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남겨둔 대선, 4대 변수에 달렸다 [대선 D-100]

유정인·김윤나영·김상범 기자 2021. 11. 28.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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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대 대통령 선거가 29일로 100일을 남겨두게 된다. 대선은 시대를 가르는 중요한 마디로 꼽힌다. 어떤 구도와 의미를 담아 선거를 치르냐에 따라 향후 한국 사회가 결정된다. 이번 대선은 변수가 많고 변동성이 크다는 게 특징이다. 거대 양당 후보가 대선 구도를 이끌지만 중도층 비호감도가 높아 가변성이 크다. 정권교체 희망 여론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함께 높아 여론 지형을 단순 비교하는 것으로는 갈피를 잡기 어렵다. 2030세대가 캐스팅보터로 떠올랐지만 젠더 이슈로 성별 표심이 갈릴 가능성이 높고, 제3지대 존재감이 쪼그라들었지만 막판 구도 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대선 승패의 ‘핵심 변수’가 무엇이 될지는 남은 100일의 레이스에 달렸다.

①양강 후보 모두 초유의 ‘비호감 대선’

이번 대선은 비호감 대결 구도다.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재명(왼쪽 사진) 더불어민주당·윤석열(오른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비호감도는 각각 63%, 56%로 과반을 상회했다. 심상정 정의당·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비호감도도 각각 60%, 68%였다.

중도층의 비호감도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같은 조사에서 이 후보 65%, 윤 후보 60%로 나타났다. 심상정, 안철수 후보도 각각 57%, 66%였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높은 비호감도는 각종 의혹·스캔들과 무관하지 않다.

두 후보 모두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에 수천억원의 이익을 안겨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논란에 연루됐다. 이 후보는 과거 모녀 살해 조카 변호 논란, 형수 욕설 논란 등을 겪고 있다. 윤 후보는 ‘손바닥 임금 왕(王)자’ 등 주술 논란, 전두환 옹호 발언 직후 ‘개 사과’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배우자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가담 의혹, 장모의 부동산 개발 특혜 의혹 등도 악재다.

정치권은 이례적인 비호감 대선으로 투표율이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권 관계자는 “역대 최저 투표율(63.0%)을 기록한 2007년 대선 때와 비슷한 양상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특히 지난 9월 대선 경선 당시 호남의 저조한 당원 투표율(광주·전남 40.3%, 전북 35.7%)에 신경 쓰고 있다. 국민의힘도 윤 후보의 컨벤션 효과가 빠져 속앓이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호감도 끌어올리기에 애쓰고 있다. 이 후보는 24일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며 국민에게 사죄의 큰절을 올렸다. “조국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하며 ‘내로남불’ 여당의 이미지 쇄신을 주문했다.

윤 후보는 26일 그간 갈등을 빚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선대위 영입을 사실상 포기하고 선대위를 개문발차했다. 심 후보는 1호 공약인 ‘주 4일제’를 띄우고,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끝장 농성에 들어갔다. 안 후보도 준모병제 도입, 대입 수시 제도 폐지, 청년안심주택 공급 등 청년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표심 공략에 나섰다.

②정권심판론·대통령 지지율 높은 대선

정권교체 여론과 현직 대통령 지지율이 모두 높다. 현직 대통령 지지율이 곧 정권연장 지지율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례적인 여론 지형은 거대 양당 후보들의 선거 전략에 모호성을 더해 한층 복잡한 국면을 만들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의 정권교체 지지율은 정권연장 지지율을 상회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22~24일 전국 성인 1004명에게 실시해 25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선 정권심판론이 48%로 국정안정론(39%)을 앞섰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조국 사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도 높다. 한국갤럽의 26일 발표를 보면 문 대통령의 집권 5년차 2분기 직무수행 지지율은 39%로 직선제 도입 이후 동기 대비 최고치다. 노태우(12%), 김영삼(7%), 김대중(26%), 노무현(24%), 이명박(25%) 전 대통령에 견주면 13~32%포인트 앞섰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탄핵 직전 지지율(4년차 4분기)은 12%였다.

정권심판론 지지가 높은 것은 야권에 유리한 신호다. 윤 후보가 지난 6월29일 정치 참여 선언부터 현재까지 ‘ABM(Anything But Moon·문재인 정부 정책만 아니면 된다)’ 기조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 후보는 ‘나라를 정상화하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외교안보·노동·원자력 등 각종 정책 수정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문 대통령에 대한 개별적 비판보다 정책과 기조, 여권 전체 비판에 집중한다. 여기에 문 대통령 지지율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있다.

더 복잡한 상황에 놓인 건 여권이다. 높은 정권교체 지지율은 이 후보에게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성을, 높은 문 대통령 지지율은 현 정부 계승을 요구한다. 이 후보는 현 정부와의 차별과 계승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 후보가 최근 현 정부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정책 등에서 민주당 실책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내는 데도 이 같은 고민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공약과 관련해 정부와 각을 세웠고, 부동산 정책을 두고 “지금부터는 시장을 따라가야 한다”(지난 23일 YTN 인터뷰)고 했다.

③‘스윙보터’ 청년층 잡기와 젠더 대선

젊은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여야 후보들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스윙보터’ 투표 성향을 보이는 청년세대에서 누구도 확고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대 양당 후보의 구애가 주로 2030세대 남성에 편중되면서 2030세대의 젠더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는 40대에서, 윤 후보는 60대 이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25일 발표된 NBS를 보면 40대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52%, 윤 후보는 23%였다. 반면 60대에서는 이 후보 31%, 윤 후보 51%로 나타났다. 청년층은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18~29세에서 이 후보 16%, 윤 후보 20%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미미한 지지율을 보였다. 20대·30대에선 ‘지지 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는 응답이 각각 69%와 49%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2030세대를 ‘게임 체인저’로 지목하고 표심 쟁탈전에 나섰다. 이 후보는 22일 청년 신혼부부·취업준비생 등과 ‘전 국민 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청년선대위도 따로 꾸렸다. 윤 후보 역시 28일 후보 직속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를 출범했다.

여야의 관심은 청년 ‘남성’ 표심에 호소하는 데 쏠려 있다. 이 후보는 2030 남성들이 민주당을 외면한 원인이 페미니즘과 부동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했고, 윤 후보는 지난 8월 “페미니즘이란 것도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최근 ‘스토킹 범죄’와 ‘여경 논란’ 등 민감한 이슈에 목소리를 얹으며 표심몰이 중이다. 주로 공공부문·대기업 채용이나 군복무 등에서 역차별을 받는다고 느끼는 2030 남성들의 피해의식을 건드리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청년 여성은 소외·배제되고 젠더 갈등이 증폭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선거는 막연히 군중을 모으는 것이 아닌 타깃 그룹을 묶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 같은 전략은 위험할 수 있다”며 “구조적인 젠더 문제가, 정치적 동원과 언론을 매개 삼아 20대 남성·여성 사이의 현실적인 갈등으로 증폭될 수 있다”고 말했다.

④존재감 약한 제3지대와 무시 못할 단일화

제3지대 후보들의 지지율은 낮고, 바람은 미풍에 그치고 있다. 갈수록 거대 양당으로 뭉치라는 단일화 압박이 세질 거란 관측이 많다. 다만 막판 ‘바람’ 여부를 배제할 순 없다. 선거 직전까지 단일화와 연대 여부를 두고 구도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선에 비춰보면 제3지대 존재감이 약한 편이다. 19대 대선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1.41% 득표율을 기록했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주목받았다. 18대 대선에선 ‘박근혜 대 문재인’의 일대일 대결이었지만, 과정은 ‘안철수 현상’과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를 빼고 설명할 수 없었다. 당시 심상정 진보정의당 후보도 사퇴해 양당 중심의 ‘몰아주기’가 이뤄졌다.

이번 대선에도 안철수 국민의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나섰다. 새로운 물결(가칭) 창당을 앞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까지 제3지대 ‘빅3’로 꼽힌다.

그러나 후보 인지도에 비해 지지율은 낮다. 당초 이재명·심상정 후보,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현재로선 단일화 신호는 약하다. 제3지대 후보들은 완주 의지를 강조하면서 연대를 탐색 중이다. 거대 양당 후보들의 의혹을 규명할 특검 도입을 고리로 서로 공조 의지를 확인하며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조만간 3자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각각의 지지율이 5%선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3지대 전체 판을 키워 거대 양당 경쟁 구도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다만 파괴력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거대 양당의 총력전 성격이 짙어지면 ‘양당 기득권 체제 극복’이라는 주장은 설 자리가 좁아진다. 5%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을 끌어올리면 움직일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이 경우에는 거대 양당이 단일화 구애 움직임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여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이 커진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보궐선거, 2022년 6·1 지방선거 등 단일화 협상 의제가 많아 선거 구도는 한층 복잡한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유정인·김윤나영·김상범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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