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빌리 홀리데이
[경향신문]
삶 자체가 시련의 연속이었던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는 처연하면서도 아름답다. 갖은 탄압 속에서도 절대로 타협하지 않았던 세월이 노래에 녹아 있다.
‘남부의 나무에는 이상한 열매가 열리네/ 잎사귀와 뿌리에는 피가 흥건하고/ 남부의 따뜻한 산들바람에/ 검은 몸뚱이들이 매달린 채 흔들리네/ 포플러 나무에 매달린 이상한 열매.’
홀리데이는 인종 차별이 극에 달했던 1939년 나무에 매달린 채 처형된 흑인들을 묘사한 ‘스트레인지 프루트’를 발표하여 연방수사국(FBI)의 집중 표적이 됐다. 미국 정부는 흑인들을 선동한다는 이유로 이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했다.
사실 홀리데이의 삶은 미국의 인종 탄압사와 맥을 같이한다. 그는 사창가에서 허드렛일을 하다가 백인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오히려 2년간 감화원 생활을 해야 했다. 루이 암스트롱의 재즈가 그를 당대의 스타로 이끌었으나 삶은 늘 녹록지 않았다.
운명을 극복하려고 몸부림칠수록 술과 마약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마지막 앨범에 수록된 ‘당신을 원하는 내가 바보예요(I’m a Fool to Want You)’는 좀 더 나은 세상과 손잡기보다는 질곡의 삶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그의 삶이 오버랩된다.
흑인 FBI 요원의 지고지순한 사랑 대신 번번이 ‘나쁜 남자’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건 치유하기 힘든 삶의 상처 때문이었다. 나쁜 남자들은 결국 그를 마약 중독자로 만들고 재산을 가로채 갔다. 1959년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을 때 그의 통장에는 70센트가 전부였다.
홀리데이는 죽은 뒤에 매스컴과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4개의 그래미상도 모두 사후에 수여되었다. 마침 그의 삶을 다룬 영화가 상영 중이다. 겨울의 초입에 그의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더워진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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