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다음은 '메타버스'..SK가 코빗에 900억 투자한 이유(종합)

김수현 기자 2021. 11. 2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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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스퀘어, 재상장과 동시에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에 베팅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내 수익창출 시스템 구상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빗 오프라인 고객센터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1.10.20.

SK텔레콤에서 분사해 투자전문회사로 출범한 SK스퀘어가 29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재상장과 동시에 첫 투자처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을 택했다. 그간 SK텔레콤이 주력했던 모바일·인터넷 시대 다음으로는 메타버스가 미래의 일과 소통의 공간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은 자사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와 암호화폐거래소를 연계해 가상세계와 현실 경제를 잇겠다는 구상이다.

SK스퀘어는 국내 최초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에 약 900억원을 투자해 35%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최대주주 NXC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라선다고 밝혔다. 코빗은 금융위원회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국내에서 두 번째로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 수리가 완료된 가상자산사업자이자, 업비트 등과 함께 원화거래가 가능한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다.

암호화폐 '제도권화 확신'…SK스퀘어의 과감한 투자
SK스퀘어가 첫 투자처를 암호화폐거래소로 정한 것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추진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한 가능성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내에서 수익 창출이 가능해지도록 코인과 연계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진화시킬 방침이다. 예를 들어 이프랜드와 코빗타운의 메타버스-가상자산거래소를 연동해 이프랜드 이용자가 가상재화를 손쉽게 구매하거나 거래할 수 있게 한다.

이프랜드 내에 있는 아이템, 의상 등 가상 재화를 대체불가토큰(NFT)화하고, 이를 코인과 연결해 현실 경제와 연동하겠다는 그림이다. SK텔레콤은 지난 8월 이프랜드 발전방향 발표회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가상공간 모임에 특화해서 메타버스 대중화를 이끌고, 앞으로는 기업 서비스와 커머스, 쇼룸, 콘서트 등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프랜드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진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NFT는 메타버스 플랫폼 상에서 콘텐츠의 유통과 소비를 촉진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NFT는 무한 복제가 가능한 동영상, 게임 아이템 등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인식값과 희소가치를 줘 소유하거나 거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메타버스는 가상 세계이고 가상 세계 안의 모든 사물은 디지털 콘텐츠다. NFT가 메타버스 내 콘텐츠를 안전하게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게 해주는 경제 근간이 되는 셈이다.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은 이프랜드에서 통용되는 전용 화폐도 검토 중이다. 수익 창출이 가능해지면 더 많은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이프랜드에 유입되고, 콘텐츠도 쌓여갈 것이란 생각이다. 현재 로블록스에선 게임 내 화폐 로벅스가, 제페토에는 젬(ZEM)이라는 화폐 단위가 있다. 로벅스는 게임 접속을 위한 입장료나 게임 내 유료아이템 구매에 쓰여 게임 개발자에게 수익 일부가 돌아가고, 젬은 아바타 의상 구입 등에 쓰인다. 수익 창출이 되니 로블록스에선 이용자가 개발한 게임 수가 5500만개가 넘었고, 제페토에서도 월 15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아바타 의류 디자이너가 나오는 등 생태계가 구축된 상태다. 제페토는 최근 일본 '라인'을 통해 제페토 월드 내 벚꽃정원 이미지 12종에 대한 NFT를 총 1200개 발행해 일본 NFT 거래소에서 개당 500엔에 판매하기도 했다.

메타버스의 상업적 전망도 가시화되고 있다. 모바일 데이터 및 분석 플랫폼 '앱애니(App Annie)'에 따르면 내년 전 세계 소비자들은 메타버스 모바일 게임에 31억 달러(약 3조 6000억 원) 이상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소비자들은 올해 상반기 3100만 달러(약 368억 8000만 원), 하반기 10월까지 2260만 달러(약 268억 8000만 원)를 메타버스 모바일 게임에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박정호 SK스퀘어 대표도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에 대한 투자를 예고하며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박 대표는 지난 3일 개막한 'SK ICT 테크 서밋 2021′에서 "최근 기업 분할 이후 SK텔레콤에서 메타버스를 개발하고, SK스퀘어에서 메타버스 생태계에 필요한 기술과 혁신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며 "블록체인과 같은 차세대 기술들을 어떻게 가상 세계에 접목시켜 발전시킬 수 있을지 상상력을 발휘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SK스퀘어는 코빗의 지분보유 자체만으로도 스퀘어의 순자산가치가 증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1~9월 누적 기준 국내 가상자산거래 금액은 약 3584조원으로 같은 기간 코스피 거래금액보다 450조원 이상 큰 규모다. SK스퀘어는 SK가 보유한 전화번호 기반 통합로그인 서비스, DID(분산신원증명) 기반 간편 인증 서비스 등을 도입,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언제든 간편하게 코빗을 이용할 수 있는 사용 환경을 구축하고 자사 마케팅 채널을 통한 프로모션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3D 아바타 제작사도 인수…모바일 다음 시대는 '메타버스'
온마인드가 제작한 3D 디지털휴먼 '수아(SUA)' /사진=SK스퀘어
아울러 SK스퀘어는 카카오계열 3D 디지털휴먼 제작사 온마인드에도 80억을 투자해 40%의 지분(보통주와 전환우선주 포함) 인수를 결정했다. 지난해 4월 설립된 온마인드는 같은 해 11월 카카오게임즈 산하 넵튠의 자회사로 편입된 비상장회사다. 자체 개발한 3D 디지털휴먼 구현 기술과 실시간 렌더링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그래픽 분야 선두 기업인 유니티, AMD 등과 제휴 및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온마인드가 제작한 3D 디지털휴먼 '수아(SUA)'는 유니티 코리아와 광고 모델 계약을 맺는 등 새로운 메타버스 셀럽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온마인드 투자 역시 SK스퀘어가 이프랜드에서 한층 더 실감나는 아바타를 구현하거나 매력적인 가상 인플루언서를 탄생시키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플로와 웨이브가 가진 음원, OTT 플랫폼과 온마인드의 디지털휴먼을 접목하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플로와 웨이브가 디지털휴먼 셀럽을 만들어 인기 아티스트로 육성하는 사업도 가능하다.

SK스퀘어는 이번 투자로 기존 SK의 이프랜드, 플로·웨이브, 원스토어 등을 아우르는 메타버스 생태계를 견고하게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윤풍영 SK스퀘어 CIO(최고투자책임자)는 "SK스퀘어는 블록체인, 메타버스와 같이 미래혁신을 이끌 ICT 영역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매력적인 투자전문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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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기자 theksh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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