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문화부터 바꿔라..이재용, 실리콘밸리식 조직문화 승부수
연공서열 타파해 30대 임원·40대 CEO 발탁 가능..'뉴삼성' 초석될듯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김철선 기자 = 삼성전자가 29일 미국 실리콘밸리식의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을 지향하는 내용의 새로운 인사제도를 마련했다.
새 인사제도에는 '뉴삼성'으로 도약하려면 일하는 문화부터 미래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인사 실험이 다른 기업들의 '일하는 문화'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30대 임원·40대 CEO도 탄생 가능
이번에 개편한 새 인사제도는 ▲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으로 변화 가속화 ▲ 임직원들의 몰입과 상호 협력 촉진 ▲ 업무를 통해 더 뛰어난 인재로 성장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우선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을 위해 직급별 '표준체류기간'과 승격 포인트를 폐지하고 과감한 발탁 승진이 가능하게 한 점이 눈에 띈다.
삼성전자의 직급단계는 CL(Career Level) 4단계(CL1∼CL4)로 돼 있다.
기존 CL2(사원·대리급), CL3(과·차장급)는 각각 10년 가까이 지나야 승격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업무 성과와 직무 전문성을 증명하면 몇 년 만에도 승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부사장·전무'로 나뉘던 임원 직급을 '부사장'으로 전격 통합해 임원 직급 단계를 축소했다.
기존에는 능력을 인정받아도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앞으로는 과감하고 빠른 승진이 가능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30대 임원, 40대 최고경영자(CEO)도 나올 수 있는 제도적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사내 인트라넷에 직급 및 사번 표기도 삭제하고, 승격 발표도 폐지한다.
또한 상호 높임말 사용을 공식화해 직원들이 서로 직급을 전혀 알지 못하게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할 때 직급이나 연차가 개입될 여지를 없애고, 능력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주요 거점에 공유 오피스를 설치하고 사업장 내 카페나 도서관 등에 '자율근무존'을 마련해 언제 어디서나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구축한 것도 실리콘밸리식의 자유로운 업무환경 조성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분석된다.
직원 간 협력·인재 육성 강화
고과 평가방식을 고성과자(10%)를 제외하고 나머지 90%에 대해서는 기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한 점도 눈에 띈다.
기존에는 평가등급별로 정해진 비율이 있어 상위 고과를 받으려면 부서 내 경쟁이 치열했으나, 절대평가를 확대해 임직원 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임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도 마련했다.
부서장이 업무목표 진척도를 수시로 체크하고 직원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바로바로 가르쳐주는 '수시피드백' 제도를 만든 점이 대표적이다.
사내 'FA'(프리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해 같은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임직원들에게 다른 직무·부서로 전환할 기회를 부여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이번 인사제도는 2015년 사내망에서 진행된 임직원 대토론회를 통해 임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장기간에 거쳐 글로벌 기업 벤치마킹,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을 거쳐 만들어졌다.
또 노사협의회와 노동조합, 각 조직의 조직문화 담당자 1천여명을 대상으로 미리 내용을 설명하고 청취해 임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의견 수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은 새 인사제도가 무한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의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피어리뷰'(동료평가)를 본격 도입하려 했으나, '시범 도입'으로 전환한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뉴삼성' 초석 마련…다른 기업으로 확산할까
새 인사제도는 이 부회장이 이끄는 '뉴삼성'의 비전을 구체화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길에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 새로운 삼성을 함께 만들어가자"며 '새로운 삼성' 구축을 재차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뉴삼성을 내세운 이후 그에 걸맞은 혁신적인 인사제도를 마련한 것 같다"면서 "삼성의 변화는 그동안 다른 기업들에 벤치마킹 대상이 돼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큰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병철 선대회장의 '인재제일' 창업이념을 핵심 가치로 삼아 인재 육성과 조직 성장을 위한 인사 혁신을 지속해왔다.
이 부회장도 평소 '임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만드는 데 큰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출장 중에도 구글, 아마존, MS 등의 경영진과 연쇄 회동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육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는 후문이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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