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쇼크… 세계 13國에 벌써 퍼졌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2021. 11. 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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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현지 시각)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몇몇 항공사가 운항을 중지 한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O.R. 탐보국제공항의 국제선 체크인 카운터가 텅 비어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훨씬 더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하면서 전 세계가 또다시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변이 발생 2주 만에 아프리카를 비롯, 유럽⋅아시아⋅중동⋅오세아니아 등 12국에서 변이에 감염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엄청난 피해를 보았던 기억이 생생한 상황에서 ‘오미크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저지하기 위해 각국은 속속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미국·유럽 증시와 국제 유가가 동반 폭락하는 등 전 세계 경제도 즉각 타격을 받아 휘청거렸다.

우리 정부도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와 델타 변이 때와 달리 조기에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지난 27일 밤 13개 부처와 긴급합동평가회의를 열고 오미크론 변이 발생국 및 인접국인 남아공⋅보츠와나⋅짐바브웨⋅나미비아⋅레소토⋅에스와티니⋅모잠비크⋅말라위 등 8국에 대해 28일 0시부터 해당국에서 출국한 외국인에 대해 전원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정부가 코로나 사태 이후 외국인 입국 자체를 금지한 건 지난해 2월 중국 후베이성발 외국인 입국 금지를 내린 이후 두 번째다.

세계 많은 나라가 새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이 확산 중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해 항공편 중단 등 사실상 봉쇄를 가하는 가운데 27일(현지시간) 남아공 현지 신문 토요판에 실린 기사 모습. '세계가 남아공에 문을 닫고 있다'라는 제목과 함께 텅 빈 홍콩 공항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해당 8국을 방역 강화 국가, 위험 국가, 격리 면제 제외 국가로 지정해 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격리 면제 등을 해제하는 등 방역·검역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해당 8국에서 출국한 내국인도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10일간 정부가 마련한 임시 생활 시설에 격리된다. 국내 도착 후 1일 차와 5일 차, 격리 해제 전에 각각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날 0시 이후 입국 제한 8국에서 온 항공편은 카타르 도하를 경유한 QR858편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를 경유한 ET672편으로, 내국인 8명(짐바브웨 4명, 모잠비크 3명, 남아공 1명)이 입국 예정이다.

지난 5월 말 백신 접종자에 대한 광범위한 입국 허가 조치를 내리며 관광업 및 경제 회복에 나섰던 유럽은 오미크론 변이 등장에 6개월 만에 다시 입국 제한에 들어갔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6일 회원 27국이 모두 남아공⋅보츠와나⋅에스와티니⋅레소토⋅모잠비크⋅나미비아⋅짐바브웨 등 남부 아프리카 7국에서 오는 여행객의 입국을 일시 제한하는 ‘비상 제동’ 조치를 발동했다. 이날은 벨기에에서 유럽 첫 감염 사례가 확인된 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남부 아프리카 7국에서의 추가 입국 허가가 일시 중단되고, 이미 입국했거나 입국 예정인 사람은 반드시 코로나 감염 검사를 받게 됐다.

오미크론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전격전’을 방불케 한다. 델타 변이의 경우 최초 발견은 작년 10월이었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9개월이 지난 올 7월에야 ‘관심 변이’에서 ‘우려 변이’로 분류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보츠와나에서 처음 발견된 오미크론은 남아공이 지난 24일 WHO에 보고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우려 변이’로 지정됐다.

이스라엘은 27일 14일간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국경 봉쇄를 시행하기로 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발견된 이후 아예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처음이다. 러시아도 남아공 등 아프리카와 홍콩 거주 외국인, 최근 10일 내 이 국가들에 체류한 외국인들의 입국을 제한하기로 했다. 외국인 여행자 2명에게서 오미크론 변이를 확인한 홍콩 정부도 27일부터 아프리카 8국에 대한 입국을 금지했다.

마카오는 28일부터 남아공 등 9국 체류자의 마카오행 민간 항공기 탑승을 금지하고, 대만은 29일부터 남아공 등 6국 입국자는 당국 관리 검역소에서 3주간 의무 격리 조치한다. 일본 정부는 28일부터 남아공과 인접국 등 총 9국에서 2주 이상 체류한 입국자에게 정부가 지정 시설에서 10일간 격리하도록 했다.

미국에선 아직 오미크론 감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오미크론 상륙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27일 “오미크론 변이가 이미 미국에 있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6일 “(신종 변이 등장이) 굉장히 우려된다”면서 29일부터 남아공 등 아프리카 8국에 대한 추가적 비행 여행 제한을 명령했다.

미국의 유럽발 여행객의 주요 관문인 뉴욕주는 27일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할 가능성에 대비, 선제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내달 3일부터 발효되는 이번 비상사태는 주내 병원들이 코로나 중환자들의 치료에 의료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지원을 위해 내려졌다. 이에 따라 남은 병상이 10% 미만이거나 주정부가 따로 지정한 병원은 비응급·비필수 환자들을 거부할 수 있게 된다.

우리 방역 당국도 경계를 높이고 있다. 방대본에 따르면 최근 5주간 국내에 입국한 아프리카발 입국자 중 코로나 확진자는 22명이다. 이 중 14명은 델타 변이 감염자였고, 나머지 8명은 바이러스 검출량이 적어 변이 감염 여부를 분석하지 못했다. 현재로선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에 유입됐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미 침투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앞서 델타 변이가 유입될 때에도 정부는 여러 입국 제한 조치를 내렸지만, 자가 격리 등이 부실하게 관리되면서 델타 변이가 국내에 퍼졌고 현재는 우세종을 차지한 상황이다.

WHO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는 기존 PCR 진단검사로도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 여부를 가릴 수 있다. 하지만 오미크론 감염 여부를 알려면 3~5일이 소요되는 유전체 분석을 거쳐야 한다. 방대본은 “새로운 PCR 검사법을 개발해 보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델타 변이가 국내에 확산한 이후 방대본은 델타 변이 감염을 파악할 수 있는 PCR 검사법을 개발해 지난 8월 2일부터 전국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해외 확산 추세가 빠르다면 선제적으로 입국 금지 조치를 확대하면서 오미크론 변이의 유입을 최대한 늦춰 대응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7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검사소에 줄을 서있는 모습. 세계가 남아공 등 남아프리카발 입국을 제한하고 나선 가운데, 미국에선 아직 오미크론 감염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뉴욕주는 선제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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