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LA를 품다.. 5만명 '버터' 떼창
마침내 그날이 왔다. 27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소파이 스타디움은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코로나 사태로 2년 만에 열린 방탄소년단(BTS)의 초대형 콘서트. BTS 팬인 아미(ARMY)들은 세계 곳곳에서 이 밴드의 상징색인 보라색을 입고 스타디움 안팎에 모여들었다. 지붕 위 대형 전광판에는 ‘다시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한글 문구가 찍혔다.
첫날 콘서트를 보던 관객들은 BTS와의 감격적인 일상 회복 순간을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띄웠다. BTS는 대형 스크린을 배경으로 ‘버터’ 등 히트곡을 부르며 춤을 췄다. 이날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관객 5만명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몸을 흔들었다. 폭죽이 터졌고 “BTS!”를 연호했다.
BTS가 미국 LA에서 오프라인 콘서트를 재개한 것은 K콘텐츠의 출발선이 달라졌다는 신호탄이다. BTS 소속사 하이브는 지난 4월 미국 음악·IT·영화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 이타카홀딩스를 인수(약 1조1000억원 규모)했다. CJ ENM은 영화 ‘라라랜드’ 등을 제작한 미국 엔데버콘텐츠 지분 80%를 7억7500만달러(약 9250억원)에 인수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세계한류학회장을 지낸 박길성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국내에서 우수한 콘텐츠를 기획·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에 제작 기지 마련
넷플릭스는 올해 한국에만 5500억원을 투자했고 결국 ‘오징어 게임’이라는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해 글로벌 신드롬을 이뤄냈다. 제작비 약 250억원을 쓰고 1조원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오리지널 IP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가가 결국 OTT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이달 초 상륙한 디즈니플러스는 시작부터 디즈니, 픽사, 마블 등의 브랜드와 굵직한 스타로 호객하고 있다.
CJ ENM은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부터 넷플릭스로 세계에 공급한 ‘스위트홈’ ‘사랑의 불시착’ ‘갯마을 차차차’ 등이 인기를 모으며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엔데버콘텐츠는 아카데미·에미·골든글로브 등 미국 최고 권위의 시상식에서 ‘킬링 이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으로 180회 이상 수상하거나 후보로 지명된 콘텐츠 명가. 유럽·남미까지 폭넓은 유통망도 가지고 있어 K콘텐츠 확산 기지로 삼겠다는 포석이다.
CJ ENM 전략지원실 전성곤 팀장은 “‘기생충’의 봉준호,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지옥’의 연상호 등 직접 쓰고 연출하는 한국 창작진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아직은 꿈의 조합이지만 마동석과 드웨인 존슨이 영화 ‘나쁜 녀석들2′를 함께 찍는 것도 물리적인 가능하다”고 말했다. 엔데버는 드웨인 존슨, 마크 월버그, 마리야 샤라포바 등 세계적인 스타 7000여 명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다.
◇K팝 플랫폼도 확장된다
세계적 아티스트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는 BTS와 한 지붕 아래 활동하게 된다. 하이브가 인수한 이타카홀딩스는 음악 매니지먼트를 비롯해 영화, TV쇼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저스틴 비버, 칼리 레이 젭슨 등을 발굴했고 싸이, 씨엘의 미국 진출을 성공시킨 스쿠터 브라운 이타카홀딩스 대표가 하이브 이사진으로 합류했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은 “이타카홀딩스와의 새로운 파트너십은 두 기업이 축적해온 성과와 노하우,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경과 문화의 경계를 넘어 긴밀한 협업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아티스트 경력을 시작하는 데 하이브의 혁신적인 시스템과 큐레이션 역량이 적용될 시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음반 제작과 매니지먼트 활동을 함께하기 때문에 국내 아티스트의 세계 시장 진출이 가속화, 글로벌 경쟁력 확보도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CNN은 지난 24일 “올해는 한국 드라마들이 죽여준다”는 극찬했다. ‘오징어 게임’ ‘지옥’ 등 K콘텐츠는 해외 시청자들이 비영어권 드라마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트렌드와 맞물리며 넷플릭스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우리 수익으로 곧장 연결되진 않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콘텐츠는 기획력과 생산력을 입증했지만 어떻게 유통시켜 더 큰 성과를 낼 것인가는 물음표로 남았다”며 “이번 두 건의 인수는 소비자의 입맛이 바뀐 뉴노멀 시대에 원천 콘텐츠를 더 많이 확보하면서 고수익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획기적인 시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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