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연휴 끝낸 미 정치권, 연말 입법전쟁 포문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2021. 11. 2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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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등 백악관 코로나19 대응팀으로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 신종 변이인 오미크론 관련 보고를 받고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백악관 제공

미국이 추수감사절 연휴를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하면서 워싱턴 연방의회는 본격적인 연말 입법전쟁을 앞두고 있다. 2022회계연도 예산안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회복지 및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뒷받침하는 법안, 연방정부 부채한도 유예 등 굵직한 법안들이 줄줄이 의회에 계류 중이다. 연말 입법전쟁 결과는 바이든 정부의 집권 첫해 성적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더러 내년 말 중간선거 전망에도 적지 않은 파급 효과를 가진다.

매사추세츠주 낸터킷의 지인 별장에서 가족과 함께 추수감사절 연휴를 보낸 바이든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 복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 복귀하자마자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등 백악관 코로나19 대응팀으로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 신종 변이인 오미크론 관련 보고를 받고 대책을 숙의했다. 의회의 연말 입법전쟁을 앞두고 갈 길이 바쁜 바이든 대통령 앞에 오미크론이라는 변수가 추가된 셈이다.

미 연방의회는 추수감사절 휴회를 끝내고 이번 주부터 각 상임위원회별로 의사일정을 본격화한다.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은 상원과 하원에서 그간 미뤄뒀던 각종 법안을 두고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말 입법전쟁의 주요 전선은 이미 시한을 넘긴 2022회계연도 연방정부 예산안, 연방정부 부채한도 연장, 바이든표 사회복지 법안인 ‘더 나은 재건 법안’ 등 세 가지다. 각 법안은 시한 내에 통과되지 못하면 정부 기능이 일부 차질을 빚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정지) 또는 연방정부의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불러올 수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2022회계연도 예산안이다. 미 의회는 지난 9월 말로 2021회계연도 종료됨에도 새해 예산안이 마련되지 않아 연방정부 셧다운이 임박하자 12월3일까지 적용되는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켜 연방정부 가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연방정부 회계연도가 종료됨에도 새해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을 때 미 의회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12월3일까지 2022회계연도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가 다시 도래한다. 의회는 아직 국방예산안인 국방수권법(NDAA)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여서 이 때까지 새해 예산안 통과는 난망한 상황이다. 따라서 또다시 임시 예산안 편성이 불가피한데 민주당은 정식 예산안 통과를 압박하기 위해 짧은 기간을 선호하는 반면 공화당은 긴 기간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정부 부채한도 유예 여부도 불씨를 머금고 있다. 미국은 법으로 연방정부 부채한도를 28조4000억달러로 묶어 두고 있는데 의회가 정기적으로 이 한도의 적용을 유예시켜줌으로써 정부가 한도보다 높은 부채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해왔다. 하지만 공화당은 지난 7월 유예 기간이 종료되자 더 이상의 연장을 거부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가 기존 채무를 이행하기 위한 추가 국채 발행을 하지 못해 사상 초유의 미국발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위기감이 고조되자 공화당은 연방정부 부채한도를 기존보다 5000억달러 높여주는 방안에 동의했다. 하지만 미 재무부는 새로 설정된 28조9000억달러의 부채한도가 12월 중순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의회가 기존 부채한도를 다시 높이거나 부채한도 적용을 유예하지 않을 경우 미국발 디폴트 위험이 다시 가시권에 들어올 수 있다. 공화당은 부채상한을 추가로 유예해줄 뜻이 없다면서 민주당이 정 원하면 예산조정권을 활용해 민주당 단독으로 부채한도를 높이라고 촉구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예산조정권 카드를 2조달러 규모의 사회복지 및 기후변화 법안 통과에 쓰기로 전략을 세워둔 상황이다.

더 나은 재건 법안은 민주당 내 이견 조정이 관건이다. 미 의회가 이달 초 통과시킨 인프라법과 쌍둥이 법안인 이 법안은 건강보험, 교육과 보육, 기후변화, 이민, 세제 등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이 3조5000억달러 규모로 제안했다가 공화당과 민주당 내 중도파의 반발에 밀려 1조7500억달러로 규모를 축소했다. 하원에서 민주당 주도로 법안 심의가 이뤄지면서 이민 관련 예산 1000억달러, 유급 가족휴가 예산 2000억달러가 추가돼 2조달러 남짓의 규모가 됐다.

민주당은 공화당과 의석을 절반씩 나눠갖고 있는 상원에서 예산조정권을 활용해 공화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우회하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이 법안이 너무 과도하다고 줄곧 반대 의사를 밝혀온 조 맨친, 커스틴 시네마 등 민주당 내 보수파 상원의원의 설득 여부다. 예산조정권 전략이 성공하려면 단 한 명의 민주당 상원의원도 이탈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일단 맨친 의원은 유급 가족휴가에 반대한다고 밝히고 있어 상원 심의 과정에서 이 조항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하원의 민주당 진보파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민주당 지도부로선 진보파와 보수파를 모두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또한 예산조정권은 예산 관련 법안에만 엄격하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예산조정권 적용 대상이 아닌 항목을 가려내는 작업도 거쳐야 한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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