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언론 "오미크론, 백신제약사·부유국이 촉발"
백신불평등 지적하는 보도 국내외서 이어져…외신은 사설도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다섯 번째 '우려 변이'로 지정된 오미크론의 확산세를 놓고 선진국과 제약회사가 촉발한 '백신 불평등'의 소산이라고 지적하는 국내외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가디언은 26일(현지시간) 사설을 내고 “이 변종은 백신을 공평하게 분배하지 않는 것이 윤리적 실패를 넘어 자기 보호의 실패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상기시켜준다. 바이러스가 더 많이 확산할수록 새 변이종이 생길 위험은 점점 커진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현재 남아공의 문제는 (백신) 공급 문제가 아닌 분배의 문제”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도 27일 남아공 의학연구위원회의 글렌다 그레이 위원장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충분한 규모의 사람들을 백신 접종할 때까지 이 일은 반복해 일어날 것”이라며 “'백신을 가진 국가'와 '가지지 못한 국가'로 나뉘는 세계에서, 오미크론 변종은 백신 배분을 확산하기 위한 더 공격적인 조치가 없다면 어떻게 바이러스가 진화하고 퍼지는지를 알려주는 경고”라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같은 날 “남아공 등 60개 넘는 개발도상국은 백신 특허와 지식재산권의 일시적 중단을 요청했지만 제약회사와 유럽연합(EU)이 반대했다”며 “오미크론 변이는 전 세계에 고른 백신 접종을 분명히 촉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기업인 화이자, 바이오앤텍, 모더나 제약3사는 초당 1000달러(120만여 원), 매일 9350만 달러(1100억여 원)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들 제약사는 지재권 면제에반대하고 있다. 국제학술지 란셋에 따르면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 연구와 개발에 공적·비영리 자금 9억 5700만 달러(1조 1444억여 원)를 지원 받았다. 화이자와 바이오앤텍엔 공적 자금 4억 4500만 달러(5321억여 원)가 지급됐다.
남아공과 보츠와나 등은 제약회사들이 코로나19 백신 테스트와 치료법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포기 또는 유예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일본과 유럽 주요국은 이에 반대하고, 한국 정부도 공식 찬성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고소득 국가에선 인구의 65% 이상이 접종을 완료했지만, 아프리카 지역에선 접종 완료율이 6% 수준이다. 남아공의 경우 35% 정도다.
27일 국내 언론 가운데 사설로 오미크론과 백신 불평등 관련 내용을 다룬 곳은 없었다. 다만 다수 언론이 27~28일 외신과 기관 발표를 주로 인용해 부유국의 백신 독점을 지적했다.
KBS는 28일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종인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이 국가·지역 간 백신 불평등의 문제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며 “다수의 선진국은 백신 접종을 완료한 뒤 추가접종까지 맞고 있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상당수가 첫번째 백신조차 맞지 못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백신 불평등 해소를 위한 국제협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며 “에이즈보건재단(AHF) 마이클 와인스타인 대표는 '새로운 변종은 (부유국들이) 백신을 비축하는 것이 사실상 자살행위란 점을 증명한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세스 버클리 최고경영자는 로이터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세계에 백신 미접종자가 많다면 그 만큼 변이는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고 대유행은 장기화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각종 외신을 종합해 “오미크론 사태는 선진국 탓…백신 불평등에 변이 쏟아졌다”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서울신문은 '빈곤국 백신 불평등에 변이 출몰… “선진국들의 백신 독점 부메랑 효과”' 기사를, 한겨레는 '오미크론 변이, 최악 상황에 등장…“백신 불평등 탓”' 기사를 냈다. 연합뉴스와 MBC 등도 같은 내용의 보도를 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오는 30일 4년 만에 각료회의를 열어 백신 지적재산권 면제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26일 오미크론 확산세가 뚜렷해지자 회의를 재차 연기했다. 한국에선 산업통상부장관이 회의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9일 예정된 특별회의에서 빈곤국의 바이러스 검사와 치료 접근을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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