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뮤지컬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 별세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91)이 26일(현지 시각) 숨을 거뒀다. 미 뉴욕타임스는 27일 그의 친구이자 법률대리인인 릭 파파스를 통해 “손드하임이 미 코네티컷주 록스베리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1930년 뉴욕에서 태어난 손드하임은 20세기 중후반 미국 극장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 겸 음악가이자 존경받는 기획자로 꼽힌다. 가사를 쓰는 데도 능했다. 1957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적으로 개작한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작사가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특히 미국에 뮤지컬 장르를 정립한 극작가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1895~1960)의 유일한 제자이기도 했다. 해머스타인 2세는 작곡가 리처드 로저스(1902~1979)와 함께 ‘왕과 나’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을 만들었다.
손드하임은 소름 돋는 효과음이나 불협화음과 변박 등으로 형식을 파괴하며 배우와 관객이 긴장을 놓을 틈을 주지 않는다. 점묘화가 조르주 쇠라의 작품을 옮긴 ‘조지와 함께한 일요일 공원에서’는 점을 찍듯 스타카토 주법으로 음을 조합해 2차원 캔버스를 3차원 무대로 바꿔놓았다. ‘어쌔신’ ‘스위니 토드’ 등 기괴하지만 독창적인 작품 세계로 추종자를 양산했다.
그가 작곡한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는 ‘피겨 여왕’ 김연아가 은퇴 무대이던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배경음악으로 사용해 국내에 더 익숙하다. 1973년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른 버전은 영화 ‘조커’(2019)의 주제곡으로 부활했고, 1975년 주디 콜린스 버전은 이듬해 ‘올해의 노래’를 수상하는 등 그래미상 8개를 받았다. 가수 마돈나가 부른 영화 ‘딕 트레이시’의 주제가 ‘수너 오어 레이터(Sooner or Later)’로 1991년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기도 했다.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토니상 8개를 수상하는 등 뮤지컬 업계에 이바지한 공로로 손드하임에게 자유 훈장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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