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침수·화재 대응력 향상"..'배수량 3배' 고성능 펌프 개발

[경향신문]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해양경찰이 공동 개발한 새로운 펌프로 물 분사거리를 시험 중인 모습. 기존 펌프보다 분사거리가 50% 늘어났다. 생산기술연구원 제공

선박 침수사고 때 배 밖으로 물을 신속히 퍼내 침몰을 막거나 화재 사고 때 먼 거리에서 물을 뿌려 진화 작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고성능 펌프가 개발됐다. 연구진은 기존 펌프보다 배수량은 3배, 물 분사거리는 50% 향상시켰다며 해상 구난 능력을 높일 중요한 장비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해양경찰청과 공동으로 선박에서 일어나는 침수와 화재 사고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고성능 배수펌프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펌프는 침수 사고가 난 선박 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바닷물을 배 밖으로 빠르게 배출하거나 소방호스와 연결해 불이 난 선박에 물을 뿌리는 데 이용하는 필수적인 해상 구난 장비다. 바다에 가라앉는 선박과 불에 타는 선박을 구하는 일석이조 기능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피해가 생긴 선박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초동대응을 하는 100t 이하 소형 해경함정에서는 기동성을 확보하려고 시중에서 판매하는 가벼운 ‘육상 양수기’를 쓴다. 배수량이 적고, 소화수 분출거리도 짧아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연구진 기술의 핵심은 엔진의 힘을 이용해 물을 빨아들일 때 쓰이는 펌프의 핵심 부품인 ‘회전체’ 설계를 변경해 흡입 능력을 크게 끌어올린 것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펌프는 기존 펌프와 크기는 비슷하지만, 배수량을 1분당 약 500ℓ에서 1500ℓ로 3배 늘렸고, 물 분사거리도 25m에서 37m로 50% 가량 연장했다.

게다가 연구진은 기존 장비와 달리 엔진과 펌프를 부드러운 재질의 케이블로 연결해 휴대성을 높였다. 상용화한다면 해상 구난뿐만 아니라 집중 호우와 홍수 등 수해 현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연구진을 이끈 김진혁 생산기술연구원 박사는 “기술 이전을 희망하는 펌프 전문 기업을 발굴해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해양경찰이 공동 개발한 새로운 펌프의 실물 모습. 물 흡입능력을 좌우하는 ‘회전체’의 성능을 개선했다. 생산기술연구원 제공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