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은보의 '시장 프렌들리'가 우려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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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당시 이 같이 발언하며 감독 기조 변화의 신호탄을 쏜 지도 100여일이 지났다.
시장은 일단 그의 이런 행보를 매우 반기는 눈치다.
'징계 일변도'였던 금융감독의 방향성이 크게 달라질 것이란 예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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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당시 이 같이 발언하며 감독 기조 변화의 신호탄을 쏜 지도 100여일이 지났다. 그는 전대의 흔적을 지우려는 듯 '유연한 감독', '시장과 소통', '과징금 (하향) 조정' 등을 공식석상에서 차례로 언급하며 시장친화적 면모를 드러냈다. 사모펀드 사태와 시장조성자 제재로 갈등을 빚은 증권업계와의 최근 회동에선 이례적으로 3시간을 할애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시장은 일단 그의 이런 행보를 매우 반기는 눈치다. '징계 일변도'였던 금융감독의 방향성이 크게 달라질 것이란 예상에서다. 특히 최고경영자(CEO) 제재를 필두로 금융회사에 잇달아 경고장을 날리며 척을 지어 온 금감원이었기에 그의 스탠스에서 '여의도의 봄'을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정 원장이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전형적 모피아(금융관료)란 점이다. 그간 모피아는 퇴임 이후 금융기관과 금융회사로 진출해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해왔단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역대 모피아들은 친시장적 정서를 내비쳐왔다. 모피아의 '대부'격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고문단으로 활동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최근 일각에서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손을 들어주며 금융소비자 보호에 힘을 빼는 게 아니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일 것이다. 이는 윤석헌 전 원장이 금감원의 독립성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며 감독 권한의 포괄·확대 적용을 했던 것과도 완전히 반대되는 기조다. 자칫 현 정권 초기 개혁 성향의 학자가 금감원장으로서 추진했던 금융개혁 정책들이 퇴색할 가능성이다.
물론 친시장적 스탠스는 금융감독의 중립성 측면에서 일면 필요하다. 금융 혁신에는 규제 완화가 필연적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파생결합펀드(DLF)와 사모펀드 사태라는 전례 없는 금융스캔들이 벌어진 게 불과 2~3년 전이다. 시장에 충격과 상처를 준 이들 사태는 미결로 현재진행형이다. 이달 초 금융정의연대가 "규제 완화가 어떤 결과를 불렀는지 알면서도 반복하는 것은, 금융회사의 불법행위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밝힌 게 단적인 예다.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활성화를 명목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개입을 최소화하며 불거진 게 이들 사태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 산적한 현안을 어떻게 풀어갈지가 진짜 정 원장을 가늠할 잣대가 될 것이다. 금융회사 CEO 제재와 금감원 인사 적체부터 가계부채, 불확실한 대내외 시장 리스크 등을 얼마나 매끄럽게 해결해나갈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정은보호(號) 금감원이 이번에는 시장의 제대로 된 나침반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한수연 기자(papyrus@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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