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제약사 "모더나 같은 백신 만들 터"..복제 착수

윤종석 2021. 11. 2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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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불평등 해소' 아프리카 외로운 싸움 시작
3년 걸릴 전망..모더나, 2년 단축할 기술전수 거부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은 백신이 부족하고 접종률이 낮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 출현해 전파됐다.

남아공은 선진국의 백신 공급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판단하고 모더나 백신 복제에 나섰지만 모더나 측이 기술 제공을 거부한 탓에 3년 안에는 백신 개발을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자체 기술력으로 모더나 백신 복제약 개발에 나선 남아공의 외로운 싸움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남아공에선 케이프타운의 '아프리젠 바이오틱스 앤 백신'(이하 아프리젠)이라는 제약회사가 모더나 백신의 복제 개발에 착수했다.

아프리카에선 선진국의 백신 기부나 세계기구의 백신 공여 정책만으로는 백신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기에 자체적인 백신 개발에 나선 것이다.

요하네스버그에서 PCR검사 대기 중인 남아공 시민 [AP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12억명의 아프리카 인구 중 6%만이 백신을 접종했다.

아프리카 자체 백신 개발의 필요성은 최근 발견된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더욱 절실해졌다.

아프리젠은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의 지원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첫 m-RNA 백신 개발의 허브가 됐다.

아프리젠은 모더나 백신 복제품을 개발하려 하지만 백신 제조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더나가 지식재산권을 거론하며 기술 공유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프리젠은 이미 공개된 정보와 외부 전문가 자문만으로 백신을 개발 중이다.

아프리젠 임원 페트로 터블랑쉐는 "모더나가 도와준다면 백신 개발은 1년 안에도 끝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3년으로 개발 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터블랑쉐는 "우리가 임상 3상으로 가고 저소득국에 백신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면 매우 흥미롭겠지만 모더나는 '안된다. 그렇게 할 수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프리젠은 모더나 백신과 100% 같은 제품을 만들 수는 없지만 가장 가까운 형태로 만들고, 그것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게다가 모더나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해야 하고 냉장 보관이 필요 없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도 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국제공항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아프리젠은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면 다른 저소득 국가 제약사에 기술을 공유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해야만 '백신 불평등'의 되풀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더나는 작년 남아공과 세네갈, 르완다 등지에 5억 달러를 투입해 자체 백신 공장을 설립하고 매년 5억 도즈의 백신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프리젠의 기술 제공 요청은 외면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남아공과 인도의 요청에 의해 코로나19 백신 제조 기술과 관련한 지식 재산권을 일시적으로 포기하는 방안을 논의하려 했지만 회의는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인해 연기됐고 추후 회의 날짜도 정해지지 않았다.

그동안 아프리카 국가들은 백신을 확보하는 데 선진국의 기부나 UN의 지원으로 가동되는 프로그램인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가비) 등의 도움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프리카도 자체 백신 개발에 나서는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회의 연기가 결정되기 전 "합의 도출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단순히 지적 재산권을 공유하는 것만 아니라 백신 공급망의 무역 규제를 완화하거나 백신 생산과 유통 등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문제 등에서도 합리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미크론 확산 중인 남아공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시민들이 거리 노점에 앉아 있다. 남아공에선 코로나19 신종 변이 오미크론이 확산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모더나는 앞서 팬데믹 기간에는 코로나 백신과 관련한 지적 재산권 침해 주장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비공식적인 권리 포기를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모더나의 권리 포기가 팬데믹이 끝났을 때는 복잡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당 기술을 이용해 백신을 생산하는 제약사들은 팬데믹 이후에는 모더나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바이러스학자인 마리폴 키니는 "제약사들이 라이선스 합의를 하지 않는다면 WTO에서 이뤄진 모든 지식재산권 포기 합의에는 시간제한이 설정된다"라고 말했다.

남아공의 인권 변호사인 파티마 하산은 "모더나가 기술 지원은 하지 않고 아프리카에 자체 공장을 세우려 하는 것은 식민지배 통치술인 '분할통치'(divide and rule)와 같다"라고 비판했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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