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하는 중국, 외면하는 한국[특파원 칼럼]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2021. 11. 29.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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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서는 대기업 규제를 통해 부의 편중을 막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줌으로서 중산층과 그 이하 계층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방식이다.

200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저출산고령사회 관련 주요현안 및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사교육비 부담은 자녀를 적게 낳는 원인이 되고 자녀가 적어 교육적 관심이 더 증가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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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중국 정부는 학업과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쌍감'(雙減)' 정책을 발표하며 사교육을 금지했다. 그리고 한 달 뒤 시진핑 국가주석은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라며 공동부유를 띄웠다.

한쪽에서는 대기업 규제를 통해 부의 편중을 막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줌으로서 중산층과 그 이하 계층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방식이다. 이 조치 이후 부유층 일부에서 명문대 졸업생들을 입주 가사도우미로 포장해 1대1 과외를 시키는 편법을 고안하는 등 부작용이 있지만 대다수 인민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교육 평등을 통해 계층간 사다리가 복원될 거라는 기대에서다.

중국 정부가 단순히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자고 사교육 시장을 해체한 건 아니다. 핵심은 저출산 문제 해결이다. 사교육비가 출산을 방해하다고 본 건데 이는 매우 보편타당한 견해에서 비롯됐다. 경제학자 게리 베커의 자녀 수요에 대한 경제모형 이론에 따르면 부모가 몇 명의 자녀를 낳을지 결정할 때 자녀가 우수한 역량을 갖추는 데 필요한 양육비용과 자신의 경제력을 따진다. 여기서 '경제력'의 핵심 요소를 중국 정부는 '사교육비 조달 능력'으로 본 것이다.

지난해 출생률(인구 1000명당 출생 아기 수)이 사상 처음으로 10명 미만인 8.52명으로 떨어지는 등 중국의 저출산 문제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인구야말로 중국 국력의 원천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은 어떤가. 지난해 출생률은 5.3명,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기 수)은 0.84명이다. 세계 최저다. 역대 한국 정부의 대책이라고는 저소득 가정의 보육 지원, 중산층 맞벌이를 위한 일가정 양립제도 도입과 실천 강화, 사각지대 해소, 삶의 질 향상 등이다. 실질적인 것도 있지만 다소 뜬구름 잡는 식의 대책들이 다수다.

왜 중국과 달리 사교육 시장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었을까. 사실은 사교육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정부와 기관들의 목소리는 언제나 있었다. '정권'이 모른척 했을 뿐이다.

감사원이 '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분석 및 인구구조 변화 대응실태' 감사 기간 중 한국행정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받아 지난 8월 공개한 결과를 보면 사교육비와 주택 가격, 실업률이 출산율 및 혼인율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200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저출산고령사회 관련 주요현안 및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사교육비 부담은 자녀를 적게 낳는 원인이 되고 자녀가 적어 교육적 관심이 더 증가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역대 한국 정부는 원인을 알면서도 엉뚱한 곳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바람에 2005년부터 13년간 저출산 예산 150조원을 사실상 날렸다. 모든 사람들이 그 이유를 안다. 강남, 더 나아가 1000만 서울 시민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것 역시 잘 알고 있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이 문제를 풀 의지도, 능력도 없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개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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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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