진척도를 수시로 체크하고 직원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바로바로 가르쳐주는 ‘수시피드백’ 제도도 도입한다. 국내·해외법인의 젊은 우수인력을 선발해 상호 교환근무를 하는 STEP(Samsung Talent Exchange Program) 제도도 실시해 차세대 글로벌 리더를 양성할 계획이다.

고과 평가방식은 고성과자(10%)를 제외하고 나머지 90%에 대해서는 기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한다. 기존에는 평가등급별로 정해진 비율이 있어 상위 고과를 받으려면 부서 내 경쟁이 치열했으나, 절대평가를 확대해 임직원 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번 인사제도는 2015년 사내망에서 진행된 임직원 대토론회를 통해 임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장기간에 거쳐 글로벌 기업 벤치마킹,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을 거쳐 확정됐다. 노사협의회와 노동조합, 각 조직의 조직문화 담당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미리 내용을 설명하고 청취해 임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이 부회장은 평소 ‘임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만드는 데 큰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출장 중에도 구글, 아마존, MS 등의 경영진과 연쇄 회동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육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는 후문이다. 이번 인사 개편안에는 이 부회장의 의중이 대폭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가 이번 인사제도 혁신안에서 중점을 뒀다고 강조한 ‘인재제일 철학’은 선대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경영 철학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뉴삼성 비전을 제시한 이후 그에 맞는 대대적인 인사제도 개편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삼성그룹의 변화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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