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한 외국인 살린 119 전화 뒤에 '24시간 재능기부' 통역사들 있었다
[경향신문]
충남소방본부 3년간 1484건
3자 통화 시스템으로 큰 도움
지난 1월14일 충남지역에 거주하는 러시아인이 갑자기 호흡곤란을 겪자 119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119상황실 직원 누구도 러시아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때 충남소방본부는 러시아어가 가능한 통역봉사자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3자 동시통역 시스템을 가동했다. 이 러시아인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인구 대비 외국인 거주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충남도에서 시행 중인 ‘119 외국어 통역 서비스’가 응급상황 등 어려움에 처한 외국인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충남소방본부의 분석 결과를 보면 최근 3년간 외국인이 충남소방본부의 119상황실에 신고한 건수는 1484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부분의 신고 전화는 복통, 두통, 발열 등 응급·구급 상황 때 걸려왔다. 2020년 이후에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신고가 늘어나고 있다.
119에 신고한 외국인이 사용한 언어는 영어(16.2%)가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러시아어(9.0%), 베트남어(8.3%), 중국어(6.3%), 우즈베키스탄어(5.5%) 순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119에 전화를 건 시간대를 살펴보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자정에서 오전 6시 사이’가 26.5%로 가장 많았다.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들은 응급상황에 119에 연락을 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충남도는 영어, 러시아어, 베트남어, 중국어, 캄보디아어, 태국어, 네팔어, 일본어, 타갈로그어, 우즈베키스탄어, 스리랑카어 등 11개 언어에 대한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통역봉자자들은 평상시에는 일상생활을 하다가 119상황실로부터 연락이 오면 ‘외국인-통역봉사자-소방본부 직원’의 3자 통화가 가능한 시스템을 활용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통역봉사자들은 별도 급여를 받지 않은 채 ‘재능기부’ 형태로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고 소방본부는 설명했다. 통역봉사자를 통한 119 외국어 통역 서비스는 충북·인천 등 일부 다른 지역 소방본부에서도 제공하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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