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식의 온차이나] 미중 정상의 '대만 휴전 담판'
내부 정치 바쁜 두 정상 확전 자제 합의한 듯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미중 정상회담이 11월15일 화상 회담 방식으로 열렸습니다.
양국이 신냉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격돌하고 있지만, 정리할 건 정리하고 넘어가자는 취지의 회담이었죠. 신장, 티베트, 홍콩 문제와 인권 논란, 기후변화 협약 등 많은 주제가 나왔는데, 핵심은 역시 대만 문제였습니다.
◇미중, 대만서 충돌하면 확전 불가피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대만해협은 사실상 전쟁터였죠. 중국 공군기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대만 방공식별구역으로 날아왔고, 동부전구 육·해·공군이 대만 주변 해역에서 실전을 가정한 합동훈련을 수시로 벌였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대만 무력 통일을 공언해 왔죠.
미국도 3개 항모 전단을 투입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고 정찰기들이 대만해협 일대를 돌며 중국군 동향을 감시했습니다. 영국 퀸엘리자베스항모를 비롯한 영국·독일·프랑스 군함이 이 지역에 출동해 미군과 합동 훈련을 벌이기도 했죠.
10월 초에는 나흘 동안 중국 군용기 149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출격해 사상 최대 규모의 무력시위를 벌였죠. 11월엔 중국이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극초음속미사일을 남중국해에 시험 발사한 사실도 알려졌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에 맞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언제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기가 고조된 거죠.
대만해협에서 미중이 충돌하면 좁은 지역 내 해전으로 국한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중국이 중거리 탄도 미사일로 일본 내 미군 기지는 물론 하와이·괌 기지까지 공격하고, 미국은 미사일 발사 원점을 포함해 중국 대륙 내 주요 전략 거점에 융단 폭격을 퍼부을 겁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말대로 대규모 인명이 살상되는 ‘홀로코스트(대학살)’ 상황이 벌어지겠죠.
◇물러선 시진핑, “평화통일 미래 원한다”
회담 이후 나온 양국 발표문은 자국 국민을 의식한 듯 표현이 격렬했죠. 시 주석은 대만 독립 세력을 겨냥해 “불장난을 하는 것”이라며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 타죽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흔들고 일방적으로 현상 변경을 꾀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받아쳤죠.
하지만 내용상으로 보면 서로 한 발짝씩 물러섰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했죠.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중화인민공화국이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이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 측 요구를 수용했습니다. 미국·대만 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하고 대만 주둔 미군도 철수시켰죠.
다만,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위협하는 상황에 대비해 대만에 방어용 무기를 판매할 길을 열어두었고, 타이베이에 미국재대만협회를 설치해 외교 공관 기능을 대신하게 했습니다. 그 근거 바로 미국의 대만관계법이죠. 겉으로는 중국을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하면서, 뒤로는 대만 안보를 챙기는 이런 이중적 태도를 흔히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표현합니다.
“중국 공격 시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공언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중 수교 당시의 원칙을 지키겠다고 중국에 약속을 했죠. 시 주석도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최대한의 성의와 노력으로 평화통일의 미래를 열어가기를 원한다”고 화답을 했습니다.
◇내부 정치가 더 급하다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 발표문은 모호하고 정치적인 수사로 가득차 있지만 핵심은 바로 이 두 구절이었습니다. 두 정상이 대만 문제에 대해 일종의 ‘휴전 담판’을 한 거죠.
시 주석은 내년 3연임을 결정하는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내부 단속에 정신이 없습니다. 중국군이 강해졌다고 하지만 아직 실전 경험과 무장력에서 미국의 상대가 아니죠. 자칫 어설픈 군사 행동을 했다가 실패하면 시 주석이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내년에 집권 후반기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중간선거가 있습니다. 서로 내부적으로 챙길 일이 많고, 당장 승부가 날 일도 아니니 좀 미뤄두자고 신사협정을 한 거죠.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양국 군 최고위층 간 소통 채널도 연다고 합니다. 중국은 군 실세인 공산당 중앙군사위 부주석, 미국은 국방부 장관이 나선다고 하니 무게감 있는 대화 채널이 열릴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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