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만든 개념, '생각한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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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컴퓨터가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된 것은 1967년이다.
거대한 진공관 컴퓨터가 초당 6만 글자를 읽어내는 장면은 아마 당시로서는 꽤 놀라운 풍경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계속 진일보하고 있는 컴퓨터는 이제 기술적 특이점을 예고하고 있으며,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실물 컴퓨터를 본 적도 없었지만 21세기가 되면 집집마다 컴퓨터라는 만능 기계가 있고 어려운 숙제나 맛있는 음식을 척척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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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기술, 익숙한 일상]
우리나라에 컴퓨터가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된 것은 1967년이다. 현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에서 인구통계 조사를 위해 아이비엠(IBM)의 IBM-1401을 들여왔고, 당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인사들이 처음 작동하는 순간을 함께 지켜보았다고 한다. 거대한 진공관 컴퓨터가 초당 6만 글자를 읽어내는 장면은 아마 당시로서는 꽤 놀라운 풍경이었을 것이다.
그 놀라움은 불과 반 세기만에 더없이 익숙한 일상이 되어 있다. 감염병 대응이나 선거 같은 국가적 이슈는 물론, 연말연시에 주고받는 인사처럼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도 컴퓨터가 없는 모습이 쉬이 그려지지 않는다. 한 인류학자는 컴퓨터가 등장한 100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인류가 겪은 변화의 폭이 컴퓨터 등장 이전, 역사시대 전체의 변화 총량과 비슷한 수준이라 말하기도 한다. 지금도 계속 진일보하고 있는 컴퓨터는 이제 기술적 특이점을 예고하고 있으며,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변화의 원류는 디지털 컴퓨터가 채 등장하기도 전에 시작되었다. 1945년 버니바 부시는 <디 애틀랜틱>에 기고한 글 ‘생각한 대로(As we may think)’에서 급속도로 팽창하는 정보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의 부재를 지적하며, 자유롭게 기억을 저장하고, 활용하고 공유할 수 있는 ‘메멕스(Memex)’라는 가상의 기기를 제안했다. 메멕스는 개인의 기억(memory)을 확장(extend)하고 색인(index)하는 장치로, ‘우리가 생각한 대로’ 즉 인간의 자유로운 사고와 연상 과정을 지원해주는 기계 장치다. 정보의 비선형적 연결을 핵심으로 하는 이 개념은 실제로 구현되지는 못했으나, 인터넷과 하이퍼텍스트 개념으로 이어져 지금의 컴퓨팅 기술의 근간이 되었다.
1980년대에는 학생 대상의 신문과 월간지가 제법 많았다. 필자도 초등학생 때부터 정기 구독을 하는 열성 독자였는데, 미래를 상상하는 내용에는 언제나 컴퓨터가 등장했다. 실물 컴퓨터를 본 적도 없었지만 21세기가 되면 집집마다 컴퓨터라는 만능 기계가 있고 어려운 숙제나 맛있는 음식을 척척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당시의 미래가 현재가 된 지금은 가상현실, 증강현실, 인공지능 등 상상 이상의 기술이 도처에 즐비하다. 물론 기술 그 자체만 바라보면 매우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런 기술들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낯섦은 곧 익숙함으로 바뀐다. 즉, 우리가 민감하게 체감할 수는 없지만 기술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도착해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낯선 기술보다는 익숙한 일상에 방점을 찍어보면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으로 미래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우리가 생각한 대로. <끝>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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