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주 "새 앨범보다 그래미 심사위원으로 관심받지만 행복해요"

김예나 2021. 11. 2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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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팝페라 정규 7집 발매.."잃어버린 시간, 희망 노래하고파"
내년 1월 소규모 '팬서트'..5월에는 세종문화회관서 독창회 계획
팝페라테너 임형주 [디지엔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최근에 새로 낸 음반 소식보다 '그래미 어워즈' 심사위원으로서 더 주목받았어요. 기분 나쁘지 않냐고요? 오히려 행복해요."

'천상의 목소리'로 불리며 대중에게 꾸준히 사랑받아 온 팝페라 테너 임형주(35·로마시립예술대학 성악과 석좌교수)는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말에 '그래미'로 운을 뗐다. 그만큼 연락이 많이 온다는 뜻이다.

임형주는 지난 22일 연합뉴스와 만나 "운이 좋게 그래미 '보팅 멤버'(투표인단 겸 심사위원)로 선임됐을 뿐"이라면서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한국 아티스트들이 후보에 오르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2017년 아시아 팝페라 가수로는 처음으로 그래미를 주관하는 미국레코딩예술과학아카데미(NARAS)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회원 중에서는 최고 등급인 보팅 멤버, 활동 기간 역시 가장 긴 5년에 이른다.

임형주는 보팅 멤버가 되는 것 자체가 까다롭고 어렵지 않냐는 말에 "아카데미가 여러 비판에 직면하며 유색 인종, 여성의 투표권을 대폭 늘리겠다고 했을 때 혜택을 받은 것뿐"이라며 겸손해했다.

아카데미 측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 탓에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으나 임형주와 같은 보팅 멤버는 현재 1만∼2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의 선택이 '그래미'의 1차 관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임형주 역시 이달 5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한 1차 투표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는 1차 후보 선정 과정부터 투표자 한 명당 총 10개 부문에서 선택해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했고 중복투표도 가능했다"고 전하면서도 보팅 멤버의 역할을 들어 구체적 언급은 삼갔다.

다만 그는 2년 연속 그래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후보에 오른 BTS와 관련해선, 멤버 RM을 콕 집어 "새로운 아이돌 (형태)의 전형"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팝페라테너 임형주 [디지엔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자칫 앨범에 대한 관심이 묻히는 것 아니냐는 말에 임형주는 문제 될 게 없다는 듯 환히 웃어 보였다.

팝페라 앨범으로는 7번째, 가요 앨범까지 모두 합치면 정확히 18번째 나온 이번 앨범은 5년 만에 발표한 신보다.

임형주는 "원래 2019년 말, 혹은 2020년 초에 낼 생각이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에 '묵힌' 앨범이 됐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초도 물량이 3일 만에 소진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새 앨범의 제목은 '로스트 인 타임'(Lost In Time), 잃어버린 시간 속으로 떠나는 노래 여행이다.

임형주는 앨범 수록곡 가운데 제81회 순국선열의날 기념식 삽입곡으로 쓰인 '희망가'의 가사 일부가 이번 앨범의 출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잃어버린 시간을 살았던 선조들의 삶을 돌아보며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어요. 지금의 우리도 2년을 잃었지만, 희망을 버리지 말고 더욱 열심히 미래를 계획하고 희망을 그려봅시다, 이렇게요."

팝페라 하면 임형주, 임형주 하면 팝페라라는 게 자연스레 떠오르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그는 덤덤히 말했다.

임형주는 "데뷔 후 20여 년간의 음악 인생을 한 줄로 요약하면 영광과 고난의 역사"라며 "초반에는 순수 음악과 대중음악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부유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 자신이 한번 두번 넘어지고 일어서며 개척한 길이기에 끌어주는 선배도, 든든한 지원 시스템도 없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상처투성이였죠. 그런데 음악의 장르를 구분 짓고 경계를 나누는 건 무의하다고 생각해요. 만약 음악 장르가 있다면 '듣기 좋은 음악'과 '듣기 싫은 음악' 그뿐이죠." (웃음)

임형주 '로스트 인 타임' [유니버설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코로나19 상황 속에 아직은 조심스럽긴 하지만, 임형주는 다시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전 세계를 누비다 코로나19 상황으로 2년 가까이 무대를 떠났지만 하루빨리 팬들 앞에 서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음악가로서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더 많다는 작은 욕심도 있다.

임형주는 우선 내년 1월 팬들을 대상으로 소규모 '팬서트'(팬 미팅과 콘서트를 합친 말)를 열 계획이다. 피아노 한 대만 두고 팬들 앞에서 노래하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 '아듀 코로나'라고 귀띔했다.

팝페라 정규 7집 앨범이 다소 늦어졌던 만큼 8집 앨범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임형주는 "8집 작업도 계속해왔던 터라 60% 정도는 끝난 상태"라며 "내년 5월 15일에는 스승의 날을 맞아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1세대 피아니스트 선배'와 함께 독창회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종문화회관에서만 대극장, M씨어터, S씨어터, 체임버홀 등 4개 공연장을 모두 섭렵하게 된다"며 "미국 뉴욕 카네기홀의 3개 홀에다가 세종문화회관까지 모두 정복한 유일한 한국인이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내년 하반기에는 예술의전당에서 독창회도 열 계획이다.

내년이면 어느덧 데뷔 24주년이 되는 그는 음악 인생 2막을 진지하게 고민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때는 세계적인 음악가가 되는 게 꿈이었고, 또 한때는 '국민' 수식어를 이름 석 자 앞에 붙이고 싶었어요. 이제는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감동을 주는 '행복한 음악가'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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