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율주행 택시 타 보니… 차선 변경·회전도 척척
지난 26일 중국 베이징 다싱(大興)구 이좡(亦莊)의 한 지하철 역 앞. 휴대전화 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택시를 부르자 5분 후 흰색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한 대가 기자 앞에 멈춰 섰다.
“오래 기다리셨나요?” 운전석에 앉은 장 모씨는 인사를 건네고 “안전벨트를 매달라”고 했다. 차량 속도는 금세 시속 40㎞까지 올라갔지만 장씨는 운전대에 손을 대지 않았다. 운전자 개입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로봇 택시이기 때문이다. 장씨 직함도 운전기사가 아닌 ‘안전요원’이다.
베이징시가 지난 25일 중국에서 처음으로 자율주행 택시 유료 운행을 시작했다. 베이징 CBD(중심업무지구)에서 차로 20분 떨어진 이좡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60㎢ 지역 내에서다. 서울 종로구·중구·서대문구를 합친 면적보다 넓은 IT 기업 밀집 지역을 찾았을 때 거리엔 중국 포털 사이트 바이두, 자율주행 업체인 포니AI(중국명 샤오마즈싱·小馬智行) 등 2개 회사의 자율주행 택시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목적지까지 7㎞를 가는 동안 2차례 급제동을 하긴 했지만 차선 변경, 방향 전환 등에선 일반 택시와 아무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주행 도중 왼쪽 차선에서 승용차가 갑자기 끼어들자 차는 속도를 줄여 피했다. 비상등을 켜 뒷차에 경고하기도 했다. 앞좌석 등받이에 달린 모니터에는 주변 물체를 승용차, 오토바이, 사람까지 구분해 표시됐다.
운전석에 있던 장씨는 “자율주행 모드에선 끼어들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에는 어쩔 수 없이 사람이 (운전에) 개입할 때도 있다”면서도 “처음엔 직접 차를 모는 것보다 더 신경이 쓰였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 혼잡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기술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고 했다.
차는 18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최고 속도 40㎞ 도심 구간을 평균 시속 23㎞로 주행한 셈이다. 안전요원 장씨가 운전대에 손을 댄 것은 하차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할 때 뿐이었다. 원래 내야 할 요금은 47위안(약 8800원)으로 일반 모범 택시보다 비쌌지만, 할인 정책 때문에 버스비보다 조금 비싼 2.4위안(약 450원)을 내고 하차했다. 장씨는 “지난 5월 무료 시범 운행을 했는데 최근엔 낮 시간에만 60명 이상을 태워서 차가 서 있을 때가 없었다”며 “유료가 됐지만 할인 정책으로 택시비가 공유 자전거 가격 수준이니 계속 타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아직은 지정된 곳에서만 승·하차할 수 있고, 중간에 목적지를 바꿀 수 없다. 차 값을 제외하고 차 1대에 들어가는 레이더 등 장비 값만 170만위안(약 3억18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경제성을 얻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바이두, 알리바바, 징둥 등 대형 IT 기업들은 물론 샤오펑 등 전기차 업체들도 자율주행 차량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중국 대도시에서 자율주행 택시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베이징 이외에 상하이, 광둥성 광저우, 허베이성 창저우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시범 운행하고 있는 바이두는 내년 초 상하이, 광저우에서도 유료 운행을 시작하고, 2025년까지 65개 도시, 2030년까지 100개 도시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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