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 우리카드 대표 "데이터에서 살 길을 찾는다"
"우리카드를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금융 종합 결제 회사로 도약시키겠다."
김정기 우리카드 대표는 회사의 미래를 데이터에서 찾았다.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구조,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는 상황을 데이터를 활용해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과 가맹점에 대한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잘 분석하느냐가 결제회사의 최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가 최근 독자 가맹점 구축을 추진한 이유도 데이터를 갖기 위해서다. 고객과 가맹점의 결제정보를 낱낱이 파헤쳐 그들이 원하는 게 뭔지, 다른 결제회사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파악해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자동차 금융 역시 궁극적 목표는 데이터에 있다. 할부금융을 통한 이자 수익은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 커넥티드카가 보편화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된다면 결국 데이터가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관점이다. 그를 만나 우리카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취임 1주년이 다 돼 갑니다. 카드업을 경험해보신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은행에서 분사를 한 거니 생소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카드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과 고객의 수요를 은행보다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는 업종임을 알게 됐습니다. 은행보다 DT(디지털 전환)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카드산업 역시 은행과 마찬가지로 플랫폼 회사와 경쟁해야 합니다. 우리카드가 점유율 하위권이다 보니 규모도 키워야 하고요.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것도 숙제입니다.
-맡으신 첫 해에 실적이 좋아졌습니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1750억원입니다. 1년 전보다 418억원 늘어났습니다. 코로나19 회복세에 따라 소비가 증가했고, 리스크 관리를 통해 연체율을 개선하면서 실적이 향상됐습니다. 카드론, 오토금융 등을 통해 금융자산을 확대한 것도 이익에 기여했습니다.
-신용판매가 적자가 나는데도 독자 가맹점을 추진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복안이 있으십니까.
▷규모 측면도 있지만 취약한 가맹점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어야 매출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마이데이터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카드는 결제업이고, 결제 과정에서 일어나는 공급자와 소비자의 데이터를 온전히 갖고 있어야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디지털에서 진정한 승부를 걸어볼 수 있고요. 독자 가맹점 구축이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가맹점과 일반 소비자를 연결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야만 판을 깰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고객의 소비패턴을 알면 고객을 가맹점에 몰아줄 수 있고 고객에게 강력한 인센티브를 줄 수도 있습니다. 가맹점에 필요한 대출 서비스도 은행과 같이 협력해 만들려고 합니다.
-기존과 다른 상품과 서비스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카드회사는 앞으로 데이터 회사로 바뀔 것입니다. 전통적인 카드 비즈니스 모델이 무너지므로 기존의 기존 히트 상품이 갖는 의미는 없어집니다. 그 동안 고객 지갑에 카드를 집어넣는 데 온통 관심이 가 있었다면 앞으로는 그 사람이 어떤 걸 원하는지 연결시켜 주는 방향으로 바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점유율이 갖는 의미도 달라집니다. 본업인 지급결제에서 적자고, 카드론 등의 대출사업으로 돈을 버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입니다. 매출을 늘려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면 거기서 이익이 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무리한 마케팅을 통해 비용만 많이 들고 이익은 나지 않은 전략을 배제하고, 고객과 가맹점 각각에 맞춤형 혜택을 담은 상품을 제공해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신다면.
고객의 카드를 점유하는 대신 고객의 니즈를 점유하는 쪽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1년에 5번 해외여행을 가는 고객이 있다면 평소에는 A카드를 쓰더라도 해외여행을 갈 때는 우리카드를 쓰게 하는 쪽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고객니즈가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려고 합니다. 다른 카드사와 협업해서 공동상품을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해외여행 부문은 우리가 맡고 교육은 B사가 맡는 방식으로 말이죠.
-업계 내부 경쟁뿐만 아니라 빅테크의 도전도 위협적입니다. 어떻게 대처하실 건지요.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처럼 규제에서 빅테크가 누리는 편익이 있습니다. 고객을 모을 때 카드사는 소비자나 개인정보보호 등 여러 가지 장벽이 있고 이를 해결하려다 보니 고객이 안 옵니다. 그렇지만 더 무서운 것은 빅테크가 데이터를 모아두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것은 무섭지 않습니다. 은행과 카드사는 정보를 갖고 있어도 빅테크만큼 인사이트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데이터는 있어도 이게 금인지 모르고 있는데 빅테크는 이를 느끼고 있습니다. 빅테크는 철저히 고객을 분석해서 가장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내는데 금융사들은 라이선스 받아서 하는 사업에 함몰돼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도 그 틀에서 하고 있습니다. 벽은 본질적으로 존재하는데, 사다리 타고 올라가서 망도 보고 상대도 살피지만, 아직 깨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본업보다 오토금융을 늘리는데 주력하셨는데요, 오토금융이 레드오션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오토금융 시장점유율 20%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신차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 검토 중인 중고차 할부, 리스 사업을 통해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오토금융은 할부금융 마진이 전부인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커넥티드카가 보편화하면 고객의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추가적인 마케팅을 벌일 수 있습니다. 올해 말 오픈 예정인 우리금융그룹 통합 자동차 금융플랫폼인 '우리WON카'를 통해 은행·캐피탈과도 협업할 계획입니다.
-디지털지급결제 금융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취임 당시 밝히셨습니다. 로드맵이 있으신지요.
▷하나의 앱으로 폭넓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통합결제플랫폼 완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카드 스마트앱에 우리페이 서비스를 탑재했고, 우리은행과도 협업하여 우리은행의 '우리WON뱅킹'에 우리페이 서비스를 더했습니다. 약 400만명의 우리카드 스마트앱 회원을 확보했고, 앞으로도 더 고객을 늘려나갈 예정입니다.
-경영철학 혹은 경영관을 말씀해 주십시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그 밑바탕에는 휴머니즘이 깔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고객에게 편리함을 제공해야 하는 금융사는 이에 대한 고민을 더 진지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사 임직원들은 지금 제공하는 서비스가 정말 고객을 편리하게 만들고 있는지, 정말 필요한 것인지를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 회사의 진정한 경쟁력은 기술, 비즈니스 모델보다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에 다가가는 휴머니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담=강기택 금융부장, 정리=이용안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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