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정치] 野 대선 승리 낙관 못할 이유
1987년 직선제 부활 이후 대선 일곱 번 가운데 정권 교체가 이뤄진 건 세 번이었다. 승률로 보면 5할에도 못 미친다. 그중에서 IMF 외환 위기였던 1997년과 탄핵 정국이던 2017년 대선은 나라를 뒤흔든 초대형 사건의 영향이 컸다.
2007년 대선은 뭐든 안 좋은 일만 생기면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란 유행어가 번질 정도로 대통령이 민심을 잃었던 시기에 치러졌다. 대선 직전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야당이 여당을 53% 대 15%로 압도한 것도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정권 교체는 이처럼 매우 독특한 환경에서 이뤄졌다.
나머지 네 번의 대선에서 야당이 실패했던 이유는 선거 승부를 결정짓는 ‘구도와 인물’이 불리했기 때문이다. 3김(金)이 분열했던 1987년, 3당 합당으로 거대 여당이 탄생했던 1992년, 막판 여권 단일화로 판세가 뒤집힌 2002년 대선 등은 ‘통합과 분열’ 구도가 승부를 갈랐다. 여야의 접전이 예상되는 내년 대선도 제3지대와 통합하는 쪽의 승리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선거 구도가 한쪽 손을 들어주지 않았던 2012년 대선은 ‘인물 경쟁력’의 영향이 컸다. 당시 대선 3개월 전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박근혜 후보(45%)의 지지율이 문재인 후보(46%)보다 1%포인트 낮았지만, 국가 운영 능력과 경제 성장 능력 평가는 박 후보가 앞섰다. 유권자의 최종 선택에 후보 능력에 대한 평가가 크게 작용했다는 의미다.
2012년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선 지금처럼 정권 교체(52%)에 대한 기대가 정권 유지(36%)를 크게 앞섰지만 야당이 패했다. 얼마 전 갤럽 조사도 정권 교체론(54%)과 정권 유지론(37%) 차이가 2012년과 비슷했다. 야당은 중도층 민심을 눈여겨봐야 한다. 중도층은 정권 교체론이 58%였지만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40%였다. 중도층에서 지지율을 정권 교체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여부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 마음이 답답한 중도·보수층이 늘고 있다. 각종 정책을 쏟아내며 표심(票心)을 잡으려는 여당과 달리 야당은 내놓는 공약도 적고 끌리는 것도 별로 없다. 방어전에 나선 여당과 도전자인 야당의 공수(攻守)가 바뀐 듯한 풍경이다. 야당의 선대위 구성과 관련한 혼선을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지지층도 많다. 야당은 “정권 교체를 원하는 유권자는 무조건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지지층도 이쪽저쪽 다 싫어지면 투표를 포기할 수 있다.
양자 구도로 치러진 과거 대선은 승패가 2~3%포인트 차이로 갈렸다. 지지층의 소수가 투표에 불참해도 정권 교체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려야 질 수 없는 선거’도 뒤집힌 경우가 수없이 많았던 선거사(選擧史)를 야당은 되짚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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