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89] 쉽고도 어려운 일, 사과
“당신이 날 원하게 하려면 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당신이 내 말에 귀 기울이게 하려면 난 어떻게 해야 하나요?”
1976년, 팝음악 사상 위대한 작사·작곡 콤비 중의 하나인 버니 토핀과 엘턴 존은 ‘미안하다는 말은 가장 어려운 말 같아요’를 담은 두 장짜리 앨범 ‘Blue Moves’를 발표한다. 이 노래는 8분에 거의 육박하는 대곡 ‘Tonight’와 함께 한국과 일본에서는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지만, 빌보드 차트에선 6위에 그쳤고 홈그라운드인 영국 차트에서도 11위에 머무는 부진한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이 노래는 2000년대 들어 셀 수 없는 뮤지션들이 리메이크하며 진가를 다시 인정받았고, 엘턴 존 본인도 우정 출연한 젊은 4인조 보컬그룹 블루의 리메이크 버전이 영국 차트 정상을 차지하면서 이 곡의 인기에 걸맞은 보상을 받았다.
개인 간에도 사과는 쉽고도 어렵지만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사과는 더욱 어렵다. 외형적으로는 사과지만 거개의 경우 모호한 회피 수사학인 경우가 많다. 사과의 주체를 교묘하게 실종시킨다거나 가정법을 전제하는 방식, 무엇보다도 구체적인 사과의 대상이나 내용을 얼버무리는 것들이 그렇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끝내 ‘5⋅18′에 대한 입장 표명 없이 타계했다. 장례를 마무리하는 발인식 자리에서 망자의 부인이 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깊이 사죄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5·18 단체들과 삼청교육대 피해자연합회 등은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사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사과는 참 어려운 일이다. 엘턴 존은 후렴에서 절규하다시피 노래한다.
“슬퍼, 정말 슬프기만 해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해 /우린 왜 말로 해결할 수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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