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쉬운 우리말](2) '저질 싸구려 독성 물질'로 전락한 '공업용'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2021. 11.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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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공업용' 또는 '산업용'은 좋은 의미로 인식되지 않는다.

흔히 소비자들은 공업용 소재가 품질이 떨어지는 값싼 재료이고, 사람의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독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화학소재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부 자동차공학 전문가들이 '산업용' 요소수의 '품질'이 중국산 요소로 생산한 '차량용' 요소수에 미치지 못한다고 착각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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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공업용또는 산업용은 좋은 의미로 인식되지 않는다. 흔히 소비자들은 공업용 소재가 품질이 떨어지는 값싼 재료이고, 사람의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독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1989년에는 공업용우지(쇠기름)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떠들썩한 논란이 벌어졌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요란하게 시작되었다가 슬그머니 해결되고 있는 중국발 요소수 사건에서도 산업용이 논란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요소수 품귀가 시작된 직후 환경부가 산업용요소수를 묽혀서 경유차에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시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업용 요소수의 규격이나 배출가스에서 특별한 문제가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 화학소재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부 자동차공학 전문가들이 산업용요소수의 품질이 중국산 요소로 생산한 차량용요소수에 미치지 못한다고 착각했기 때문이었다.

과학적 사실은 달랐다. 환경부의 요수소 품질규격 고시에 따르면 경유차의 선택적 촉매환원 장치(SCR)에 사용하는‘차량용과 선박 엔진·발전기·소각로의 탈질 장치에 산업용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요소의 농도였다. 차량용은 32.5%이고, 산업용은 40.0%이다. 환경부가 제시한 규격에서는 요소수에 사용하는 요소의 품질에 대한 기준은 따로 정해놓지 않았다.

산업용 요소수의 환경성에 대한 환경부의 우려도 근거가 없는 것이다. 환경부가 2주일에 가까운 시험을 통해서 산업용 요소수를 사용하더라도 유로 6 수준으로 규정해놓은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환경적 영향에 대한 더 이상의 우려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환경부가 추가 시험을 통해서 더 이상 무엇을 확인하겠다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차량의 고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경유차에서 초미세먼지의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저감시켜주는 SCR은 한 톨의 먼지도 허용되지 않는 반도체 생산 설비와 같은 정밀기계가 아니다. 엔진과 머플러 사이에 장착되는 SCR은 물리적·화학적으로 매우 거친 환경에 노출된 상태로 작동한다. SCR에 들어있는 제올라이트 촉매도 보통 섭씨 250도 이상의 높은 온도를 견뎌내야만 한다.

그런 SCR의 고장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환경부가 어떤 방법으로 산업용 요소수가 SCR의 고장 원인이라고 밝혀낼 것인지 알고 싶다. 앞으로 경유차의 SCR에 고장이 발생하면 환경부가 요소수 품질을 제대로 관리해주지 못한 탓이라는 불만이 제기될 수도 있다. 어설픈 전문가들에게 휘둘린 환경부가 자기 발등을 스스로 찍어버린 형국이다. 차량의 고장 가능성을 안전성이라고 표현한 사실도 납득하기 어렵다.

공업용이나 산업용은 소재 산업에 특별히 정교하게 정의되는 전문 용어가 아니다. 다만 단순히 일반 생산 현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소재라는 의미로 사용될 뿐이다. 특별히 품질이 나쁘다는 의미도 아니고, 반드시 인체에 해롭다는 뜻도 아니다. 다만 소재의 생산 과정에서 식품용 소재에 요구되는 위생 규칙을 적용하지 않았거나 의약품이나 정밀 실험에 적합한 순도에 미치지 못하는 소재도 공업용이라고 부른다. 오히려 공업용 소재가 식용 소재보다 화학적 순도가 더 높은 경우도 있다.

2021 쉬운우리말쓰기 자문위원

※필자소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을 맡고 있다.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교육,에너지,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2500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 

※ 이 기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문화원연합회 쉬운 우리말 쓰기 취재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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