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C 웨이퍼 '한우물' 20년..반도체의 '고려청자' 양산 도전 [헤경이 만난 인물-쎄닉 구갑렬 대표]

2021. 11. 29. 11:1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를 생산하는 혁신기업 쎄닉의 구갑렬 대표가 자사의 공정을 한 마디로 요약한 표현이다.

이와 달리 SiC 웨이퍼는 실리콘과 카본을 합성한 분말로 제작한다.

6인치 SiC 웨이퍼 생산이 가능한 업체는 전 세계 4곳뿐이다.

하지만 쎄닉은 SiC 웨이퍼 개발과 생산과정에 필요한 핵심 장비와 설비 대부분을 자체 개발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초고난도 6인치 개발·국내 생산 성공
세계 4곳만 생산 가능..국내선 유일
전기차·발전 엄청난 지렛대 될수 있어
"동료들 이탈자 한명 없이 함께 개발
정상 우뚝 설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
구갑렬 쎄닉 대표이사는 SiC 반도체 웨이퍼의 국내 자체 생산을 통해 ‘메이드 인 코리아’ 얼라이언스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23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구갑렬 쎄닉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상섭 기자

대담 : 홍길용 증권부장

“고려청자를 대규모로 생산하는 기술에 비유한다면 지나친 것일까요?”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를 생산하는 혁신기업 쎄닉의 구갑렬 대표가 자사의 공정을 한 마디로 요약한 표현이다. 세계적으로도 이 기술을 자체 확보한 곳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일반적인 반도체 웨이퍼는 보통 실리콘(Si)으로 만든다. 이와 달리 SiC 웨이퍼는 실리콘과 카본을 합성한 분말로 제작한다. 약 1500도의 열이 필요한데, 그래도 성장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SiC 웨이퍼는 2300도까지 온도를 올려야 한다. ‘블랙박스’에서 공정이 진행되므로 밖에서 상황을 확인할 수도 없다. 고려청자도 일단 가마에 들어가면 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 가마에서 나온 후 흠이 발견되면 깨뜨리고, 다시 만들어야 한다. 고온고압에서 만드는 만큼 열과 압력 등 가혹환경에서 실리콘 웨이퍼 보다 내구성이 월등히 강하고, 작으며, 효율도 높다. 전기차와 발전, 서버, 로봇 등에 사용되는 전력반도체에 꼭 필요하다. 쉽게 말해 전력반도체가 없으면 전기차를 만들 수도,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할 수도 없다.

구 대표는 평생을 전력반도체 핵심소재인 SiC(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 분야에 종사해왔다. 동의대에서 관련 학사·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박사 과정을 수료, 2004년 크리스밴드를 창업했다. 창업 초기만해도 2인치짜리 SiC웨이퍼는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크기가 더 커 효율이 높은 기존 실리콘웨이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10년 SKC의 합류 제안을 받아 회사를 접고 동료들과 함께 SK그룹의 일원이 된다. 이후 4인치 개발에 성공하고 2016년에는 6인치 개발에 나선다. 2019년에는 6인치 기술 확보에 성공한다.

“SiC 반도체에 대한 국내기업들의 인식이 바뀐 것은 코로나19가 큰 계기가 됐습니다. 이전까지 필요하면 해외에서 사서 쓰면 된다는 분위기였죠. 그런데 미중 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코로나19와 수요 폭증으로 인해 반도체 공급 대란이 펼쳐지면서 국내 자체 생산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죠”

6인치 SiC 웨이퍼 생산이 가능한 업체는 전 세계 4곳뿐이다. 국내에는 없다. 1·2위 업체가 점유율 70%를 차지할 정도로 기술독점이다. 쎄닉이 6인치 생산에 들어간다면 국내 전기차, 발전, 서버, 로봇 산업에는 그야말로 엄청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간판 반도체 업체들은 대부분 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장비와 설비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반도체에 천문학적 투자가 이뤄져도 과실 대부분이 유럽이나 미국, 일본의 업체들에 돌아가는 셈이다. 하지만 쎄닉은 SiC 웨이퍼 개발과 생산과정에 필요한 핵심 장비와 설비 대부분을 자체 개발했다. 쎄닉의 성공은 국내 여러 협력업체들에게도 함께 성공할 기회가 되는 셈이다.

“이전까지 우리나라에 없던 전력용 반도체 웨이퍼 공급망을 우리끼리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합쳐지면서 관련 기업들간의 연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얼라이언스’라고 할까요? 조인트벤처(JV)와 공동개발 등의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의 핵심 기술로 키워가기 위해서죠. 우리가 한 분야에서 글로벌 핵심기술을 가지면 다른 나라의 기술 무기화에 대응할 힘이 그만큼 커지게 되는 거죠”

구 대표는 현재의 6인치에 만족하고 않고, 8인치로 개발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다. 반도체용 웨이퍼는 크기가 클수록 효율이 높아진다. 앞서 시장을 선점한 해외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개발경쟁이 불가피하다.

“SKC에서 쎄닉으로 옮길 때 20여년간 개발을 함께 해온 동료들 중 한 사람도 이탈하지 않았죠. 지난 세월 반도체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국내외 여러 곳에서 영입제의도 여러 차례 받았지만 동료들 모두 ‘우리의 기술로 승부를 걸자’는 일념으로 지금까지 함께 했습니다. 세계 정상에 우뚝 설 때까지, 그 이후에도 멈추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서 구 대표는 인터뷰 마지막에 한 가지 당부를 했다. 기초과학과 소재 등에 대한 관심과 투자다.

“앞으로도 자원과 기술의 무기화가 계속될지 모릅니다. 가장 치명적인 무기가 기초과학과 소재기술에서 비롯된 역량들이죠. SiC 웨이퍼도 단기간에는 결코 확보하기 어려운 기술입니다. 저희 분야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기초과학이나 소재 등 기술의 가장 근원적인 부분에 연구가 활발히 이뤄져야 합니다. 인재들이 연구와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기업들은 물론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아울러 사회적으로도 이 같은 노력을 하는 이들을 높이 평가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리=김성미 기자

bigroot@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