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미·중관계사] 미국의 사상적 영향과 오늘날 중국의 벽

오늘날 시진핑 주석의 중국 외교는 인문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세계 문명과 문화의 다양성 존중이 평화공존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인문교류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핵심인 이유이다. 2020년 5월 아시아문명대화대회에서 같은 이유로 그는 문명 교류와 세계 발전의 관계를 강조했다. 지난 16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도 그는 미국에 더 큰 개방을 약속했다. 그러나 중국의 현실은 지난 2년 국가보안법과 국가정보법 등의 통과로 서구의 사상 유입과 교류에 대한 차단벽만 높아졌다.

이는 100여년 전 중국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1919년 5·4운동을 전후해 중국에는 다양한 사상과 이념이 범람했다. 마르크스주의, 민주주의, 실용주의, 실험주의 등의 사상이 대거 유입되면서 중국 사상가를 매료시켰다. 이 중 미국인 사상가들이 전파한 미국의 민주주의, 실용주의, 실험주의는 후스, 루쉰 등 중국의 대표적인 사상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존 듀이(오른쪽에서 다섯번째)와 학자들. 출처:베이징국제교육 학술지

후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실용주의 학자 존 듀이의 제자였다. 듀이는 5·4운동 3일 전에 중국에 당도했다. 애초 그의 방문은 몇 주만을 기약했다. 그러나 그는 2년 넘게 체류하면서 11개성에서 200회 이상의 강연을 가졌다. 후스가 강연을 통역했다. 그는 중국에 범람하는 사상이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수용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대신 실용적인 실험적 접근으로 점진적인 진전과 개선을 일궈냄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후스는 훗날 그의 아들 이름을 듀이를 그리워하는 의미에서 스두로 지었다.

루쉰은 미국 선교사 아서 스미스의 1894년 저서 중국인의 특징에 매료됐다. 스미스는 중국인이 체면을 중시하는 전통이 중국의 발전과 진화에 가장 큰 장애 중 하나로 설명했다. 스미스로부터 영감을 받은 루쉰은 1921년에 역작 ‘아큐정전’을 출간한다. 오늘날 중국 국제정치학계의 대가 왕지스 교수가 서구의 중국 민주화 주장을 불순한 의도를 가진 ‘보이지 않는 손’의 행위에 비유한 주장에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 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