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 기자가 살아있다면, 무슨 말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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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기자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1년째다.
1989년 초 〈말〉지 신입 기자 시절, 창간한 지 1년도 채 안 된 〈한겨레신문〉의 1면 '한겨레논단, 리영희 칼럼'을 읽고 찾아뵌 게 계기였다.
언론 종사자뿐만 아니라 고된 일상을 살아가는 젊은이들도 이 책을 통해 한 시대를 분투하며 살아온 기자 리영희의 생애 속에서 오늘을 살아나갈 지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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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지음
창비 펴냄
리영희 기자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1년째다. 나는 리영희 대선배와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올해로 32년째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사건 취재를 최초로 시작하게 만든 이가 바로 리영희 선배님이었다. 1989년 초 〈말〉지 신입 기자 시절, 창간한 지 1년도 채 안 된 〈한겨레신문〉의 1면 ‘한겨레논단, 리영희 칼럼’을 읽고 찾아뵌 게 계기였다. 국군·경찰·우익도 한국전쟁 전후에 무고한 민간인을 무참하게 대량 학살했다는 것, 감춰진 진실을 찾아 남한 내부의 화해와 갈등 치유부터 의제로 설정하라는 것, 이를 위해 국회도서관에 들러 5·16 쿠데타 세력이 숨긴 1960년 민주당 정부 당시 국회의 ‘양민학살사건 특위’ 속기록부터 찾아보라는 것 등을 조언해주셨다. 그의 취재 지침은 나에게 우상을 깨뜨리고 진실과 마주하라는 지상명령처럼 들렸다.
11주기를 맞아 리영희재단에서 ‘리영희의 평화 인권 저널리즘 강의’를 맡아달라고 요청해왔다. 이를 계기로 다시금 리영희의 생각, 분노, 행동을 느끼고 싶었다. 가장 최근에 그의 제자이자 〈한겨레〉에 몸담은 후배였던 권태선씨가 쓴 리영희 평전 〈진실에 복무하다〉를 단숨에 탐독했다. 새삼 언론인으로서 그의 삶이 우리에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리영희의 시대에 진실을 가리는 가장 큰 우상은 인간 말살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던 획일적 극우 반공체제였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도 신냉전이 스멀스멀 다시 똬리를 틀기 시작한다. 리영희 선배님이 살아 계신다면 지금의 언론계 좌표에 대해 뭐라고 하실까. “짧은 글 하나를 쓰고도 혹시라도 벌거벗은 채로 끌려가지 않을까 며칠씩 옷을 입은 채로 잠든 적도 많았다”라는 그의 고백 앞에 새삼 옷깃을 여민다.
언론 종사자뿐만 아니라 고된 일상을 살아가는 젊은이들도 이 책을 통해 한 시대를 분투하며 살아온 기자 리영희의 생애 속에서 오늘을 살아나갈 지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희상 기자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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