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오미크론 확산에 '검은 금요일'로 변한 블랙 프라이데이

美 뉴욕 증시, 올 들어 가장 큰 폭 급락
국제유가도 폭락.."연준 테이퍼링 늦출 수도"
방향 예측 어려워 세계경제 불확실성↑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 여파로 미국 뉴욕 증시가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급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원유와 가상화폐 가격도 동반 폭락했다. 이에 따라 백신 접종 확대로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에서 벗어나 회복세에 접어드는 듯 했던 세계 경제가 다시 휘청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최대 쇼핑 대목인 지난 26일 블랙 프라이데이 장 마감 후 뉴욕 증권거래소 전광판이 다우존스 지수 하락을 알리고 있다.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26일(현지 시각)은 미국에서 가장 큰 쇼핑 대목인 ‘블랙 프라이데이’였다. 하지만 이날 뉴욕 증시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지수가 2.53% 떨어진 3만4899에 거래를 마치면서 작년 10월 28일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올 들어 최대 하락)을 기록하는 등 미국인들은 ‘검은 금요일’을 맞았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2.27%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23% 각각 하락하며 미국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역대 ‘블랙 프라이데이’의 3대 지수 하락 폭으로는 통계가 확인되는 1950년 이후 가장 컸다. 이날 미국 금융시장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는 54%나 급등했다.

같은 날 유럽 증시 하락 폭은 미국을 능가했다. 프랑스 -4.75%, 독일 -4.15%, 영국 -3.64% 등을 기록했다. 아시아에서도 일본 닛케이지수가 2.53%, 홍콩 항셍지수가 2.7% 하락하며 전 세계적으로 ‘오미크론 충격’이 확산됐다.

국제 유가도 10% 이상 폭락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3.1% 하락한 배럴당 68.15달러로 마감하며 지난해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WTI가 배럴당 70달러를 밑돈 건 지난 9월 이후 두 달여 만이다. 한 달 전 배럴당 86.4달러까지 오르며 7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한 북해산 브렌트유도 이날 11.6% 폭락한 72.72달러로 마감했다.

오미크론발 충격으로 인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코로나 사태 방어를 위해 풀어놓은 유동 자금을 거둬들이는 ‘테이퍼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투자 전문가 로버트 샤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연준이 12월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계획을 가속화하고 싶었을 수도 있지만 오미크론 사태로 그럴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한 경제 충격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BNY멜런의 아진 오덴 투자전략가는 “블랙 프라이데이 연휴 기간이라 26일 주식 거래량이 작아 폭락을 부채질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오미크론의 여파에 대해 예측하기 어려워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다. 짐 라이드 도이체방크 전략가는 “오미크론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어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알기 어렵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미크론 바이러스 그 자체보다는 록다운(봉쇄령)과 사회적 거리 두기의 부활이 더 무서울 것”이라고 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남부 아프리카 국가에서의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공포감은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한편 불안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6일 하루 만에 0.15%포인트 하락(채권값은 상승)했다. 하루 낙폭으로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된 작년 3월 이후 가장 컸다. 금값도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오미크론의 증세가 심각하진 않다는 일부 아프리카 보건 전문가들의 견해가 전해지면서 28일 한때 5만3800달러대까지 하락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5만4500달러 안팎으로 반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