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르포] 비행편 뚝 끊긴 공항.."졸지에 국제미아 됐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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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오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관문인 요하네스버그 OR탐보 국제공항의 국제선 구역은 휑했다.
28일 찾아간 OR탐보 공항의 승객들은 항공편 안내 화면에 뜬 '결항'(cancelled) 표시를 쳐다보는 일 외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였다.
현장에서 보도하던 남아공 eNCA 방송의 린도 술루 기자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아프리카 역내 비행편만 남고 유럽과 아시아로 가는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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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역내 비행편과 국내선은 여전히 붐벼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28일(현지시간) 오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관문인 요하네스버그 OR탐보 국제공항의 국제선 구역은 휑했다.
OR탐보 공항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이집트 카이로 공항과 더불어 가장 분주한 공항으로 꼽힌다. 특히 유럽과 왕래가 빈발해 외국인 입출국장은 항상 붐빈다.
남아공이 24일 새 변이를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하고 26일 WHO가 이를 '오미크론'으로 명명하면서 전파력이 강할 수 있다고 발표하자마자 각국은 앞다퉈 남아공과 항공편을 끊었다.
남아공으로서는 억울할 만하다. 세계를 위해 바이러스 변이종을 바로 보고했는데 되레 발원지인 것으로 지목돼 고립될 처지가 됐다.
28일 찾아간 OR탐보 공항의 승객들은 항공편 안내 화면에 뜬 '결항'(cancelled) 표시를 쳐다보는 일 외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였다.
졸지에 '국제 미아'가 된 한 유럽인 승객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운항 재개 소식을 기다리며 하염없이 벤치를 지키고 있었다.
유럽행은 물론 아시아, 미주로 가는 비행편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시아로 가는 경유지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도 결항 표시가 떴다.
카타르 도하로 향하는 카타르항공의 비행편이 안내판에 남았지만 항공사 직원들은 착륙한 비행기가 승객을 태우지 않고 빈 채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보도하던 남아공 eNCA 방송의 린도 술루 기자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아프리카 역내 비행편만 남고 유럽과 아시아로 가는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힘없이 공항 벤치에 앉아있던 동유럽 우크라이나의 선원 아르투르(31) 씨도 목적지를 잃고 말았다.
그는 "남아공 남부 항구 포트엘리자베스에서 와 어제 호텔서 묵고 일단 공항에 나와봤다"라며 "오늘 오전 9시면 벌써 고국에 도착했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그와 얘기를 나눈 시간은 이미 오전 11시가 지난 때였다.
남아공과 직항편이 없는 우크라이나로 가려면 유럽이나 터키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는 데 27일 모두 끊겨버렸다.
남아공에 사는 한국인이 귀국할 때 자주 이용하는 카타르항공의 한 직원은 "12월 16일까지 남아공에서 출발하는 자사 비행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인도양의 모리셔스로 가는 모리셔스항공 비행편도 이날 끊겨 직원 세 명이 체크인 카운터에서 자리만 지키고 있었다. 카운터에 승객은 없었고 인근 항공사 사무실은 아예 문을 닫았다.
캐나다 교포라는 한 한국인 노부부는 20일 남아공에 여행을 왔다고 했다.
이들은 "팬데믹으로 미뤄진 아프리카 여행을 하는 데 남아공을 거쳐 짐바브웨로 가는 길이다"라며 "여행을 마치고 다음 달 초 남아공에서 독일을 거쳐 캐나다로 가야 하는 데 독일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걱정했다.
국제선 중에서도 유독 승객이 줄을 길게 선 곳은 아프리카 역내로 향하는 노선의 발권 카운터 앞이었다.
동아프리카 케냐로 간다는 한 여행객 부부는 "케냐까지는 갈 수 있을 것"이라며 "백신을 모두 맞았기 때문에 오미크론 변이는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입국장도 간간이 게이트가 열리면서 입국자가 보였지만 썰렁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었고 공항 내 일부 음식점도 손님이 없어지는 바람에 문을 닫았다.
팬데믹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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