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모르는 건 가르치며 갈 수 있지만 알면서 왜곡하는 건 못보겠더라" [스팟+터뷰]

조문희 기자 2021. 11. 2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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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스팟+터뷰]는 정치권 안팎에서 주목해볼 만한 인물을 짧지만 깊이있고 신속하게 인터뷰하는 코너입니다.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수락 결심
이재명 ‘데이트폭력’ 변호 보도 영향
민주당 내 전문가, 왜 침묵하나 의문
여성 등 ‘약자 보호’ 정책낼 계획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여성폭력방지위원회 긴급회의에서 참석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모르는 건 가르치며 갈 수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57)는 29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는 이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가 발표한 선대위 추가 인선에서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과거 조카를 변호하면서 주장한 내용을 보고 윤 후보 측 합류를 결심했다고 했다. 살인사건을 ‘데이트 폭력’으로 지칭하고 변호 전략으로 ‘음주감경’, ‘충동장애’ 등 심신미약 사유를 동원한 것이 평소 범죄심리학 연구자로서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 후보 주변과 민주당의 대응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에는 여성전문가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왜 그런 문제들에 조용히 하고 계시는지 잘 이해가 안됐다. 잘 알면서 왜곡하는 건 못보겠더라.”

이 교수는 윤 후보의 여성 정책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책이) 너무 빈약하기 때문에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가 직접 이 교수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윤 후보에게) ‘다양한 약자보호 정책을 제가 내도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니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이 교수는 ‘여성 정책’이란 말이 나올 때마다 ‘약자 보호’라는 단어를 덧붙였다. “남성 정책과 여성 정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정남규라는 연쇄살인범이 처음 연쇄살인을 시작한 성별은 남자 중학생 두 명이었다.”

이 교수와의 인터뷰는 선대위 합류가 확정된 이후 처음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 윤석열 후보 선대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게 됐다.

“어제 (윤 후보 측과) 통화하면서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오늘 수용 사실을 알린 것이다.”

- 선대위 합류를 결심한 계기가 있나.

“나름대로 판단 기준이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지적해 왔던 일들, 주장한 바에 위배되는 사항이 많아서 그 쪽(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으로는 갈 수가 없었다. 예를 들자면 ‘심신미약’ 주장 근거가 ‘음주감경’이었다는 것이 참 인권변호사로 이해가 안됐다.”

- 여성정책에 상대적으로 관심 보여 온 정의당이나 민주당에 합류하지 않을까 했다.

“정의당과는 한창 얘기가 오갔다. 안철수(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여성정책 발표한 내용을 보니 내 논문을 상당부분 반영한 것 같았다. 정당을 가리지 않고 요청이 있을 때마다 도움을 줬다. 하지만 민주당과는 박원순(전 서울시장) 때부터 어긋나기 시작해서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된 걸로 보였다. 한동안 (국민의힘) 성폭력 특위에 들어가서 스토킹처벌법을 입법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교류가 있었다. 특히 여성 의원들과는 법률개정을 계속 같이 해왔고, 조두순 출소 시점에 보호수용제도 제안했다. 민주당은 그런 철학과는 굉장히 좀 다른 분이 (대선)후보가 되셨더라. 사실은 살인사건인데 ‘데이트폭력’이라 말한 것이 이해가 안됐다. 그것도 한 건이 아니라 두 건이지 않나. 하나는 충동장애를 이유로 심신미약을 주장했고, 하나는 음주감경을 이유로 들었다. 우리 집 식구 중에도 변호사 많다. 하지만 그런 변론은 하면 안되는 것이다.”

- 최근 이재명 후보 관련 보도가 마음 굳히는 데 영향을 줬다고 보면 되나.

“당연히 영향을 줬다. 내가 결심한 것이 일주일 사이이니까(윤 후보 측에서 이 교수에게 선대위 합류를 제안한 것은 지난 21일이다). 물론 이쪽(윤 후보)도 정책 방향이 기울어져 있는 것 같았고, 마지막까지 (내) 합류가 쉽지 않았던 당내 사정도 있던 것 같다. 외면하는 것도 한가지 답이었을텐데, 외면을 할 수가 없다는 게 저의 마음이었다.”

- 윤석열 후보의 여성정책에서 바뀔 부분이 있지 않나.

“너무 빈약하기 때문에 가는 것이기도 하다. 이쪽 팀은 이해도가 많이 낮구나 (싶었다). 나 같은 인력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도움 달라고 요청을 하니 도움을 줘야겠다 생각한 거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저를 반대하는 사람도 당내에 있다 보니까, 더더욱 도움 줄 필요성이 있구나 생각하게 됐다. 민주당에는 이미 여성전문가들이 많다. 그런데 그분들이 왜, 지금 그런 문제들에 조용히 하고 계시는지 잘 이해가 안됐다. 사람을 스물 몇 번 찔렀는데, 데이트폭력이라고 발언했다는 데도 그 전문가라는 분들이 아무 말이 없지 않나. 피해자를 예전에(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이 불거진 이후) 피해호소인이라 한 것처럼. 그게 이해가 안가고 용납이 안됐다. 그런데 (윤 후보는) ‘(이 교수가 캠프의) 부족한 부분 채워줄 수 있다’, ‘와달라’ 이렇게 나오니까. 잘 모르는 건 가르치며 나아가면 되지만, 잘 알면서 왜곡하는 건 못보겠더라.”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도 ‘이수정 교수는 당에 맞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그런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옛날 한나라당때부터 당을 지지해온 전통적인 부류는 아니니까. 당적을 한번도 가져본 적도 없고. 국회의원 될 생각 눈곱만큼도 없다. 다만 미래가 걱정이 되니까, 그래서 (윤 후보를) 돕기로 한 거다. 만에 하나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여성정책이 너무 빈약하지 않나. 제안하고 싶은 정책이 많았다. 형법에 심신미약 기준도 못마땅했고, 스토킹처벌법도 입법과정에 깊이 개입했는데 입법 이후에도 여성들이 계속 죽어나간다. 법 개정만으로는 안되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면 경찰의 실제 업무에서 고쳐야 할 점이 많은데, 그건 내가 밖에 있으면서는 할 수가 없는 일이다. 여성 단체가 십수년 주장해도 해결이 안된 사안이다. 내부로 간다는 게 꼭 무슨 자리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목소리가 설득력이 있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설득이 안되는 문제들이 있어서, 그래서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 민주당에선 와달라는 제안이 있었나.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없었다.”

- 선대위원장으로서 2030 여성 유권자 표심을 어떻게 공략할 생각인가.

“남성 정책과 여성 정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정남규라는 연쇄살인범이 처음 연쇄살인을 시작한 성별은 남자 중학생 두 명이었다. 여자들만 피해자가 되는 것이 아니고, 약자가 안전하게 보호받는 세상 만들자는 생각에서 이 일(범죄심리학 연구)을 시작했다. 그걸 일부 사람들이 페미니스트라고 호도한 거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이, 강력범죄 피해자 80%가 여성이다. 약자보호 정책을 내면 낼수록 반대입장에서는 여성 정책만 나온다, 페미니즘이다 그런 편견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중심주의를 설파하고 약자를 보호하자고 주장하는 게, 기울어진 형사사법제도를 조금이라도 균형 맞추는 일이라고 확신했다. 영미법 국가들처럼 회복적 정의까지는 못가도 스토킹처벌법이 뻔히 있는데 피해자가 죽는 일은 막아야하지 않나. 최소한의 것을 하는 데라도 도움이 된다면 민주당이건 국민의힘이건 당이 중요한가, 그런 생각이다. 저의 뜻을 받아들여주겠다면 후보가 누구냐가 중요한 거지. 그런데 윤후보가 도와달라고 했다. ‘다양한 약자보호 정책을 제가 내도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니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 윤 후보가 직접 연락했나.

“그렇다.”

- 윤 후보는 ‘건강한 페미니즘’ 등 발언으로 종종 논란을 일으켰는데

“래디컬리즘하고 페미니즘하고 혼동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모르는 거야 설명하면 되는 일이다. 페미니즘은 문제가 아니다. 그간 여성들은 세상에서 중심이 아닌 시절을 살았잖나.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살던 시절이 있었는데, 많은 여성들은 페미니즘을 누구의 보조적인 역할을 넘어 ‘나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정치적 이슈로 비화돼서 남용되는 느낌이 있다. 약자를 보호하자는 건 페미니즘만의 주장이 아닌데, (지금 논쟁은) ‘정남규가 죽인 남자 아동에게는 적용하지 말라는 얘기냐’, 이런 수준의 논쟁이다. 의미가 없다. 지금까지 나는 인구를 반으로 갈라서, 절반에만 유리한 정책 만들자고 호소했던 적이 없다. 약자를 보호해달라, 피해자 피해 회복되게 해달라, 아주 기본적 전제와 원칙 위해 노력해왔던 것이다.”

- 공동선대위위원장으로서 어떤 정책에 주력할 생각인가.

“아직 선대위에 가지 않아서, 당장 정확히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윤 후보가) 많은 분들에게 좋은 후보가 될 수 있으려면 어떤 빈 공간을 채워야 하는지, 그 고민을 해나가야 할 것 같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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