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피에 지쳤다".. ETF로 눈 돌리는 개미

안서진 기자 2021. 11. 29.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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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막 내린 저금리시대, 자금 몰리는 ETF①] 조정장 속 빛났지만.. 변동성 확대 우려도

[편집자주]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펀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조정장이 길어지면서 ETF(상장지수펀드)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상장한 메타버스 등의 테마 ETF는 조정장 속에서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 같은 투자 열기에 자산운용사들 역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거래가 부진한 ETF의 상장폐지가 해마다 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들어 주목받는 ETF 시장의 흐름, 적절한 투자 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 “박스피에 지쳤다”… ETF로 눈 돌리는 개미

② ‘삼성운용 vs 미래에셋운용’ ETF 전쟁… 이 구역 최강자는 ‘나야 나’

③ ETF의 그림자, 잇단 상폐에 소송전까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차기 의장으로 재선임했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확대된 경제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기존 정책 일관성 유지를 위해 파월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파월의 연임으로 미국 내에선 당장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 앞서 연준은 11월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를 시작했다. 역시 인플레이션 압박에 따른 조치다.

미국의 테이퍼링 실행과 금리 인상 압박은 한국 증시에도 영향을 미쳐 코스피를 ‘박스피’(일정한 폭 안에서만 지속적으로 주가가 오르내리는 상황)에 갇히도록 했다.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져 증시 자금들이 ETF(상장지수펀드)로 몰려들고 있다. 통상 ETF는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기 때문에 개별 종목에 대한 리스크 노출이 적고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재테크 상품으로도 꼽힌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지난 11월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두 달 만에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개별 종목투자보다는 ETF로 빠르게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지부진’ 국내 증시… 동학개미, ETF로 간다


사진=머니S 김은옥 기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코스피 일 평균 거래대금은 11조753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0월(10조8470억원)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0월 22일엔 하루 거래대금이 9조473억원을 기록, 지난해 11월 2일(8조5145억원) 이후 1년 만에 처음으로 10조원을 밑돌았다.

2020년 3월 ‘동학개미운동’을 이끌었던 개인 투자자 거래 비중도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 10월 코스피 개인 거래 비중은 58.14%로 2020년 2월(48.8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부터 올 9월까지만 해도 매월 60% 이상을 차지했으나 10월 들어 처음으로 60% 밑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국내 증시가 위축된 이유는 금리 인상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등의 여파가 이어지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개인 투자자들의 개별 종목에 대한 투심(투자심리)이 약화됐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발생 후 커진 시장 변동성 탓에 종목 선택이 어려워진 점도 투자자들이 간접투자에 관심을 돌리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미국의 테이퍼링, 인플레이션 우려 등 다양한 원인들이 맞물려 약세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개별 종목보다는 거래비용이 낮고 주식처럼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ETF에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개별 종목을 이탈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은 펀드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10월 ETF를 포함한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에는 1조2536억원이 유입됐다. 월간 기준 4개월 연속 순유입세로 이는 2018년 10월~2019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불안정한 시장 분위기 속 개별 종목보다 변동성이 낮은 펀드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성과가 우수하거나 액티브ETF, ESG 등 테마 유형의 펀드로 자금 유입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1월 들어 지난 24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차이나전기차솔랙티브’(6333억원)로 집계됐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메타버스액티브(1748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1350억원) ▲TIGER Fn메타버스(1348억원) ▲TIGER 미국테크 TOP10 INDXX(1248억원) ▲KODEX 200선물인버스2X(1180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이후 성장성이 기대되는 테마 펀드 투자가 더욱 늘어났다고 보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그동안 일반적인 액티브 펀드보다 투자범위(섹터펀드)를 정해 투자하는 펀드를 선호했는데 코로나 이후 2차전지, 모빌리티, 플랫폼 등 새로운 투자 기회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는 평가다.

수익률도 높다.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는 11월 수익률(24일 종가 기준)이 17.54%를 기록했다. 이어 신한자산운용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17.30%)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15.88%)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15.60%) ▲KODEX 미국 반도체MV(15.35%)▲TIGER 200IT레버리지(15.02%) 등도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횡보 장세에도 ETF 수익률 好好… ‘만능’은 아냐


사진=이미지투데이

특히 최근 상장한 메타버스 ETF의 수익률도 눈에 띈다. 10월 13일 국내에 상장된 메타버스 ETF 4종은 횡보 장세 속에서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 24일 종가 기준 이들 4개 ETF의 평균 상승률은 30.73%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메타버스액티브’가 34.11%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FN메타버스’(33.38%) KB자산운용의 ‘KBSTAR iSelect메타버스’(23.82%) NH아문디자산운용 ‘HANARO Fn K-메타버스MZ’(20.35%) 등이 뒤를 이었다.

박은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ETF 시장은  KODEX200과 TIGER200 등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와 메타버스 ETF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추세”라며 “특히 메타버스 관련 종목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테마형 ETF 내에서 순환매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ETF는 메타버스로 수혜를 볼 수 있는 엔터·게임·플랫폼 등의 기업 비중을 높게 잡으며 수익률을 이끌어 내고 있다. 공통적으로 하이브의 비중이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이외에도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콘텐츠, 게임, 장비 등 다양한 종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ETF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TF가 개별 종목보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갖췄더라도 결국 시장 상황을 따라가는 금융상품인 만큼 투자자의 원금을 지켜주는 ‘만능’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테마형 ETF의 경우 같은 테마 안에서도 상품별 수익률 차이가 크기 때문에 구성 종목, 운용 전략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같은 메타버스 ETF라 하더라도 각 운용사별로 편입 종목이 상이하기 때문에 상품별로 기초 지수와 구성 종목을 살펴야 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추세를 살펴보면 테마형이나 특정 분야에 투자하는 ETF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럴 경우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펀드보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클 수 있고 분산 효과가 떨어진다”며 “분위기에 쏠려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이나 변동성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꼼꼼히 살핀 뒤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ETF 중심의 시장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그중에서도 테마형 ETF로 투자금액이 더욱 모일 것”이라며 “유망한 산업이나 분야에 장기투자를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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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진 기자 seojin07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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