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의 두 배우, 연극 무대서 다시 만난다

박성준 2021. 11. 2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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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김여진, '리처드 3세'·'마우스피스' 출연
황, 많은 관객들과 소통 약속 지켜
굴곡진 인생·사이코틱 인물 연기
2018년 초연때 '매력적 악인' 극찬
김, 주목 작가서 슬럼프 빠진 리비역
예술 재능 있지만 불안정 데클란과
서로 예술적 교감으로 새 세상 경험
황정민과 김여진. 영화·TV에서 맹활약하면서도 연극판을 잊지 않는 두 배우가 다시 무대에 선다. 초등학교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 두 배우의 출연작은 ‘리처드3세’와 ‘마우스피스’. 열등감으로 비뚤어진 성정에 타고난 지략이 더해져 권력의 정점에 오르나 곧 추락하는 대악인과 누군가의 삶을 대변하는 창작에서 생겨나는 윤리 문제와 예술의 진정성을 다룬 작품이다.

◆“나는 악인이 되기로 굳게 마음먹는다” 황정민

셰익스피어 연극 ‘리처드3세’는 국민배우 황정민의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숨 막히는 열연을 감상할 수 있는 무대다. 영화 ‘장군의 아들(1990)’에서 단역으로 데뷔한 황정민은 ‘와이키키 브라더스’, ‘너는 내운명’, ‘로드무비’에서 시작해 ‘달콤한 인생’, ‘부당거래’, ‘신세계’, ‘국제시장’, ‘베테랑’ 등으로 이어진 스크린 흥행 행진에서 관객 동원 1억명을 돌파한 국민배우이나 스크린 밖 활동영역도 폭넓다.

소극장 뮤지컬 신화인 학전소극장의 ‘지하철1호선’ 출신으로 ‘브로드웨이42번가’, ‘맨 오브 라만차’ 등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오케스트라를 배경으로 한 ‘오케피’에선 극 중 지휘자로 출연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연출도 맡았다. 연극 출연은 비교적 드문 편인데 그중 대표작이 2018년 선보인 ‘리처드 3세’와 2019년 출연작 ‘오이디푸스’다.

일정 바쁜 배우로서 쉽지 않은 연극 출연에 대해 황정민은 무명 연극배우 시절을 언급하며 “유명해져서 많은 관객들과 소통할 것이라고 다짐했는데 그런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영화도 좋지만 연극이 더 좋다”며 무대에 대한 열정으로 설명한다.
리처드3세의 황정민
황정민의 무대 복귀작인 ‘리처드3세’는 배신과 음모로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올랐으나 내란으로 짧은 치세를 누린 문제적 인물 리처드3세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셰익스피어가 영국 역사를 소재로 쓴 10편의 역사극 중 한 편인데 주인공은 그가 창조한 가장 매력적인 악인이다. “나는 기형이고, 미완성이고, 반도 만들어지지 않은 채 너무 일찍이 이 생동하는 세계로 보내져 쩔뚝거리고 추한 나의 모습에 곁에만 지나가면 개들도 짖는다….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나날을 즐기는 사랑하는 자가 될 수 없기에 나는 악인이 되기로 굳게 마음먹는다”는 대사가 유명하다.
굴곡진 인생과 사이코틱한 인물성격,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욕망이 폭주한 황정민의 ‘리처드3세’는 2018년 초연 당시 ‘희대의 악인을 사랑하게 만들었다’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1월 11일부터 2월 23일까지.
마우스피스의 김여진
◆“나는 작가다. 나의 일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김여진

관록의 배우 김여진. 1998년 MBC 청춘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에서 홍경인 누나 홍세희로, 그리고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의 순 역으로 데뷔한 후 숱한 작품에서 활약한 이 여배우가 다시 연극에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연극열전의 ‘마우스피스’가 그 무대다.

예술적 재능을 가졌지만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이를 펼치지 못했던 ‘데클란’과 한때 주목받는 예술가였지만 긴 슬럼프에 갇힌 작가 ‘리비’의 만남을 그린 이 작품은 누군가의 삶을 대변한다는 소재로 창작윤리와 예술의 진정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입을 대는 부분’을 칭하는 용어이자 ‘대변자’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은 제목처럼 ‘리비’는 ‘데클란’의 그림을 통해 영감을 얻고, ‘데클란’은 ‘리비’를 통해 예술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다. 예술적으로 교감하던 두 인물의 관계는 ‘데클란’의 삶이 ‘리비’의 희곡으로 쓰이면서 예상치 못한 결말로 치닫는다.

예술을 통해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들려주고자 하는 ‘리비’와 가정과 사회 그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데클란’의 만남은 사회적·경제적 차이로 발생하는 현대사회의 문화 격차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과정을 통해 과연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예술을 다룰 권리는 누구에게 있으며 그 권리는 누가 부여하는지 본질적인 질문 속으로 관객을 이끈다. 서울 대학로 아트윈씨어터에서 내년 1월 30일까지.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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