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도전 '노트르담 드 파리', 70대까지 내 인생 바꾼 작품"

강진아 2021. 11.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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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주교 '프롤로' 역의 다니엘 라부아 인터뷰
1998년 프랑스 오리지널 초연 멤버 유일
"프롤로, 감정이입되는 인간적인 캐릭터"
뮤지컬·앨범 작업…"좋아하는 일 즐겁게"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프렌치 오리지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배우 다니엘 라부아(프롤로 주교 역)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1.2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웰컴 투 '노트르담 드 파리'!"

두 팔 벌려 활짝 웃는 백발의 다니엘 라부아는 무대 위 카리스마와는 또다른 유쾌한 에너지를 뽐냈다. 코로나19로 지난해 11월 개막한 내한 공연이 일찍 문을 닫고 10개월여 만에 다시 한국에 돌아온 그는 "너무 행복하다"고 미소 지었다. 당시 첫 내한으로 일정상 늦게 합류해 3주 정도밖에 머물지 못한 그는 한국을 충분히 느끼지 못한 아쉬움을 이번에 다시 채우게 됐다.

"한국 관객들의 열정을 동료들에게 많이 들었고, 기대했어요.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함성 없이 박수밖에 못 쳐서 아쉽지만, 동료들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 것 같아요. 사람들도 늘 웃어주고 친절하게 대해줘서 감사하죠."

'노트르담 드 파리'로 40대 중반에 뮤지컬 첫 도전…"다시 돌아와 행운"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프렌치 오리지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배우 다니엘 라부아(프롤로 주교 역)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1.29. pak7130@newsis.com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프롤로' 주교 역으로 활약 중인 다니엘 라부아는 현재 유일한 초연 멤버로 이 캐릭터의 산 역사를 증명한다. 그는 지난 1998년 프랑스 오리지널 초연 당시 참여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프롤로다. 지난 2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그는 "지금까지 프롤로를 할 수 있는 게 너무 감사하다"며 "한마디로 말하기 복잡한 감정"이라고 감회를 밝혔다.

"내가 비틀스인가 싶었다"고 회상한 그의 말처럼, 프랑스 초연 당시 인기는 대단했다. 뮤지컬이 크게 흥행하며 각종 TV프로그램 출연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고 공연을 마친 후엔 500~600명 이상의 팬들이 몰려들었다. "파리 전체가 열풍을 체감했을 정도"라며 "최소 1년간 (열풍이) 쭉 이어졌다. 감사했지만, 가끔 무섭기도 했다. 지금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공연 자체를 더 즐기면서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프렌치 오리지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배우 다니엘 라부아(프롤로 주교 역)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1.29. pak7130@newsis.com

'노트르담 드 파리'는 그의 첫 뮤지컬 데뷔였다. 가수로 이미 성공의 길을 걷던 그는 40대에 뮤지컬에 처음 도전했다. "앨범도 많이 내고 공연도 많이 했지만,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이렇게 길게 할진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한 결정"이라며 "24년이 지나 이 공연으로 다시 찾아뵐 수 있게 된 것도 행운"이라고 밝혔다.

초연 멤버인 그가 이 공연을 계속해온 건 아니었다. 초창기 공연 이후 2017년 복귀한 그는 지난해 작고한 프로듀서 샤를 타라(Charles Talar)로부터 다시 프롤로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고민 끝에 합류했다. "일주일의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곰곰이 생각하니 다시 하고 싶었다. 그간 프롤로 역할이 변했을지 여부도 궁금했고 다시 해보자고 결심했다"고 돌아봤다.

40대 중반의 프롤로였던 그는 어느새 72세가 됐다. "지금에 서서 프롤로를 훨씬 더 이해하게 됐다"며 "처음엔 이 역할이 모든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나쁜 사람으로 이해하고 연기했다면 지금은 그 어떤 캐릭터보다 입체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와 가장 연관돼 있고,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인간적인 캐릭터"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프렌치 오리지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롤로 주교 역의 배우 다니엘 라부아(오른쪽)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2021.11.29. photo@newsis.com

극 중 프롤로는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의 춤추는 모습을 우연히 본 후 욕망에 휩싸이며 혼란을 겪는다. 그는 지금껏 지켜왔던 신념과 욕망 사이에 갈등하며 그녀에게 집착하고, 그 사랑은 광기가 된다.

"프롤로가 없다면 그저 그런 흔한 사랑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가 갈등을 만들기 때문에 이 작품이 입체적이고 의미를 가질 수 있죠. 관객들이 그를 보면서 미워했다가도 연민을 느끼며, 혼란스럽기를 바라죠. 내겐 그 같은 모습이 없는지, 그를 미워하는 게 맞는지, 감정을 통제할 수 없는 그가 악당이기만 한 건지 말이죠."

그러면서 "인생을 관통하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이 작품이 지금까지 사랑받는 게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뛰어난 가창력? 연습뿐이 답"…가수·작곡가·작가·배우 왕성한 활동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프렌치 오리지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배우 다니엘 라부아(프롤로 주교 역)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1.29. pak7130@newsis.com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뤄진 '성 스루(Sung-through)'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시적인 가사와 감성적인 멜로디의 넘버들이 귀를 사로잡는다. 음유시인이자 극 중 해설자인 '그랭구와르'가 부르는 '대성당의 시대(Le Temps des cathedrals)'나 프랑스 차트에서 44주간 1위에 머물며 신기록을 세운 '아름답다(Belle)' 등 매력적인 노래가 많다.

그중 '파멸의 길로 나를(Tu vas me detruire)' 등 프롤로의 내적 갈등과 욕망을 보여주는 노래들로 다니엘 라부아는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인다. 노장의 힘을 과시하는 그는 "노하우는 없고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튼튼한 성대를 타고났다"고 웃었다.

"공연에 들어가기 전 두 달여 동안 혹독하게 훈련해요. 좋은 목소리를 관객들에게 들려주기 위해선 열심히 연습할 수밖에 없죠. 특히 이번 캐스트는 매일 밤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100%를 주려고 노력하는 동료들이에요. 열심히 하는 팀이고, 그 에너지를 관객들도 꼭 같이 느껴줬으면 좋겠어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프렌치 오리지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배우 다니엘 라부아(프롤로 주교 역)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뉴시스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1.11.29. pak7130@newsis.com

20년 넘게 인연을 맺어온 '노트르담 드 파리'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지나간 세월이 스쳐 지나간듯 먹먹한 표정과 함께 미소를 띤 그는 "제 인생을 바꾼 작품"이라고 답했다.

"빅토르 위고라는 작가가 제 인생을 얼마나 바꿨는지 많이 생각하게 되죠. 아시다시피 뮤지컬 장르에 처음 도전한 작품이고, 40대 중반에 도전해 70대에 이르기까지 제 인생을 얼마나 바꿨는지 끝도 없이 들려줄 만큼 굉장한 의미가 있죠. 리스트를 작성하면 엄청나게 길게 나올 거에요."

그 일례로 최근 이탈리아어를 새롭게 배우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공연의 해외 투어로 방문한 이탈리아에 매료됐고, 동료들 역시 이탈리아 출신이 많아 결심했다는 것. "작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이 제게 선사한 것"이라며 "한국어도 긴 리스트 중에 있고 기회가 되면 배워보고 싶지만, 사실 엄두는 안 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가수이자 작곡가, 작가(시인), 배우로 왕성한 활동을 해온 그는 캐나다 퀘벡에서 여러 차례 펠릭스상을 받고, 프랑스 대표 음악 시상식 'Victoire de la Musique'에서 4차례 수상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부른 'Belle'로 월드 뮤직 어워즈 수상을 했을 뿐만 아니라 20여장의 앨범도 발표했다. 두 권의 시집을 출간했고, 해외 여러 아티스트들을 위한 곡을 쓰기도 했다.

향후 활동에 대해 그는 작곡가로 '그랭구와르' 역의 리샤르 샤레스트와 함께 작업하는 뮤지컬이 있다고 밝혔다. 또 랭보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음악 작업 등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젊은 시절만큼 새로운 도전을 하기보단 순리대로 흘러가기를 바라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요. 우선 뮤지컬을 잘 만들고 싶어요. 지금까지 한 번도 제작자 입장에 서본 적이 없으니 프로듀서로 공연을 바라보는 건 어떨지 경험해보고 싶죠. (음악 등) 작업도 끊임없이 하고 있지만, 기한을 딱 정해놓진 않아요. 성공보다는 제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죠."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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