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객 보호하겠다"..소셜미디어 중단 선언한 이 기업
알고리즘 조작 위험에 SNS 중단 과감 결정
"디지털 세상서 고객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것"
'지속가능·소비자 보호' 철학 확산 계기될 듯
MZ세대들에게 인기가 높은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가 소셜 미디어 중단을 선언했다.
소셜미디어가 사업에 도움을 줄 수는 있으나 청소년을 비롯한 사용자들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러쉬코리아는 28일 공식 성명문을 통해 자사가 운영하는 소셜 미디어 채널(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왓츠앱, 스냅챗) 중단을 선언했다. 러쉬는 "소셜 미디어를 중단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팬데믹이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고객과 소통 창구인 소셜 미디어를 당장 멈출 수는 없었다"면서 "이제 불편하지만 꼭 필요하다고 믿는 일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러쉬가 밝힌 첫번째 이유는 알고리즘이다. 러쉬는 "거대한 소셜 미디어 기업들은 정치, 종교, 캠페인, 프로모션 등 다양한 활동을 위해 의도적으로 개인 정보를 이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면서 "소셜 미디어의 역기능인 디지털 폭력, 외모 지상주의, 불안과 우울 같은 정신 건강 문제 등이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둘째로 최근 이어진 소셜 미디어 기업 내부 고발자들의 폭로는 러쉬의 결심을 굳건하게 했다고 한다.
러쉬는 "조작이 가능한 알고리즘과 위험 요소가 예측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과하는 느슨한 규제는 익히 알려진 소셜 미디어 폐해에 경종을 울렸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디지털 세대인 젊은 층이 이러한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이버 괴롭힘, 가짜 뉴스, 극단주의, 고립공포감(FOMO, Fear Of Missing Out), 유령진동증후군(phantom vibration), 조작된 알고리즘 등을 예시로 들었다. 러쉬는 "이같은 유해성 요소는 청소년들의 자살, 우울증과 불안을 증가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령진동증후군(phantom vibration)이란 휴대전화 중독과 의존도가 심해지면서 실제로는 전화나 문자가 오지 않았는데 휴대 전화벨 소리가 들리거나 진동을 느낀 것 같이 착각하는 현상을 말한다. 디지털 상에서도 고객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도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이 회사의 판단이다.아울러 러쉬는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건강한 대안과 강력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규제할 국제 법규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러쉬는 1995년 영국에서 탄생한 핸드메이드 화장품 브랜드다. 특히 '지속가능한 아름다움'을 표방하며 일찍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과 친환경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는 회사다. 특히 코로나 이후로 친환경과 향에 열광하는 MZ세대를 사로잡으면서 한국에서도 사업을 크게 키우고 있다. 러쉬의 탈 소셜미디어 행보는 '착한 기업'의 포지셔닝을 가져가면서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회사의 철학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마크 콘스탄틴 러쉬 공동 창립자는 "저는 평생 해로운 원재료 없는 제품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일부 소셜 미디어를 보면 우리 삶에 위험하다는 증거가 넘쳐난다"면서 "저는 고객이 위험에 처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고 이젠 그 위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쉬코리아는 이 회사가 무조건적인 안티 소셜(anti-social)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의 경우 계속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고객과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창구였던 전통적인 방식도 다시 시도하고 더욱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홈페이지, 뉴스레터, 오프라인 매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디지털 세상에서의 과도한 마케팅을 지양하고 고객들을 보호하겠다는 러쉬의 행보가 다른 기업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지 주목된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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