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인플레이션에 발목 잡힌 바이든
'호화휴가' 등 도마 지지율 최저치
유가 상승·'변이' 돌출 등 문제 여전
물가안정 사활 걸지만 '진퇴양난'
“역대 가장 비싼 추수감사절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산층에게 대통령이 억만장자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은 어떤 메시지입니까?”
질문을 던진 기자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뒤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바이든에게 ‘미확인비행물체’(UFO) 관련 질문을 했던 폭스뉴스 피터 두시다. 당시 바이든은 두시의 질문 요청에 “평소에 당신이 하던 고약한 질문이 아니라면”이라고 단서를 달기도 했다. 두시는 ‘고약한 질문’으로 사키 대변인과 자주 충돌하는데 이날은 사키가 곤경에 처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아픈 부분인 인플레이션과 대통령의 호화 휴가를 엮은 질문에 적절한 답변을 내놓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역대급 인플레이션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 공영방송 NPR가 지난 24일 발표한 매리스트와의 공동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2%포인트 하락한 42%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장 큰 경제적 우려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39%가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8%가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고 답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물가안정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우선 시급한 것은 유가다. 미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이 7년 만에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가구당 자동차 보유 대수가 2대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휘발유값 고공행진은 지지율에 치명적이다. 바이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비축유 방출을 요청하면서까지 국제적인 비축유 방출을 추진했다. 하지만 비축유 방출에도 국제유가는 상승했고, 비축유만으로는 유가를 잡을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통령 취임 이후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하면서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강조한 바이든이 산유국에 석유 증산을 압박하고 비축유를 푸는 등의 모순된 정책을 편다는 비판까지 이어진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 세계에 친환경적이어야 한다고 촉구하지만 미국에서는 값싼 휘발유를 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잃은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지난 3월 법제화된 1조9000억달러(약 2270조원) 규모의 ‘미국 구제 계획’이 물가상승을 이끌었다는 사실은 백악관도 인정했다. 지난 15일 처리된 1조2000억달러(1440조원) 규모의 인프라 법안, 지난 19일 하원을 통과한 2조달러(2390조원) 규모의 사회복지 예산안도 내년까지 물가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화당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규모 지출계획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공세를 편다. 바이든 행정부의 역점사업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바이든은 지난 22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연임을 결정하고 물가안정을 거듭 강조했다.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의 속도를 높이고, 금리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공급망 문제가 여전하고,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변수까지 돌출하면서 통화긴축 정책을 밀어붙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인플레이션 위기가 바이든의 발목을 쉽게 놓아줄 것 같지 않다.
박영준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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