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주가 박수 친 한화 '마지막 4번 타자'..'강제 은퇴'→'방출', 그는 어디에?

2021. 11. 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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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시즌 중에 느닷없이 구단이 요청한 은퇴 권유를 받아들인 한화 이글스의 '마지막 4번 타자' 이성열(37)은 야구의 꿈을 잃고 야구를 더 해볼 기회마저 빼앗겼다.

그의 쓸쓸한 뒷모습을 기억하는 한화 출신의 선후배 동료 선수들과 팬들은 구단의 처사에 대해 오래 기억할 것으로 보인다.

이성열은 한화가 페넌트레이스 3위로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을 이룬 2018년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의 4번 타자였다.

2018년 10월1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한화와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렸다. 2007년 플레이오프(한화-두산)에 이어 홈구장 대전에서 11년 만에 가을 야구가 개최됐다. 4위 넥센 히어로즈는 KIA와의 와일드카드에서 승리하고 올라왔다.

그 날 한화 이글스 김승연구단주는 야구장을 직접 찾았을 뿐만 아니라 아주 오래 기다려준 팬들에게 뜻깊은 감사의 선물을 했다.

한화생명이글스 파크 1만3000석 전 좌석에 구단주가 전하는 감사의 인사가 담긴 카드와 오렌지 장미꽃 한 송이가 놓여 있었다. 당시 야구팬들이 받은 감동은 그 울림이 아직도 진하게 남아 있다.

김승연회장은 1회가 조금 지나 구장을 찾아 가족들과 함께 경기를 끝까지 관전했다. 3회까지 0-0으로 팽팽하던 게임은 4회초 넥센이 2점을 선취하고 6회말 한화가 1점을 추격했다. 그러나 7회초 넥센이 1점을 추가해 3-1로 점수차를 벌이며 넥센 히어로즈 쪽으로 기울었다.

한화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7회말 용병 타자 호잉이 3루타로 나가자 4번 타자 이성열이 우익수 쪽 2루타로 불러들여 3-2, 한 점차 승부를 이어갔다. 이 때 김승연구단주는 비록 지고 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한화 선수들의 투지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한화 김승연회장이 야구장 직관에서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는 4번 타자가 이성열이다. 한화는 결국 1차전에서 2-3으로 졌고 한화 생명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홈 1,2차전을 모두 내준 뒤 결국 1승3패로 탈락했다. 한화의 마지막 가을 야구였다.

당시 한화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주역들이 과거 이글스 시대를 열었던 한용덕 감독, 송진우, 장종훈 코치들이었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4번 지명타자를 맡았던 한화 이성열은 순천 효천고 출신으로 200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3번으로 LG에 지명됐다. 전형적으로 잠재력이 대단한 대기 만성형이었는데 두산과 넥센 히어로즈를 거쳐 2015시즌 중 한화로 트레이드 돼 2018년 야구 인생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냈다.

이성열은 2018시즌 131경기에 출장해 143안타 34홈런 102타점을 기록하며 한화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지난 8월28일이다. 한화 구단은 느닷없이 ‘이성열이 19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남은 시즌 동안 퓨처스리그 전력 분석원으로 활동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한화 팬들은 물론 야구계 그 누구도 이성열이 스스로 은퇴를 결정했다고 보지 않았다. 박찬혁 구단 대표와 정민철 단장,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추진하고 있는 리빌딩 과정에 37세인 이성열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기에 다른 길을 일찍 열어주려고 배려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성열 본인도 그렇게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그런데 시즌을 마치고 11월18일 구단으로부터 충격적인 통보를 받았다. 전력 분석을 배우라는 구단의 권유에 퓨처스 구장이자 훈련장인 서산에 출근해 2달 넘게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온 이성열에게 구단은 ‘정식 계약이 어렵다’고 방출을 통보했다.

한화 구단은 애당초 그럴 계획이었다면 8월에 강제로 은퇴시키고 전력 분석을 배우라고 할 이유가 없었다. 그냥 2군에 있게 하다가 시즌 후 재계약을 안 하면 된다. 그러면 이성열 스스로 알아서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구단은 한화에서 7시즌을 몸담은 그에게 따뜻한 은퇴식을 못 해줄 망정, 37세 늦은 나이에 시즌 중에 유니폼을 벗게 해 더 이상 현역 선수 생활은 불가능하게 만들어 놓고 시즌 후 방출 해버렸다.

망연자실한 이성열은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기회를 찾겠다며 떠났다. 구단주의 박수를 받은 한화의 마지막 4번 타자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사진=마이데일리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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