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롯데마트가 초신선 농산물을 제공할 수 있는 비결

김은성 기자 2021. 11. 28. 21: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역 내 우수 농산물 발굴..김태현 로컬 MD 따라가 보니

[경향신문]

장거리 배송 없애고 지점 반경 50㎞ 내에서 생산된 신선식품 공급
소비 선호도·트렌드 맞춰 농가 탐색…소비자·생산자 상생 기여
김 MD “숨겨진 명품 소농 찾기, 30곳 돌아 겨우 한 곳 건질 정도”

지난 26일 경남 진주의 한 딸기 농장 비닐하우스. 달콤한 향이 연신 마스크를 뚫고 콧속으로 스며든다. 알알이 빨간 윤기를 뿜어내는 탐스러운 딸기를 재배하고 있는 농장주 김윤정씨. 김씨의 꿈은 경남에서 가장 질 좋은 딸기를 수확하는 것이다. 그가 이 꿈을 이루기 위해 ‘깐부’(한 팀이나 동지를 뜻하는 속어)를 맺은 사람이 있다. 김태현 롯데마트 신선품질혁신센터 로컬 MD(상품기획자·사진)다.

과거 다른 판로를 통해 딸기를 납품했던 농장주 김씨는 망가진 채 매장에서 팔리고 있는 딸기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여러 유통 단계를 거치면서 짓물러 선도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새 판로를 찾던 중 김 MD를 만나 이달 초 납품을 시작했고, 이후 완판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로컬 MD는 지역 내 우수 농가를 발굴하는 전문인력이다. 롯데마트는 2014년부터 생산자 기반 지역경제 활성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로컬푸드를 선보이고 있다. 장거리 배송을 없애고 유통 과정 간소화를 통해 반경 50㎞ 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로컬푸드다. 이를 소비자와 생산자, 생산자와 판매처(롯데마트), 지역과 본사로 이어주는 사람이 김 MD인 셈이다.

로컬 MD의 첫 업무는 지역에서 나오는 신선식품 중 소비자 선호도가 높거나 트렌드에 따른 수요가 있는 품목을 찾는 작업에서 시작된다. 경남지역 롯데마트에서 17년간 농산물 매장 관리를 한 김 MD는 2019년부터 신선식품을 찾기 위해 경상도를 누비고 있다. ‘맨땅에 헤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30군데가량 돌다보면 상담을 해볼 만한 곳이 겨우 한 곳 나올 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다. 김 MD가 지난 2년 동안 차로 달린 거리는 무려 16만㎞에 이른다. 농가에서 문전박대를 당하지 않으려면 농작물에 대한 공부도 해둬야 한다.

김 MD는 온라인이 발달해도 지역에 숨은 농가까지는 찾아주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발품을 많이 파는 만큼 신선식품의 질과 매출이 비례한다”고 전했다. 헛걸음을 할 때도 많지만, 신품종에 대한 소문과 농가의 고민, 작황 등 현장에 가지 않으면 듣지 못하는 내용이 많아 가고 또 간다고 한다. 덕분에 사무실도, 밥먹는 시간도 따로 없다. 차 안이 사무실이고, 끼니를 때우는 식당이 된다.

추석이나 설 명절 같은 대목에는 ‘전화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는 “대부분의 MD가 그렇듯 대목에는 하루 150통가량 전화를 받는다”면서 “농가와 지역마트, 본사 등에서 실시간으로 소비자들의 반응을 확인해 발주를 추가하거나 빼고, 포장 등을 바꾼다”고 말했다.

농가 발굴 외에 산지 관리 기준과 체계를 만들고 동일한 품질의 상품화 작업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는 “대농보다는 소농은 판로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우수한 소농의 상품을 발굴해 소비자에게 인정받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 MD는 올해 겨울딸기 시세가 지난해보다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고온 현상으로 딸기 알이 평년보다 작고, 뿌리가 썩고 잎이 마르는 시들음병마저 돌았다. ‘뭐(M)든지 다(D) 한다’는 MD도 날씨는 어찌할 수가 없는 셈이다.

김 MD는 “전국구 과일로 대체하거나 신품종을 개발하는 등 날씨 변수에 따른 여러 가지 ‘플랜B’를 항상 대비하고 있다”면서 “많은 고민 끝에 농가와 개발한 ‘흰 딸기’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