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으로 유명해진 곳, 창녕 핫플을 가다
소셜 미디어가 발달한 요즘, 때론 멋진 사진 한 장이 누구도 알지 못했던 낯선 곳을 일약 스타 여행지로 만들기도 한다. 경상남도 창녕의 만년교가 바로 그런 곳이다. 창녕에는 유명한 명소로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우포늪이 있다. 하지만 트렌디한 감성이 우선시 되는 MZ 세대에게 사실 우포늪은 그다지 인기 있는 여행지는 아니다. MZ세대를 사로잡은 건 한적한 시골 마을 정취와 어우러진 작은 다리를 찍은 사진 한 장, 그곳이 바로 영산 만년교이다.
●SNS 핫플로 인기 있는
영산 만년교
창녕군 영산면에는 현존하는 영남 유일한 무지개다리인 영산 만년교가 있다. 반원 모양으로 쌓아 올린 돌다리가 잔잔히 흐르는 영산천에 비치면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완벽한 대칭을 이루며 둥근 원 형태로 보인다. 사진에 담긴 만년교는 푸른 녹음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한때 SNS을 뒤덮었던 신비로운 풍경 속의 다리가 바로 이곳이다. 한적한 시골 마을까지 알음알음 찾아온 사람들은 열이면 열 모두가 만년교에 올라 다양한 포즈로 자신만의 사진을 연출한다. 이른 봄 샛노란 개나리꽃과 연분홍빛 수양벚꽃이 피는 시기면 줄을 서서 사진을 찍어야 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오랜 기다림의 시간은 다시 얻을 수 없는 값진 사진으로 보상된다.
사실 만년교는 국가 문화재인 보물로 지정된 주요한 유적지이다. 조선시대 정조가 집권한 지 4년이 되는 1780년에 처음 건립되었다. 그 후 1892년에 다리를 다시 쌓으면서 영원히 무너져 내리지 않기를 바라는 뜻에서 만년교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만년교 옆에 세워진 비석에는 당시 다리를 놓은 목적과 공사 감독자 및 석공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다. 만년교는 조선 후기 홍예교 축조 기술을 보여 주는 중요한 유적으로 학술적인 가치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주소: 경상남도 창녕군 영산면 동리
●도심 속 힐링 공간인
연지못
만년교에서 인생 사진을 건졌다면 바로 옆에 자리한 연지못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연지못은 영산의 진산인 영축산이 불덩어리 형상을 하고 있어 마을의 화재를 예방하고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벼루 모양으로 못을 만들어 벼루 연자를 써 연지(硯沚)라 불린다. 연못 가운데에는 하늘의 오성을 본떠 만들었다는 다섯 개의 섬의 인공 섬이 떠 있다. 실제 하늘에서 보면 다섯 곳의 작은 녹지 지대가 선명하게 보인다. 선조들은 이 중 가장 큰 섬에 정자를 짓고 향미정이라는 이름을 붙여 아름다운 연못의 정취를 즐겼다.
연지못 둘레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한 바퀴 둘러보는 동안 연못에 반영된 새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기분 좋은 산책길에 벗이 되어준다. 연못에 뜬 오성 중 가장 큰 별인 향미정이 있는 섬과 두 번째로 큰 이웃 섬은 구름다리로 이어져 있다. 정자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보자. 이웃 섬에는 벤치가 놓여 있어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힐링 타임을 누릴 수 있다. 연지못이 훤히 바라보이는 오시우연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며 남은 여운을 즐겨도 좋다.
주소: 경상남도 창녕군 영산면 서리
●국내 최대의 내륙 습지
우포늪
창녕까지 왔는데 우포늪은 그냥 지나치면 아쉽다. 약 1만 5천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우포늪은 창녕군 대합면, 유어면, 이방면, 대지면 등 4개의 면에 걸쳐 있을 정도로 면적이 넓다. 규모가 큰 만큼 탐방 코스도 다양해 하루 만에 전부 둘러보기는 어렵다. 우포늪을 처음 방문한다면 우포늪 생태관에서 출발하는 도보 코스 또는 자전거 코스를 추천한다. 탐방로 입구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탐방로 초입부터 원시적인 숲 풍경이 펼쳐지는 우포늪은 인위적인 간섭을 최소화한 덕분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잘 유지되고 있다. 이곳은 수많은 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늪에 살고 있는 식물만 800여 종에 달하며, 철새를 포함한 209종의 조류와 물속을 누비며 다니는 28종의 어류들, 지상을 오가는 포유류 17종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2019년에는 따오기 야생 방사를 통해 멸종 위기에 몰린 따오기 복원 사업도 시작했다. 따오기는 어릴 적 불렀던 동요에도 등장할 만큼 흔하게 볼 수 있는 새였으나 서식 환경이 파괴되고 그에 따라 먹이가 감소하면서 안타깝게도 1980년 이후 아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복원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조만간 우포늪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따오기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주소: 경상남도 창녕군 유어면 대대리
글 정은주 트래비 객원기자, 사진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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