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승진 대신 다주택자 택하겠다"는 공무원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능력이 아닌 다주택 보유 여부로 공무원 인사를 결정하는 나라가 선진국 중 어디 있습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주택을 여러 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공무원이 도덕적이지 않다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게 불가피하다며 낙인찍을 일인지는 곱씹어봐야 한다.
정부는 2015년 "성과와 능력에 따라 우수한 공무원은 획기적으로 대우받고, 미흡한 공무원은 그에 상응하는 관리를 받게 할 것"이라는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사관리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택' 아닌 실력이 승진기준 돼야
정지은 지식사회부 기자
“능력이 아닌 다주택 보유 여부로 공무원 인사를 결정하는 나라가 선진국 중 어디 있습니까.”
지난 25일 만난 한 서울시 공무원은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시가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한 3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승진에서 배제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부터 이 같은 인사체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두 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고위공직자는 주택정책 관련 업무를 맡을 수 없다. 주택·부동산 관련 부서는 과장급인 4급 공무원까지 검증 대상에 포함된다.
시 공무원들 사이에선 이번 조치가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엔 ‘차라리 다주택자가 되고 승진을 안 하는 쪽을 선택하겠다’는 식의 반응이 많다.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주택 소유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권리인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도 여럿이다.
다주택자인 고위공무원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는 건 경기도와 전북 전주시에서 먼저 시행했다. 모두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엄포성 조치다. 소속 공무원만 1만 명에 달하는 서울시까지 비슷한 방안을 채택한 만큼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고위공무원의 보유 주택 수까지 따져야 할 만큼 부동산과 관련해 공직사회의 신뢰도가 떨어진 건 사실이다. 올해 초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를 시작으로 공직자의 투기 문제는 연일 논란거리였다. 지방자치단체 업무 특성상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주택을 여러 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공무원이 도덕적이지 않다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게 불가피하다며 낙인찍을 일인지는 곱씹어봐야 한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는 차단해야겠지만, 능력 이외의 잣대가 승진 여부를 좌우하는 게 과연 공직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에 대해서는 진지한 숙고가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2015년 “성과와 능력에 따라 우수한 공무원은 획기적으로 대우받고, 미흡한 공무원은 그에 상응하는 관리를 받게 할 것”이라는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사관리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많은 공무원이 능력·성과주의 인사를 통해 생산성을 높인다는 취지에 공감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이 같은 원칙은 국정에 스며들기는커녕 언제 그랬냐는 듯 잊혀져 버렸다. 여기에 공무원들을 ‘잠재적 투기꾼’으로 의심하는 인사정책까지 확산되고 있으니, 마음껏 자기 역량을 펼칠 공무원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승진은 조직원들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더 일하도록 만드는 수단이 돼야 하지 않을까.
▶ 경제지 네이버 구독 첫 400만, 한국경제 받아보세요
▶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태희·비도 다녀갔다…3성→5성급 '천지개벽'한 호텔 [현장+]
- 아이들 '1분 영상'으로 9억…평범한 아빠가 대박 난 비결
- "블랙핑크, 우리 회사가 지켜줄게"…하버드대 출신 CEO 일냈다 [신현보의 데담]
- '종부세 폭탄' 최대 피해자, 다주택자 아니라고?…대체 누구길래
- "소문에 사라더니…" 지라시 믿은 개미들 '피눈물' [류은혁의 기업분석실]
- "60세, 결혼 적령기" 한비야, 아프간 구호 현장 상관과의 운명('마이웨이')
- 윤수현, 170cm·48kg 바비인형도 부러워할 비율 [TEN★]
- 슈왈제네거-가정부 혼외자 아들, 아빠 전성기와 꼭 닮은 근육
- [종합]'살림남2' 윤다훈, 결혼 앞둔 딸 남경민에 "신혼여행 같이가자"
- "기억나는 이름은 361만 관객"…'청룡' 휩쓴 '모가디슈'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