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도 레깅스 입고 출근했다.. 편한게 최고니까
화려하고 예쁜 옷 대신 편안한 옷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집이나 동네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젊은층을 중심으로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자기 몸 긍정주의)’ 바람이 확산한 영향이다. 속옷 시장에선 와이어가 없는 브래지어, 여성용 사각팬티 같은 몸을 덜 옥죄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활동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며 허리 부분을 고무줄로 잡아주는 바지가 잘 팔리고, 레깅스 시장도 매년 커지는 추세다.
◇편한 속옷 팔았더니 매출 ‘껑충’
28일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올리브영 속옷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8% 증가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와이어를 없앤 브래지어와 여성용 사각팬티, 트렁크 판매가 늘어나면서 전체 속옷 매출이 뛰었다”고 말했다. 여성 속옷 브랜드 ‘리무브’는 지난 3월 올리브영 매장에 들어온 후 매달 매출이 5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이 브랜드의 대표 제품은 가슴에 부착하는 실리콘 패치형 브래지어다. 어깨끈과 와이어가 없어 가슴에 압박이 덜하고, 최대 30회까지 착용할 수 있다. 이랜드리테일의 브랜드 ‘애니바디’에서 지난 3월 내놓은 봉제선·와이어 없는 브래지어는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40만장을 돌파했다.
여성 속옷 하의는 사각팬티와 트렁크가 대세다. 2017년 처음 출시된 ‘슬림나인’의 사각팬티는 끼임이 없어 편하다는 평가 속에 꾸준히 판매량이 늘었고, 올해는 올리브영에서 판매되는 속옷 제품 중 매출 3위에 올랐다. 지난해 나온 ‘나른’의 여성용 트렁크 팬티는 1년여 만에 50만장 넘게 팔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브랜드 ‘자주’에서는 여성용 사각팬티가 올해 처음으로 삼각팬티 판매량을 넘어서기도 했다.
정통 속옷 기업들도 사각팬티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쌍방울 트라이가 지난 2월 2030세대를 겨냥해 내놓은 여성용 트렁크는 출시 일주일 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됐다. 휠라언더웨어는 지난달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여성용 트렁크 제품 펀딩을 진행했다.
◇출근할 때도 레깅스 입는다
편안한 옷을 찾는 수요가 늘며 레깅스 시장도 커지고 있다. 예전엔 요가할 때나 입는 옷이라는 인식이 컸지만 최근엔 일상복으로 입는 수요가 늘고 있다. 레깅스로 유명한 브랜드 ‘젝시믹스’ 매출은 2018년 217억원에서 작년 1078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1074억원으로 이미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밑단이 넓은 부츠컷 레깅스, 주머니가 달린 레깅스 등도 나왔다. 얼핏 보면 일반 바지처럼 보이는 제품이다. 젝시믹스 관계자는 “엉덩이를 살짝 덮는 길이의 스웨터나 셔츠를 함께 입으면 활동성이 좋으면서도 깔끔한 오피스룩으로 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 근처 1마일(1.6㎞) 내에서 입는 편한 옷이라는 뜻의 ‘원마일웨어’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28일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이 이달 자사몰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내놓은 올 겨울 트렌드 중 하나가 원마일웨어다. W컨셉 관계자는 “허리 부분이 고무줄로 된 바지처럼 편안한 제품이 잘 팔린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패션 브랜드 구호는 올해 처음으로 투마일웨어 라인을 선보였다.
해외에서도 편한 옷을 찾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속옷 업체 빅토리아 시크릿은 지난 7월 레깅스와 스포츠 브라를 포함한 새 제품군을 선보였다. 앞서 “세상이 바뀌고 있을 때 우리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날씬한 몸매의 모델을 통통한 여성, 흑인, 난민 출신으로 다양화하기도 했다. 미국 패션 브랜드 올드 네이비는 지난 8월 ‘플러스 사이즈’ 코너를 별도로 두는 것도 차별이라며 모든 여성 의류를 같은 코너에서 다양한 사이즈,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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