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변이 전파력 뛰어넘는 오미크론..접촉 없이 복도에서 돌파감염"

박수현 기자 2021. 11. 2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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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 변이인 오미크론이 공기를 통해 감염이 가능하다는 추정이 나왔다.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은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발견된 델타 변이의 전파력(2.7배)을 뛰어넘는다는 관측이 많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보건당국은 지난 11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입국한 36세 환자가 입국자 격리 전용 호텔에서 62세 중국인 남성을 2차 감염시켰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두 사람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 방에서 지냈지만 일체의 직접 접촉은 없었다.

다만 첫 번째 환자는 음식물을 받기 위해 방문을 열고 나올 때 밸브형 마스크를 썼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마스크는 외부의 미세 물질은 막아주지만 내쉰 숨은 거름장치 없이 밖으로 배출한다. 이 때문에 현지 보건 당국은 복도에 떠 있던 바이러스가 시차를 두고 문 밖에 나온 두 번째 환자를 전염시켰을 수 있다고 보고있다.

더 큰 문제는 두 환자 모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태에서 돌파 감염됐다는 점이다. 전 세계 인구의 55.4%가 1회 이상 접종한 코로나19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는 듣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O.R.탐보 국제공항의 국제선 수속 창구가 2021년 11월 28일 승객 없이 한산한 모습. 앞서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 남아공과 인근 국가 등 남부 아프리카에서 오는 항공편의 입국을 봉쇄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홍콩의 사례가 오미크론 변이의 감염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우려한다. 홍콩 감염병 전문가인 렁치우 박사는 SCMP에 “홍콩의 두 번째 오미크론 변이 감염 사례는 호텔 교차 감염의 산물”이라며 해외 입국자 격리 조치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 정부 감염병 고문인 데이비드 후이 교수도 “공기를 통한 전염에 대한 예방 조치가 시급하다”고 SCMP에 말했다.

백신 제조업체들은 신규 변이 대응 전략에 착수했다. 미국 모더나는 26일 성명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할 부스터샷(추가접종) 개발을 시작했다”며 “최초 실험용 백신이 만들어지는 데 통상 60∼90일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미국 화이자는 “2주 내 연구 자료를 추가 확보하고, 필요하다면 새 변이에 맞춘 백신을 6주 내로 개발해 100일 이내에 출고할 수 있다”고 했다. 이밖에도 노바백스,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 등이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는 남아공 인근 보츠와나에서 보고된 뒤 28일까지 영국·독일·이탈리아·벨기에·체코·호주·홍콩·이스라엘·네덜란드·덴마크 등 최소 12개국으로 확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미크론 변이를 ‘관심 변이’ 단계 없이 곧바로 ‘우려 변이’로 분류했다. 관심 변이는 감염력·중증도 증가가 관찰되는 단계고, 우려 변이는 전파력·중증도 증가와 백신·치료 효능 감소의 증거가 있을 때 지정한다.

2021년 11월 28일 오후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에티오피아 항공을 이용해 아디스아바바에서 출발한 승객이 방역 관계자에게 격리 관련 안내를 받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코로나19의 새 변이인 오미크론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8개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미국은 29일부터 남아공과 7개의 남아프리카 국가 여행을 금지할 방침이다. 스페인은 다음달 1일부터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영국 관광객의 입국을 금지했다. 네덜란드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 아프리카 남부에서 오는 모든 항공편 운항을 금지했다.

유럽연합(EU)도 오미크론 변이 등장 후 곧바로 남아프리카 7개국의 입국을 금지했다. 올해 하반기 EU 순회 의장국인 슬로베니아는 트위터에 27개 회원국 보건 전문가 위원회가 “‘비상 제동’ 조치를 발동하고 남아프리카에서 EU로 입국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대상 국가는 남아공, 보츠와나, 에스와티니, 레소토, 모잠비크, 나미비아, 짐바브웨 7개국이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체코, 오스트리아, 스위스, 러시아 등은 앞서 남아공과 인근 국가에서 오는 항공편 차단이나 자국민 외 입국 금지, 격리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오미크론 변이의 증상이 상대적으로 경미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건 당국에 처음으로 신규 변이를 보고한 남아공의 안젤리크 쿠체 박사는 “내가 치료했던 것과 달랐고 매우 경미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양성 반응을 보인 24명은 대부분 건강한 남성으로 극심한 피로를 호소했지만 미각과 후각을 잃지는 않았으며, 열이 나고 맥박이 높던 여섯 살 아이도 후속 조치로 안정을 찾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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