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융합 선도기업 IR] 제조업을 위한 AI 표준 플랫폼 개발하는 디엘정보기술

이창훈 2021. 11. 2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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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생산성과 제조업 경쟁력 AI 기반 업그레이드 '역사적 시도'
DLIT, 다양한 분야 정보기술 접목해온 경험과 노하우 빛 발해
박수철 대표 "AI 전문인력 투자 노력 전 산업분야로 확산돼야"
*기사 하단에 기업 소개 네이버TV 동영상 링크

국민적 4차산업혁명 열기 ‘AI융합 지원사업’으로 결실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의 대국으로 AI 시대의 전격적 도래를 알린 알파고는 범국민적 4차산업혁명 담론을 몰고 왔다.

AI가 다른 나라 아닌 한국에서 한국이 낳은 세계 최강 프로 바둑기사를 완패시키면서 한국인들은 AI 시대를 충격적으로 체감했다.

이듬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 위원회’를 신설했고 수많은 스터디 그룹과 관련 서적과 유튜브 해설영상이 봇물을 이뤘다. 이른바 ‘조국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 한국은 ‘4차산업혁명의 나라’였다.

당시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인 사람이라면 4차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가 ‘융합’이라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4차산업혁명의 프로토타입인 독일의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이 바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을 의미한다.

‘알파고 임팩트’로부터 4년이 지난 2020년부터 지역의 전통 특화산업과 AI의 융합이라는 뜻깊은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주관하고 충청북도, 충북과학기술혁신원이 AI 실증랩을 운영해 지원하고 있는 ‘AI융합 지역특화산업 지원사업’이다.


DLIT, 다양한 업역 체험으로 AI 공급기업 협업 조율

전국의 정보기술 선도기업과 충북 지역내 전통기업이 협업해서 제품개발과 제조현장, 온라인 마케팅을 위한 판로개척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AI 플랫폼을 개발하는 민관합동 정책과제다.

AI 솔루션의 ‘수요기업’인 충북지역 기업으로는 바이오헬스분야 6개, IT 분야에서 6개 기업이 참여하고 AI 솔루션의 ‘공급기업’인 정보기술 기업도 6개다.

6개 공급기업의 협업 시스템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은 곳이 디엘정보기술(DLIT)이다.

소재지가 충북이어서 수요기업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장점 때문만이 아니다.

건설가설재, 소방설비 관리와 반도체 공장관리 등 20여개 분야의 운영시스템을 개발하면서 비즈니스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바이오헬스, IT, 코스메틱 등 다양한 산업영역을 아우르는 메타 비즈니스 설계에 강점을 가진 기업이 디엘정보기술이다.

박수철 디엘정보기술 대표가 충북 청주시 청원구 본사 사옥에서 AI융합 지원사업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창업 21년차를 맞고 있는 디엘정보기술 박수철 대표는 섬유, 의류, 부동산, 금융 등 복합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대농그룹 출신이다.

그룹 전산실에서 근무하다가 IT 솔루션 부문을 맡아서 분사한 EBO(Employer Buy Out) 형태로 디엘정보기술을 출범시켰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으로서 정부의 AI융합 지원사업에 참여한 데는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의 기업 철학과 이번 정부사업에 참여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2000년 10월 충북 청주에서 창업해 지난 21년간 주로 제조기업에서 필요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개발해 왔습니다. 제조업 현장에서 일손을 덜고 효율성을 제고시킬 솔루션은 일종의 꿈과 같은 기술입니다. 다양한 제조업 분야를 개척하던 대농그룹에서 수행하던 업무의 연장선이었지요. 대농그룹만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대부분의 기업이 필요로 할 것이라는 확신이 서면서 조직 안에 안주하기 보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EBO 형태로 창업에 나서는 길을 택했습니다. 회사 명칭인 디엘(DL)은 꿈(Dream)을 현실로 연결(Link)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조직생활을 통해 무엇보다 연구개발(R&D)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수익의 10%는 반드시 R&D에 투자한다는 경영원칙을 세우고 우수한 연구인력을 확보해 왔습니다. 특히 지역 특화산업을 넘어 세계적인 기업이 된 심텍이나 에코프로비엠 등의 성장과 함께 하면서 반도체, 기계제조, 화학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왔습니다.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서 개발자 65명이 200여개 고객사의 솔루션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 참여 역시 디엘정보기술의 연구개발 역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국내 제조업과 AI 융합은 아직 걸음마...프로젝트 12개중 8개 최초 시도

박 대표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커녕 인터넷 비즈니스가 본격화되기도 전인 2000년부터 이른바 ‘굴뚝 산업’과 정보기술의 융합이라는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과 업계의 변화 추이를 지켜봐 온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 그가 보는 ‘융합’의 현주소와 미래는 어떤 것일까.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의 경우도 비슷하다고 봅니다만 제조기업의 AI 도입은 걸음마 수준입니다. AI융합 지역특화산업 지원사업에서 진행 중인 6개 기업의 프로젝트가 12개인데 이중 70% 가량인 8개가 처음해 보는 시도입니다. 제조업이 AI라는 엔진을 제 몸에 맞게 개발해서 그 엔진의 힘으로 움직이게 되기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하고 민간이 적극적인 투자로 뒷받침하면서 시너지를 일으키는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 제조업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결정적인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제조업과 정보기술의 접목을 실현시킬 가장 중요한 기술은 무엇일까. 디엘정보기술이 그동안 선보여 온 다양한 업종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생산관리(MES), 공급망관리(SCM) 시스템 등은 범용성이 크긴 하지만 제조업이 인공지능과의 융합으로 나아가기 위한 가교로서는 미흡하다. 박 대표가 생각하는 AI 융합의 핵심기술은 무엇일까.


창업초부터 빅데이터 활용 플랫폼 개발해 AI 솔루션 ‘테레사’로 진화

“잘 아시다시피 2016년 알파고의 등장으로 막연하게만 인식되던 AI가 현실 속으로 성큼 다가오게 됐습니다. 저희 디엘정보기술은 오래전부터 제조업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를 위한 플랫폼을 개발해 왔습니다. 딥러닝 기술이 나오기 전인 1세대 알파고도 수 천개의 바둑 기보에서 얻은 빅데이터로 개발됐듯이 데이터의 마이닝과 소싱은 특정 과제를 수행하는 AI 알고리즘 개발에서 필수적이죠. 디엘정보기술은 창업초기부터 제조업 분야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관리해서 알고리즘 형태로 활용하기 위한 BI 시스템을 개발해 왔습니다. 그 결과물이 테레사(TERESA)입니다.
디엘정보기술이 개발한 AI 플랫폼 테레사(TERESA) 주요기능 안내화면
여기에 최근의 첨단 AI 개발 기술을 접목해서 다양한 제조업 분야의 AI 솔루션 개발이 가능하도록 발전시켰습니다. 테레사가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수요기업들의 문제점(AS-IS)을 파악하고 다양한 요구사항(TO-BE)을 해결하는 AI솔루션 개발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테레사는 시각적인 대시보드 인터페이스를 통해 공동작업이 가능하고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어서 AI 알고리즘 개발에 매우 효율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산업사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AI융합 프로젝트이다 보니 어려운 점도 많았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21년간 쌓아온 자사의 업력이 바로 이 프로젝트를 위한 것이었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처음이다 보니 당연한 일이지만 벤치마크할 모델이 없다는 막막함이 애로였습니다. 제조기업들에게 꼭 필요한 AI 과제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어떻게 구현 할 것인가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과 데이터의 신뢰성 확보가 특히 어려웠습니다. 저희 회사가 일찍부터 개발해서 사용 기업들의 피드백을 받고 발전시켜온 테레사 알고리즘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6개 AI 공급기업 중 2개 기업과 테레사의 플랫폼을 공유해서 프로젝트 진행에 탄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테레사는 제조 기업에서 어느 정도의 AI 지식이 있으면 일부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 협업이 가능합니다. AI 솔루션이 개발된 후에도 테레사를 이용해 업그레이드나 유지 보수를 제조 기업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어 사후 관리에도 유용합니다. 말하다 보니 회사 자랑만 하게 되는 것 같은데 지난 20여년 간 다양한 제조기업과 호흡하면서 솔루션을 만들어 온 것이 오늘 이 프로젝트를 위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조기업들의 AI 인력 확충이 관건...전 산업에 인력 투자 확산돼야

‘손바닥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난다’라는 상용어대로 공급기업 뿐 아니라 수요기업도 AI 기술을 이해하고 협력할 준비가 돼 있어야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AI 분야에 투자할 여력이 없었던 수요기업들이 과연 어느 정도 수용 기반을 갖추고 있을지 궁금했다.
박수철 대표가 AI솔루션 수요기업인 생활용품제조업체 리파코 관계자와 제품 구매발주 예측 시스템 개발 프로그램을 상의하고 있다.
“지금은 모든 산업 분야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이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그중에서도 제조 관련 AI 전문 인력난은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제조 기업 중 대기업은 인력 확보와 R&D 투자 여력이 있는 편이지만 중견, 중소기업은 인적자원도 드물고 인건비도 많이 들어가는 AI 전문인력을 자체로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디엘정보기술도 이 분야 일을 시작할 때 지역내에서는 인력을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 실시를 염두에 두고 3년 전부터 AI 부서를 만들고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육성해 30여명의 전문가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AI 전문가들이 없는 수요기업, 즉 제조기업들은 솔루션 개발 이후에도 유지 운영을 위한 인력이 있어야 합니다. 일단 1년간은 공급기업들과 무상 유지보수 맺도록 돼 있는데 그 다음이 문제일 겁니다. 제조기업의 AI 인력 기반이 고도화되고, 이를 위한 투자가 전 산업에 확산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AI 실증랩’은 이번 프로젝트에 생명을 부여할 인큐베이터

이번 AI 융합 프로젝트는 처음 실시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한계점을 안고 있다고 한다. 수요기업과 공급기업간 AI 인력과 연구기반의 불균형 말고도 개발된 솔루션이 목적대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행히 이 부분에서는 처음부터 유용한 검증시설이 갖춰져 있다고 한다. 충청북도와 충북과학기술혁신원이 설립 운영하는 AI 실증랩이다. “AI 실증랩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만들어진 솔루션이 실제로 제조기업의 생산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검증하는 것보다도 훨씬 결정적이고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솔루션이 빅데이터와 결합돼 실제로 작동되게 해주는 인큐베이터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때로 인큐베이터에서 성장하는 기간이 필요하듯이 AI 실증랩은 AI 솔루션에 생명을 부여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증랩에는 제조기업의 운영에서 축적된 방대한 산업용 데이터와 초고속 컴퓨팅 파워 플랜트가 갖춰져 있습니다. 여기서 최소한 3~4시간, 보통 12시간 이상 데이터를 입력해 가동을 시켜야만 솔루션이 제 기능을 할 수 있거든요. 얼마나 목적에 부합하게 작동하는지는 그 다음 문제입니다.”
지난 5월 충북 AI 실증랩 개소식에서 제막 행사를 진행 중인 내빈들 . 왼쪽부터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김창용 원장, 과기정통부 조경식 차관, 변재일 국회의원, 이시종 충북도지사, 송미애 충북도의회의원, 충북과학기술혁신원 노근호 원장.
AI융합 프로젝트가 과연 산업경쟁력 업그레이드에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박 대표는 성과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모든 산업분야에서 좀더 빠르게 좀더 과감하게 융합 프로젝트가 진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조업에 AI를 융합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통해 무엇보다 제조 분야 AI 전문인력 육성의 필요성을 깊이 느꼈으리라 봅니다. 우리나라는 제조기업의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입니다. 제조기업의 AI 경쟁력은 폭넓은 개념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통해 구현해야 하고 이것을 얼마나 빨리 추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디엘정보기술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전문가들이 제조기업의 DX를 원스톱 서비스로 지원하기 위한 디플러그(D-PLUG) 플랫폼을 개발해 내년 1월 오픈할 예정입니다. AI 융합은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국가의 지원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프트웨어기업과 장치산업 등 다양한 기업간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협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디자인하고 조율해 낼지에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봅니다.” 이창훈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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