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나치 추적하듯".. 역사왜곡법 처벌 범위 넓힐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8일 광주광역시의 5·18 민주화운동 관련 현장을 찾아 “역사적 사건에 대해 왜곡·조작·부인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역사 왜곡 단죄법을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지난해 12월 단독 처리한 ‘5·18 역사 왜곡 처벌법’을 확장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일본군 위안부, 전쟁범죄 등 현대사 관련 범죄도 단죄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학계와 야당에서는 “한 정권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판단을 독점하겠다는 위험한 발상” “위헌·과잉 입법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5·18 당시 시민에 대한 구호 활동이 이뤄졌던 광주 양림교회를 찾았다. 그는 예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수백명을 살상했고 국가 헌법 질서를 완전히 파괴했던 주범은 천수를 누렸다”면서 “반역 행위, 학살 행위에 대해 힘이 있으면 처벌을 면하고 오히려 추앙받는 이 비정상을 반드시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나치 범죄에 대해서는 아직도 전범 관련자들을 추적해서 처벌하고 있다”며 “국가 폭력 범죄나 집단 학살 같은 반인륜 범죄에 대해서는 시효가 없다는 걸 분명히 하고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면죄해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도 “인권 유린의 역사를 왜곡하지 못하도록 역사 왜곡 처벌법을 제정하겠다”고 했다. 작년 연말 처리된 ‘5·18 역사 왜곡 처벌법’으로는 부족하다는 취지다. 그는 ‘좀 더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법이 필요하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역사 왜곡’이라는 접근 자체가 매우 위험한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사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판단을 특정 정치 세력의 시각으로 재단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앞서 “해방 후 한반도에 진주한 미군은 점령군’” “한국이 일본에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승인했기 때문” 등의 발언을 통해 한미 관계와 근·현대사에 편향된 역사관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최협 전남대 명예교수(인류학)는 “역사를 화석화하고 국가가 역사적 사실에 관한 판단을 독점할 우려가 있다”며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는데 자꾸 개별법을 만들어 제약하기 시작하면 학문의 자유도 침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교과서에 반대했던 것도 같은 논리”라고 했다. 정부가 관여해 역사에 하나의 기준을 만들어 융통성을 제약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국정교과서에 반대했던 민주당은 ‘5·18 역사 왜곡 처벌법’은 당론으로 채택해 소속 의원 174명 전원 명의로 발의해 통과시켰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헌법학)는 “역사적 사건은 미래 세대가 두고두고 검증⋅연구할 대상이지 어느 관점에서 왜곡됐다고 단언하는 건 역사를 다면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함부로 역사를 왜곡했다고 하는 맹랑한 개념을 근거로 처벌법을 만드는 건 법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 12명이 지난 5월 역사 왜곡 방지법 제정안을 발의했을 때에도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같은 비판이 나왔다. 대한변협은 당시 “전체주의 국가에서 주로 사용하는 입법 방식으로 대한민국 헌법 질서와 배치된다”고 했다.
한편 27일 생일을 맞은 이 후보는 전남 장흥에서 지지자들이 선물한 케이크를 받았다. 이 후보는 “제 생일날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생일 전날 밤이 아버지 제삿날”이라며 “정신이 없다 보니 (아버지) 제사를 지내야 하는데 깜빡했다”고 했다. 이 후보는 29일 대선 ‘D-100일’을 맞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국민과 함께 하는 선대위’ 회의를 개최하는 것으로 3박 4일간의 호남 방문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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