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간 이재명 "학살자가 천수 누려..역사왜곡단죄법 만들겠다"

광주=허동준 기자 2021. 11. 2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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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호남 방문 사흘째인 28일 광주시 광산구 송정5일시장을 방문하여 지지자들과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현장 연설을 하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역사적 사건에 대해 왜곡, 조작, 부인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역사왜곡단죄법’을 제정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6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진행한 광주·전남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에서 연일 전두환 전 대통령을 맹폭하며 민주당의 ‘텃밭’ 호남 민심 다지기를 이어갔다.

● 李 “학살자가 천수 누려” 비판

28일 광주로 이동한 이 후보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을 피신시키고 구호활동을 했던 광주 남구 양림교회를 가장 먼저 찾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국가권력, 폭력 범죄, 반인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배제해서 반드시, 영원히 진상 규명하고 책임 배상한다는 대원칙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씨가 전날 남편의 재임 중 과오를 사과한 것에 대해서도 “재임 중 일에 대해 미안하다고 했는데, 재임 전의 일에 대해선 ‘미안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며 “또 한 번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희생자들을 모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이어 이날 페이스북에서도 거듭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이 후보는 “학살자는 천수를 누렸지만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사실왜곡과 망언에 가슴이 미어진다”며 “인권유린의 역사를 왜곡하지 못하도록 역사왜곡처벌법을 제정하겠다”고 했다. 5·18민주화운동 외에도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일제강점기 전쟁 범죄 및 독립운동 등의 진실을 왜곡하고 부정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하겠다는 것.

이 후보는 이날 광주 광산구 송정 5일 시장에서 거리 유세를 진행하면서도 “전두환 씨, 씨 자를 붙이기도 아까운 사람인데 얼마 전 사망해서 어제 발인을 했다”며 “하필이면 같은 날 전두환에게 총알을 맞아서 허리를 다쳐 평생 반신불수로 산 분도 세상을 떠났다. 여전히 이 학살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호남 일정 시작에 앞서 25일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하반신이 마비돼 평생 통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광영 씨의 빈소를 조문했다.

그는 “독일의 나치가 학살을 범한 것에 대해서 아직도 처벌하고 있고 배상하고 있고 진상 규명을 하는 데 국가가 힘쓰고 있다”며 “희생을 모멸하고 왜곡하고 가짜뉴스로 국민을 선동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된다”고도 했다.

이날 광주 송정 5일 시장은 입구부터 지지자 300여 명이 모였다. 전날 순천 도심에선 이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등장하자 몰려든 지지 인파들로 약 250m 거리를 걷는 데 30분 이상이 걸리기도 했다.

● 尹 겨냥 “국민 지배하는 왕이 돼선 안 돼”

이 후보는 “광주 학살의 주범 전두환을 찬양하고 국민들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대한민국을 끌고 갈 수 없다”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날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 대전환 선대위 출범식’에서 “철학도, 역사 인식도, 준비도 없는 후보에게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핵무장을 주장하고, 종전선언을 거부하며 긴장과 대결을 불러오겠다는 세력이 이 나라의 미래를 맡을 수 없다”며 “정치인은 국민의 충실한 일꾼이어야지 국민을 지배하는 왕이 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호남 민심을 향해 바짝 엎드리기도 했다. 최근 당과 선거대책위원회의 쇄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 후보는 “앞으로 민주당에서는 ‘호남이 민주당 텃밭’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 그런 생각을 끊어내겠다”며 “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이 아니라 민주당의 죽비이고 회초리”라고 했다. 이 후보는 29일 광주에서 여는 전 국민 선대위에도 5·18 관련 인사를 초청하는 등 호남 지지층 결집에 나설 예정이다.

광주=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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