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오르더니 수천만원 내리기도".. 심사기준 개편에 들쭉날쭉한 분양가
정부가 지난 9월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개편한 후 분양가 재산정을 신청한 아파트 단지에서 종전보다 분양가가 높아지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평균 분양가가 3.3㎡(1평)당 300만~550만원 오르면서 30평대 분양가가 1억원 넘게 증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심사 이후 오히려 분양가가 낮아진 단지도 있어 제도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강북구청과 정비업계에 따르면 미아3구역은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분양가 심사 결과를 다시 받은 결과, 분양가가 종전(3.3㎡당 평균 2380만원)보다 550만원가량 높은 2932만2200원으로 확정됐다. 30평 기준으로 일반분양가가 1억6500만원 상승한 것이다.
미아3구역은 총 1045가구가 들어서는 재개발 사업이다. 당초 조합 측은 9월 일반분양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HUG가 제시한 분양가가 조합원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분양 일정을 늦춘 바 있다. HUG가 제시한 3.3㎡당 2380만원으로 전용면적 84㎡(공급면적 108㎡) 아파트 분양가를 계산하면 7억7891만원인데, 9월 11억4500만원에 거래된 인근 신축아파트(2017년 준공) 꿈의숲롯데캐슬 동일 평형 매매가격의 68.0%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재산정된 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전용 84㎡(공급 108㎡) 아파트 분양가는 약 9억5956만원으로 높아진다. 시세의 83.8%에 달하는 수준이다. 조합 관계자는 “분양가가 발표된 이후 조합원들 대부분이 만족하고 있다”면서 “분양가 문제가 해결된 만큼 추후 절차를 앞당겨 다음달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고, 연내 일반분양에 나설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일 재산정 결과를 통보받은 부산 온천4구역 재개발 사업(4043가구)은 10월 재심사 전·후로 분양가가 3.3㎡당 1628만원에서 1959만원으로 증가했다. 이튿날 결과가 나온 인천 부평4구역 재개발 사업(2413가구) 분양가도 1500만원대에서 1925만1000원으로 올랐다. 각각 30평형 기준으로는 약 9930만원, 1억2753만원가량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지역에서 분양가가 이전보다 높게 책정된 것은 아니다. 분양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인근 아파트 시세가 낮을 경우 분양가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HUG는 제도를 개편하면서 사업장 기준 반경 500m 내 비교사업장이 2개 이하일 경우 반경 1km 이내에 있는 사업장도 비교대상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준을 완화했다. 그러나 인근 아파트가 전부 구축이거나 입지가 좋지 않을 경우 본 사업장과는 관계없이 여전히 분양가가 낮아질 수 있다.
대전 용문 1·2·3구역 재건축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완공 시 2763가구가 들어서는 이 단지는 대전지역의 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힌다. 조합 측은 첫 심사 당시 HUG측으로부터 3.3㎡당 1750만원을 통보받은 후 분양가를 높이기 위해 10월 재심사를 신청했다. 그러나 최근 HUG측에서 분양가를 종전 평가액보다 90만원 적은 3.3㎡당 평균 1660만원으로 상정해 논의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30평형 기준으로는 종전 평가액보다 분양가가 2700만원 가량 낮아진 것이다. 이에 조합 측은 분양가 심사를 취소하고 내년에 재심사를 받기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건축연한이 20년을 넘으면 비교대상 단지에서 제외되는데, 내년 7월 이 기준을 넘는 구축 아파트가 우리 구역의 반경 1km 이내에 하나 있다. 이 아파트로 인해 분양가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7월이 지나면 다시 심사를 신청해 새로운 비교대상을 기준으로 분양가가 산정되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 2월 고분양가 심사제를 개선했을 때도 지역별로 분양가 추이가 엇갈렸다. HUG ‘민간아파트분양시장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과 9월 분양가 기준으로 서울은 평당 2823만원에서 3141만원으로 올랐지만, 경기는 1449만원에서 1397만원으로, 인천은 1568만원에서 1426만원으로 떨어졌다. 다만 전국적으로는 1318만원에서 1406만원으로 올랐다.
일각에서는 제도 개편에 따라 분양가가 널뛰기를 하는 것이 제도의 불완전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정부가 심사기준을 개선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분양가심의 과정에 입지나 단지규모와 같은 정성적 부분이 잘 반영되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보다도 제도를 더 투명화시키고, 전문가를 더 참여시켜 기준을 섬세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태희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양가가 높아지면 조합원들의 부담금이 줄거나 청산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너무 높아지면 일반분양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아파트를 매입하기 어려워져 양쪽 모두에게 영향을 끼친다”면서 “심사 후 분양가가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제도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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