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등 밀어주며 척추 곧게 펴져 있는지 주의깊게 보세요"

정진수 2021. 11. 29. 06: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척추측만증 권위자' 김용정 진료원장 "대부분 10대 초반에 발생"
여아 경우 초등 5∼중1학년때 집중
1년새 20도 휠 정도로 급속히 진행
목욕시 등을 구부린 상태서 봤을때
좌우 갈비뼈·날개뼈 높이 다르거나
허리 높이가 다르다면 꼭 진료 필요
10도 이하 비대칭, 10명중 1명 꼴
진행 막기위해 25도서 보조기 치료
45도 넘어가면 수술 방법 밖에 없어
"최대한 조기 발견 진행 막는게 중요"
“척추측만증의 대부분은 10대 초반에 발생합니다. 여아의 경우 보통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에 집중되고, 남아는 보통 이보다 2년 정도 늦어요. 초경이 시작되기 1년 전에 성장이 가장 빠르고, 측만증 역시도 빠르게 진행합니다. 이때 부모님이 잘 관찰해야 하는데, 옷을 입고 서 있으면 사실 구별이 어렵습니다. 허리를 숙였을 때 측만 각도가 더 잘 보이니, 저는 이 시기에 아이와 함께 목욕하면서 등을 밀어보면서 확인해 보라고 조언합니다.”

김용정(사진) 서울부민병원 진료원장은 척추측만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교까지를 꼽았다. 김 원장은 2008년부터 12년간 미국 컬럼비아대 정형외과 교수를 역임한 척추측만증의 권위자다. 그의 논문 중 3편은 현재까지 출판된 척추 변형과 관련된 논문 2만여편 중 가장 많이 인용된 100편의 논문에 포함됐다.

많은 성인이 허리가 조금만 옆으로 기울면 측만증이라고 생각하지만 김 원장은 “성인이 25도 미만이면 그냥 살라”고 잘라 말한다. 고관절 문제나 추간판탈출증, 다리 길이 차이 등으로 인한 삐뚤어진 자세가 ‘기능적 측만증’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는 대부분 각도도 10도 미만으로 심하지 않고 본인만 인지하는 수준일 뿐 측만으로 인한 통증 자체가 심하지 않다.

“얼마 전 한 30대 여성이 방문했는데 측만각이 25도였습니다. 본인은 외관상 이유 등으로 수술을 하고 싶어했지만 사실 성인에서 25도 정도는 따로 치료하지 않습니다. 이 여성은 통증도 심하다고 했는데 실제 통증이 나타나는 것은 측만이 아닌 다른 부위였어요. 그걸 측만증 때문에 발생한 통증이라고 생각한 거죠. 10도 이하의 ‘비대칭’은 10명 중 1명꼴로 발생할 정도로 흔해요. 20도를 넘어가는 사람이 500명 중 1명, 그리고 45도를 넘어가는 경우가 5000명 중 1명이죠. 이 중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는 45도 이상입니다.”
25도라고 하면 일반인에게는 수치상으로 꽤 큰 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성인 시기의 이 정도 측만은 대부분 급속히 진행되는 것도, 과한 통증이 지속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 측만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김 원장이 예민하게 접근할 것을 주문하는 시기는 소아·청소년기다. 이 시기 특별한 이유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 측만증’이 전체 측만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데다가 진행 속도 자체도 빠르기 때문이다. 자세 문제로 인한 기능적 측만이 그냥 옆으로 휘는 2차원적 측만증이라면, 이런 구조적 측만증은 나선계단처럼 3차원적으로 휘어 돌아간다.

“목욕할 때 등을 구부린 상태에서 봤을 때 좌우 갈비뼈나 날개뼈 높이가 다르거나 허리 높이가 다른 것이 보인다면 꼭 병원에서 확인해 봐야 합니다. ‘스콜리오미터기’로 척추 좌우측 경사도가 7도 이상이면, 비만이라면 5도 이상이면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성장 중 측만증은 1년 안에도 20도가 휠 정도로 급속히 진행되기도 합니다. 측만증이 시작되는데 적절한 치료로 진행을 막지 못하면, 10명 중 1명이 5000명 중의 1명으로 발전될 수 있는 거죠.”
각도상으로 중요한 지점은 25도다. 연구에 따르면 흉추 만곡은 50도가 넘으면, 요추 만곡은 35도가 넘으면 성장이 끝나고도 1년에 1도씩 진행한다. 성장이 끝난 아이가 13살 경에 측만각 55도라면 아이는 20년 후엔 75도가 된다는 의미다. 이렇게 성장기 이후 계속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25도에서 보조기 치료를 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 최소 13시간을 성장이 끝날 때까지 착용하면 90%에서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이 시기를 놓치고 측만이 45도를 넘어가면 수술이라는 선택이 남게 된다. 측만증 수술은 고난도의 큰 수술이다. 척추 한마디에 전방에는 디스크 관절이, 후방에는 관절 두 개가 있는데 두 개의 후 관절을 자르고 운동성이 생기게 해 다시 펴준다.
무조건 45도를 넘느냐는 일률적인 기준으로 수술 대상을 볼 순 없다. 미국의 경우 흉추 45도, 요추 40도를 수술 대상으로 본다. 김 진료원장은 이 과정에서 불합리한 제도와 무분별한 방사선 촬영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흉추, 요추 불문하고 50도 이상만 수술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고통을 호소하고 의료진이 수술 필요성을 판단하더라도 수술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요추 측만증은 40도가 넘으면 수술을 허용한다. 한국에서는 이 기준을 높게 잡아 수술을 원하는 경우라도 못하도록 한다”고 비판했다. 측만각이 40도 정도로 본인이 느끼는 통증도 있고, 외관상의 이유로 심리적으로 위축이 돼서 수술을 원했던 한 여학생은 김 진료원장에게서 수술을 해줄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엄마와 진료실에서 부둥켜안고 울기도 했다.

그는 방사선 촬영에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척추 각도가 25도 상태에서 병원에 오게 되면, 3∼6개월의 간격을 두고 2∼3년간 계속 찍게 된다. 단기간 엑스레이 촬영 횟수로 따지면 상당한 것이다. 수술을 하게 되면 수술 중에도, 수술 후에도 찍게 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척추측만증 수술을 받은 여성의 경우 평균 16번의 전척추 방사선 사진을 촬영하였고 같은 나이 또래에 비해 암 발생률이 5배나 높은 것으로 나왔다. 특히 유방암의 발생률이 높았다.

김 원장은 “측만증 진단에 사용하는 전 척추 엑스레이 촬영은 매우 신중히 해야 한다. 흉부 전후면 방사선 사진으로 0.02mSv의 피폭을 받게 되는데 전 척추 방사선 사진은 한 번에 0.8~1.4mSv로, 흉부 사진 40∼70장에 이른 피폭을 받게 된다. 그래서 어린아이의 전 척추 방사선 사진을 촬영할 때는 가슴과 난소를 보호한 뒤 촬영하거나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EOS 엑스레이 등 방사선량이 적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미국에서는 당연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안 그런 곳이 많다”며 한국에서 부주의하게 시행되는 방사선 촬영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국내에서 척추가 130도가 휜 여고생을 수술하는 등 한해 200여 회의 수술을 한다. 국내의 경우 의료 접근성이 좋아 측만이 심하게 진행되기 전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경우가 많지만 개발도상국은 다르다. 그가 의료봉사를 통해 해외에서 수술한 케이스는 168도가 휜 아동도 있었다. 사실상 척추가 한 바퀴 휘어 돌아서 접힌 수준이다. 수술 후 이 학생의 키는 9cm 넘게 커졌다. 이렇게 만곡이 심하면 폐의 기능부전이 나타나 폐활량이 감소하는 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척추측만증은 이런 부분 때문에 기능 이상, 통증의 정도, 외모의 만족도, 정신적 스트레스 유무 등 4가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그렇다면 지금 척추의 각도가 10도 이상의 초등생이 심각한 척추측만으로 진행될지, 여기서 멈출지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쉽게도, 아직은 없다.

“특발성 척추측만증은 많은 연구로도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에서 3000만달러를 들여 그 유전자 찾기에 나섰지만 사실상 실패했습니다. 복합적인 이유 중 30% 정도 유전력이 관계됐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부모가 측만증이 있다고 자녀에게 생기는 것도 아니고, 몇 대를 거슬러올라가 연관이 있다고 나오는 그런 유전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유전이라고 말하기 애매하죠. 결국 예상이 안 되기 때문에 초등학생 때 조기에 발견해서 진행을 막는 게 중요합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