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비저너리' 선정.. 'K-어워즈' 싹 틔우나
■ CJ ENM, 2021 비저너리 6팀 선정
K-콘텐츠 全분야 아티스트
전문가 추천·빅데이터 분석
‘엔터 혁신 아이콘’선정해
BTS·에스파·윤여정·유재석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
‘스우파’ 최정남 PD 등 뽑혀
대중문화예술인의 활약과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그에 걸맞은 평가의 요구도 깊어지고 있다. 해외 유수 매체나 시상식의 이름값에만 기댈 게 아니라 우리도 권위와 전통,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K-어워즈’를 마련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CJ ENM, 비저너리 6인 선정
CJ ENM이 지난해부터 야심 차게 추진 중인 ‘비저너리(Visionary)’는 이런 점에서 가능성이 읽힌다. 한국 대중문화계에서 주목할 만한 인물을 뽑는 시상식이다. 마치 미국 타임지가 매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을 뽑듯 한 해 동안 세상에 큰 영향력을 끼친 사람들을 선정한다. 다만 ‘타임 100’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면 ‘비저너리’는 특히 대중문화 영역에 초점을 맞춘다. 그해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선정하고 그에 어울리는 성과와 영향력으로 문화산업의 다음 비전을 제시한 인물을 조명한다. 올해도 방송, 영화, 음악, 공연 등 K-콘텐츠 전 분야에서 활약한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문화평론가 및 전문가들의 추천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혁신을 주도한 아이콘을 선정했다.
방탄소년단, 배우 윤여정, 걸그룹 에스파,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의 최정남 PD, 방송인 유재석,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 등 6인이다. 이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독창적인 행보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적 소재, 보편적 공감대
‘오징어게임’의 황 감독은 최근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고 있다. 그가 직접 쓰고 제작한 ‘오징어게임’은 공개 6일 만에 넷플릭스 콘텐츠 순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서 TV시리즈 부문 1위에 올랐고, 그 후 46일간 정상을 지켰다. 넷플릭스 역대 최장 1위 기록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다양한 인터넷 밈(meme)으로 패러디되고 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등 한국의 전통 놀이문화까지 전 세계에 널리 퍼뜨렸다.
이 같은 성공 요인은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로 서사를 이끌어가면서도 동시에 매우 보편적인 공감대를 자극했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한국적 소재가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극 중 독특한 한국 전통놀이가 등장한다는 게 인기 요인 중 하나”라고 했고, 미국 버라이어티는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에 대해 “한국 특유의 감수성과 세계인의 보편적인 감성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평가했다. 또한 가장 한국적이라고 평가받는 ‘오징어게임’의 6화 ‘깐부’ 편은 미국 영화 리뷰 사이트 IMDB에서 다른 모든 회차를 제치고 최고 평점을 받았다.
◇언택트, K-팝의 시장 변화
방탄소년단과 에스파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며 K-팝 시장 변화를 이끌고 있다. 플랫폼 기반의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이 결합하는 환경에서 기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틀을 새롭게 구성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월드투어 공연이 어려워지자 언택트 공연으로 빠르게 눈을 돌렸다. 지난해 6월 첫 온라인 유료 라이브 콘서트 ‘방방콘 더 라이브’를 개최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응원봉을 원격으로 연동하는 기술도 보여줬다. 미국 ABC는 “이제 팬들은 공연장 앞에 줄을 설 필요도 없고, 비싼 좌석을 구하는 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K-팝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최첨단 증강현실(AR) 기술과 실시간 소통으로 라이브 콘서트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말 선보인 신인그룹 에스파는 멤버들과 닮은 아바타 캐릭터까지 함께 창조한 콘셉트로 이목을 끌었다. 실제 멤버들은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면서 동시에 가상 세계의 아바타 캐릭터와 공동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했다.
◇보통사람들의 재발견
배우 윤여정은 올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외신들은 전통적인 성 역할에서 과감히 벗어난 윤여정의 필모그래피에 주목했다. AFP 통신은 “윤여정은 악랄한 상속녀부터 노년의 매춘부까지 사회적 규범에 도전하며 순응하지 않는 인물을 연기해 왔다”며 칭찬했다.
엠넷의 최 PD는 ‘스우파’를 통해 늘 무대 뒤에 가려져 있던 안무가들을 중앙으로 불러냈다. 지원자 역할로만 한정돼 있던 댄서라는 직업을 당당한 주인공의 위치에 올려 박수받았다.
방송인 유재석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으로 예능 프로그램의 진정성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꾸미지 않은 생생한 스토리에 시청자들은 한껏 몰입했다. 유재석은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 출연자가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출연자의 인생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완성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2021 비저너리’ 시상식은 12월에 열린다. 이어 ‘비저너리’의 의미와 업적,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미친 영향력 등을 조명한 다큐멘터리와 인터뷰 등이 공개될 예정이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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