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진실을 대하는 언론의 자세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 자율학부 교수 2021. 11. 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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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손혜원 전 의원은 지난 25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의 항소심에서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는 무죄,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는 10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국회의원 신분으로 ‘도시재생 사업 계획’을 미리 알고 이를 이용해 투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민주당을 탈당하고 결국 의원직도 사임한 것인데 이 혐의를 벗은 것이다. 물론 2심이니 검찰이 상고하여 대법원에서 뒤집힐 것이라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손 전 의원은 조카에게 증여한 것을 인정치 않아 부동산실명법 위반 판정을 받았지만 사실 증거가 있으니 대법원에서 이 또한 무죄를 받을 것이라 주장한다. 이런 변화 가능성들은 열려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 자율학부 교수

하지만 2심 판결이 나온 지금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 그리고 이 사건과 관련한 그동안의 언론의 태도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2심 판결 결과가 나온 후 대부분의 언론은 부패방지법은 무죄임을 제목에서부터 밝혔다. 일부 언론은 부동산 투기 혐의의 누명을 벗었다고 표현하여 논란이 된 사건의 핵심에 관한 판단이 달라졌음을 명확히 지적했다.

하지만 SBS는 ‘2심에서도 유죄, 벌금 1000만원’이라는 제목을 썼다.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벌금형을 받았으니 그 부분 유죄인 것은 맞다. 그렇지만 그 제목을 보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애초 핵심 혐의가 비공개정보를 이용한 투기 혐의이니 이 부분에서 ‘감형’이 이루어진 것뿐이라고 착각하지 않을까? 아예 연합뉴스TV는 ‘투기의혹 손혜원 2심서 징역형→벌금형 감형’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SBS 보도 제목을 보고는 그렇게 추론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라면, 연합뉴스TV 기사는 추론의 가능성을 넘어 투기 혐의의 감형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물론 SBS는 본문에서는 판결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고 있다고 변명할지 모른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는 기사의 영향을 판단할 때 보통 사람들의 통상적 기사 읽기를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제목만을 읽는 수용자들이 많고 그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손 전 의원이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가지는 것은 언론인의 자유일지 모른다. 하지만 생각에서 멈추지 않고, 법원의 판결을 전달하면서까지 법원 판결을 오해하도록 하는 것이 언론일까?

그러나 이번 사건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서 진정 유감인 것은 2019년 처음 의혹이 제기되고 난 이후 그동안 언론이 진실 보도를 하려 노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목포 MBC는 의혹 제기 초기부터 기본적인 사실부터 틀린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문제가 된 목포 구도심이 투기 대상 지역이라고 생각하는지 제발 와서 보고 얘기하라 주장했다. 현직 국회의원과 관련된 의혹은 사실 확인을 떠나서 기삿거리였고, 무분별한 의혹 제기는 클릭 수를 올리는 재료였다. 이번 항소심에서 비공개정보를 이용한 투기라는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가 무죄가 된 이유는 복잡한 법리 해석의 차이 때문이 아니었다. 비공개정보를 접하기 전에 건물을 구입하고 이 구도심 재생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손 전 의원의 행보 즉 ‘사실’을 고려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이는 언론이 취재를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의혹이 제기된 초기부터 진실을 보도했어야 마땅하지만, 초기 보도의 오류가 백번 양보해 ‘특종’ ‘단독’이라는 광풍에 ‘낙종’되지 않기 위한 언론의 몸부림이었다 인정하자. 하지만 그 이후 밝혀진 사실과 진실을 확인하려는 노력만 했어도 언론은 진실 보도로 오보를 만회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항소심 판결이 나온 이후 핵심 혐의가 무죄를 받았다고 보도한 언론들에 초기부터 진실 보도를 하려 노력했던 목포 MBC 박영훈 기자가 한 말을 전하고 싶다. ‘잘못을 인정한 언론은 단 한 곳도 찾아보지 못했다.’ 진실 보도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으니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도 미처 못하지 않았을까?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 자율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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