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CEO 나온다" 승진 연한 폐지..삼성전자 5년만의 인사 혁신

한지연 기자, 오문영 기자 2021. 11. 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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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직급별 최소 근무 연한을 폐지해 젊은 직원도 임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 개편안을 29일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뉴 삼성' 구상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직원들을 포함해 차세대 주자를 육성하는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제도 개편안은 △승격제도 △양성제도 △평가제도 등 세 가지 핵심으로 요약된다. 임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경력개발 기회를 제공하면서 나이와 관계없이 유능한 인재가 젊은 경영진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또 임직원들간 상호 협력과 수평적인 소통 문화 조성을 꾀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연공서열을 타파하는 삼성형 '패스트트랙'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나이와 관계없이 유능한 인재를 과감히 중용하겠다는 의미"라며 "30대 임원, 40대 CEO(최고경영자) 등 젊은 경영진이 나올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부사장'과 '전무'로 나눠져있던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합하는 등 임원 직급단계를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또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을 폐지하는 대신 성과와 전문성을 검증하는 일종의 심사제도인 승격 세션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CL2(사원·대리급)와 CL3(과·차장급)의 경우 각각 8~10년 가까이 근무해야 다음 직급으로 승진할 수 있었지만 이번 제도 변화로 유능한 직원은 최단 6년이면 사원에서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게 됐다.

우수인력은 정년 이후에도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시니어 트랙' 제도도 도입했다. 고령화와 인구절벽 등 사회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의 가치가 존중받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이를 위해 성과관리체제도 전면 개편했다. 엄격한 상대평가 방식이었던 고과평가를 성과에 따라 누구나 상위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했다. 다만 고성과자(EM·Exceeds Most)에 대한 인정과 동기 부여를 위해 최상위 평가는 기존과 동일한 10% 이내로 운영하기로 했다. 나머지 등급은 ES(Exceeds Some), MT(Meets), MS(Meets Some), NM(Does Not Meet) 등으로 평가하되 등급마다 제한을 두지 않고 절대평가한다. 기존에는 2등급인 VG(Very Good) 등급 비중이 25%로 제한됐다.


임직원간 경쟁이 아니라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피어 리뷰'를 시범 도입해 부서장 1명이 평가했던 기존 방식도 보완할 계획이다. '피어 리뷰'는 올초 카카오에서 빚어졌던 부작용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등급 부여가 아닌 협업 기여도를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 부서원들의 성과창출을 지원하고 업무를 통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부서장과 업무 진행에 대해 상시 협의하는 '수시 피드백'을 도입할 예정이다.

상호 존중과 배려를 위한 수평적 조직문화 강화에 초점을 맞춰 회사 인트라넷에 직급과 사번 표기를 삭제하고 승진 발표도 폐지하기로 했다. 임직원들은 원칙적으로 상호 높임말 사용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워킹맘 연착륙 프로그램, 사내 FA 제도 등 인재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도 대폭 강화해 제공하기로 했다. 같은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은 FA제도를 통해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는 자격이 공식 부여된다. 다양한 직무경험을 통한 역량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신설되는 제도로는 국내와 해외법인의 젊은 우수인력을 선발해 일정기간 상호 교환근무할 수 있는 'STEP'(Samsung Talent Exchange Program) 제도가 눈에 띈다. 육아휴직 후 경력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해 복직할 때 연착륙을 지원하는 '육아휴직 리보딩 프로그램'도 마련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밖에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주요 거점에 공유 오피스를 설치하기로 했다.

재계에서는 이날 삼성이 내놓은 인사제도가 이 부회장이 계획 중인 '뉴삼성'을 가속화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여러 분야의 직원들과 잇달아 간담회를 이어가며 인사제도 혁신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순 미국 출장에서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업체 경영진과 회동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 육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주문한 글로벌 기업에 초점을 맞춰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 구성에 방점을 찍었다"며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직원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 인사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인사제도 개편은 2016년 이후 5년만이다. 당시 개편안에선 직급을 '사원1·2·3-대리-과장-차장-부장' 등 7단계에서 'CL 1~4'의 4단계로 줄였다. 또 임원을 제외한 호칭을 '프로'로 통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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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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